‘박근혜 키즈’인 여권 초선 의원들이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어 청와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전체 의원 148명의 과반인 78명의 초선의원들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해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며 ‘박근혜 키즈’라 불린다. 대부분 협회장, 교수 출신인 박근혜 키즈는 그동안 뚜렷한 정치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가 추진하는 세금 관련 정책 발의마저 더뎌지면서 청와대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박근혜 키즈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청와대 쪽에서는 최근 강하게 추진한 담뱃값 인상에서부터 증세, 공무원 개혁 법안 등을 박근혜 키즈가 뒤에서 밀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키즈 자체가 정치 경험이 일천하니 아예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답답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측 인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전투력’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키즈는 정치 경험도 없고 전투력도 없어 문제다. 복지위원회에만 해도 비례대표가 5명이나 되는데 제대로 야당에 반발해 싸우는 사람은 몇 안 되더라.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을 뽑다보니 제대로 싸울 줄을 모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적은 심지어 야당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이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공격하듯 여당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할 ‘꺼리’를 많이 준비했다고 들었다. 지난 10월 14일 서울시 국감 때 싱크홀 관련 질의를 초선 의원들이 했다. 그런데 질의 수준이 이미 나온 언론 보도 내용 정도였다. 국감이 길어질 줄 알았지만 여당에서 더 나올 질문이 없어 오후 7시 30분 정도에 끝이 났다”며 “아무리 상대 당이지만 대권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공들여 질의할 만한데 의욕이 없거나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고 밝혔다.
박근혜 키즈의 움직임이 조용한 것에 대해 최근 당권을 강화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당에 있는 친박은 사실상 친박이 아니다. 당무감사부터 당직자 인사이동 등 물갈이가 시작되지 않았나. 모두 차기 공천권 칼을 쥔 김무성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다. 초선인 박근혜 키즈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근혜 키즈는 대다수가 협회장과 학자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계파색이 옅다는 것도 충성도 부재의 이유로 꼽힌다. 앞서의 친박계 관계자는 “공천 당시 2012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조직 표를 많이 끌어올 수 있는 협회장 출신들을 많이 뽑았다. 표심 끌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막상 국회의원이 되니 거의 일을 할 줄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여기에 협회장이나 교수들은 계파색이 없어 친박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2012년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18명 중 절반가량이 협회 회장이나 부회장 출신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TF 구성에 따른 불만이 새어나왔다.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지역구 문제가 달려있어 해경 해체 문제에 예민하다. 해당 TF 구성원을 보면 김재원 원내수석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조용한 의원들이다. 결국 김재원 원내수석 목소리를 따라가라는 것밖에 안 된다. 게다가 당정회의 하루 전까지도 원내행정실에서는 TF 진행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와 윗선이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3일 공식 출범한 TF에는 위원장에 이한구 의원이, 간사는 나성린 의원, 위원으로는 강석훈 김현숙 이철우 의원이 참여했다. 해당 TF는 청와대가 해당 정책을 연말까지 처리할 것을 언급한 만큼 빠른 시일 내 야당과 협상해야하는 압박감이 생겼다. 이에 당내에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 아직 당론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또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공무원 연금 개혁 같은 경우 당내 합의는 물론 여론 조성이 중요하다. 청와대 요구처럼 연말까지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금이나 해경 해체 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가 자꾸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표심이 달려 있는데 (정부를) 도와주고 싶어도 섣불리 도와줄 수 없는 문제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청와대와의 엇박자가 당과의 소통 불능에서 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가 당과 소통할 통로를 만들어 놓고 있지 않다. 특임 장관 등을 잘 활용해 국회의원과 스킨십을 하고 소통해야하지 않나. 청와대가 당에 손을 내밀지 않으면서 일을 시키려고만 드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새누리당 고참 당직자는 당·청 간 사이가 멀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 6·4 지방선거 때 청와대가 전략이나 인력 지원 등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던 것도 당과 사이가 멀어진 원인이었던 것 같다. 서울시장 양측 캠프에서 그런 불만들이 많이 나왔다”며 “박 대통령의 힘이 많이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친박 지도부 때와 달리 당에서 정부 안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해주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외교 분야만 성과가 있었을 뿐 정치적 성과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 정책은 경제 분야의 최경환 장관의 역할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