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을 노리는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위원장 공모에 대거 신청했다. 이 중 진성준, 한정애 의원은 서울 강서을에서, 장하나, 전순옥 의원(왼쪽부터)은 경기 안양 동안을에서 맞붙게 됐다. 연합뉴스
이번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 공모에서 눈치싸움을 가장 크게 벌인 부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비례대표들은 현역 의원이 없는 곳 중 자신의 연고나 당의 열세 지역, 현 지역위원장의 경쟁력이 약한 지역 등을 고려하기에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을 여지가 크다. 공모 전 한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비례대표 의원 대부분이 지역구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명은 도통 어디를 할지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알게 되면 내게 전해 달라”며 ‘취재’에 나설 정도였다.
공모 마감 결과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의원 21명 중 절반인 11명이 지역위원장을 신청했다. 이 중 비례대표들끼리 맞붙은 곳은 서울 강서을과 경기 안양 동안을이다. 진성준 한정애 의원은 경선 전부터 김효석 전 위원장의 공석으로 생긴 서울 강서을 지역에 사무실을 마련해두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왔기에 막상막하의 대결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주 출신으로 고향 지역구 도전이 예상됐던 장하나 의원은 경기 안양 동안을에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지역에는 전태일 열사의 누나인 전순옥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장애인 몫 비례대표로 활약 중인 최동익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 도전했다. 해당 지역에는 지난 7월 재·보궐 선거 당시 전략공천에 강하게 반발했던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도 재도전했다. 은수미 의원은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당 지역에는 안철수계 주요 인사로 분류되는 정기남 전 안철수 대선캠프 비서실 부실장뿐 아니라 정환석 전 지역위원장 등 총 6명의 후보자가 나와 격전지로 예상되고 있다. 김광진 의원은 연고가 있는 순천·곡성에, 남인순 의원은 서울 송파병에 신청했다. 김기준(서울 양천갑), 백군기(경기 용인갑),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은 민주당 시절부터 지역위원장을 맡아온 곳에 신청서를 냈다.
남인순 장하나 의원은 조강특위 위원이면서도 지역위원장 경선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후보들이 이의제기를 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소위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맡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정상 큰 무리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 새정치연합 고위 당직자는 “조강특위 위원이 지역위원장에 도전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본인이 신청한 지역구를 심사할 때는 제척사유가 돼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역구 도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하지 않은 비례대표들도 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의 경우 지역 정가에서 안산 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역위원장 공모는 신청하지 않았다. 부산 지역에 출마가 점쳐진 배재정 의원도 지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김기식 최민희 진선미 의원 등도 차기 총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지역위원장 공모 신청자 명단에는 없었다.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옛 새정치연합 세력의 지역위원장 도전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지난 15일 안철수 의원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강특위에 자신의 몫으로 들어간 송호창 의원의 위원직 사퇴 소식을 전했다. 조강특위 등 당직을 맡지 않고 계파싸움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후 안 의원은 자파 인사들에게 지역위원장 공모 신청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계 인사들은 이 같은 결정을 따르는 모양새다. 조배숙 전 의원과 박왕규 매트릭스 여론분석센터장의 지역위원장 도전이 점쳐졌지만 공모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안 의원의 도움 없이 도전장을 내민 안철수계 인사들도 있다. 안철수계 주요 인사로 분류되는 정기남 전 안철수 대선캠프 비서실 부실장과 이태규 당무혁신실장이 각각 경기 성남 중원, 경기 고양 덕양을에 도전장을 냈다. 고양 덕양을은 손학규계인 송두영 전 지역위원장과 김근태계이자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문용식 전 인터넷소통위원장이 신청해 안철수 손학규 문재인계의 3파전이 예상된다.
이외에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계 몫으로 새정치연합 인천 동구청장 후보에 올랐던 김찬진 씨가 인천 남구갑 지역위원장을 신청했다. 순천 지역에는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정표수 예비역 공군 소장이 도전했고 광주 서구을에는 역시 안철수계인 윤장현 시장과 가까운 김하중 중앙당 법률지원단장이 지원했다.
내년 전당대회 출마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원외 인사들도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대구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부겸 전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 김두관 상임고문은 김포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고문의 경우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김다섭 전 지역위원장과 또 다시 자리를 다투게 됐다. 반면 차기 당권 도전자로 점쳐지는 정동영 상임고문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남을 지역위원장에 신청하지 않아 호남권 출마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은 광주 서구을과 순천·곡성이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은 구민주계인 김정현 중앙당 수석부대변인과 손학규계인 조영택 전 의원, 윤장현 광주시장과 가까운 김하중 중앙당 법률지원단장이 지원했다. 여기에 김영남 광주시의원과 정상용 전 의원 등 총 6명의 후보가 신청했다.
호남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른 전남 순천·곡성 지역위원장 쟁탈전도 치열할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박지원 의원의 후방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김광진 의원을 비롯해 그동안 텃밭을 가꿔온 서갑원 전 의원과 노관규 전 순천시장,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정표수 예비역 공군 소장 등 7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서의 고위 당직자는 “이번에는 격전지가 많지 않다. 지역위원장 경선 룰은 주로 단수공천이나 권리당원 투표로 정해지는데 단수추천의 경우 지지도가 월등히 높은 사람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때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과거처럼 후보 간 논란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호남권 등 막상막하인 곳이 주로 경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