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스 힐튼이 전 남친인 릭 살로몬(작은 사진 왼쪽)과 찍은 섹스 동영상은 비디오로 출시되자 엄청난 인기를 끌어 그 해에 가장 많이 대여된 비디오로 기록되었다.
1968년에 태어난 릭 살로몬의 직업은 포커 플레이어지만,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셀러브리티와의 결혼과 힐튼과 찍은 비디오였다. 1995년에 성우인 엘리자베스 데일리와 결혼해 두 딸을 두었지만 2000년에 이혼한 살로몬은 2002년에, TV 시리즈 <베벌리힐스의 아이들>로 유명한 여배우 섀넌 도허티와 결혼했지만 9개월 만에 이혼했다. 그 사이에 살로몬이 만났던 사람이 바로 패리스 힐튼. 첫 이혼을 한 직후인 2001년 초, 33세의 살로몬은 20세의 힐튼과 사랑에 빠졌다.
연초에 만난 그들의 로맨스는 연말까지 이어졌다. 그 정점은 5월이었고, 그들은 마치 사랑의 정표처럼 비디오를 찍는다. 장소는 LA의 할리우드 힐즈에 있는 살로몬의 집. 30분 정도 분량이었고, 그 중 20분엔 그들의 섹스가 적나라하게 담겼다. 이후 그들은 여행을 다녀왔고, 가끔씩 그 비디오를 함께 보며 즐겼다고 한다. 살로몬은 절친들을 불러 함께 그 비디오를 보았는데, 힐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들의 관계는 2001년 겨울에 끝났다.
사건은 2003년에 터졌다. 이 해는 그녀에게 천당과 지옥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니콜 리치와 함께 출연한 TV 리얼리티 쇼 <심플 라이프>가 대박을 기록한 것. 이와 동시에 힐튼의 섹스 비디오가 있다는 소식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고 8월에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에 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물론 힐튼의 대답은 “노!”였다. 그러나 11월이 되자 인터넷 포르노그래피 업체인 ‘마바드’의 사이트에 3분짜리 클립이 올랐고, 그들은 풀 버전이 곧 공개된다고 밝혔다.
사건이 터지자 미국의 대부호 가문 중 하나인 힐튼 패밀리에선 적극 대응했다. 일단 비디오의 존재는 인정했다. 그리고 1단계는 힐튼을 순진한 희생자로 부각시키는 것. 서른 살 넘은 이혼남 릭 살로몬이 어린 여자를 성적으로 유린했다는 것이다. 2단계에선 살로몬을 범죄자처럼 몰고 갔다. 대변인인 시리 가버는 살로몬이 알코올이나 마약을 통해 힐튼을 저항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 그러면서 풀 버전을 본 익명의 누군가가 한 말을 인용했다. “비디오 내내 힐튼은 눈의 흰자를 드러낸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내가 본 가장 역겹고 악몽 같은 비디오였다.” 힐튼은 직접 AP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는 매우 당황스럽고 치욕스러운 상황이다. 그 누구도 이 비디오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 나이트 인 파리> 비디오 속 한 장면.
물론 다 거짓말이었다. 힐튼은 직접 카메라를 잡기도 했고, 욕실에선 환한 조명 아래에서 카메라를 보고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떤 알코올도 약물도 없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충분히 인식했고, 20분 이상 섹스를 하면서 여러 차례 체위를 바꾸었으며, 자신의 정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그녀는 20세. 미성년자가 아니었다. 고소가 이어졌다. 살로몬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힐튼가에 1000만 달러짜리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그리고 허락 없이 동영상을 띄웠다며 인터넷 업체 ‘마바드’도 고소했다.
‘마바드’는 일의 전말을 밝혔다. 유출한 사람은 돈 트래셔. 살로몬의 친구였다. 그는 살로몬과 힐튼에게 모두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이에 살로몬은 허락한 적 없다며 맞섰다. 힐튼 쪽도 고소를 했다. 요구한 보상액은 자그마치 3000만 달러. 프라이버시 침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비용이었다. 결국 업체는 테이프를 힐튼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장사는 이때부터였다. 공개된 클립은 3분. 알려진 섹스 신 풀 타임은 27분이었다. 2004년 2월 살로몬은 자신의 사이트에 38분짜리 버전을 올렸고, 보는 데 50달러를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익은 시원치 않았고, 살로몬은 아예 레드 라이트 비디오라는 곳을 통해 <원 나이트 인 파리>라는 이름으로 비디오를 출시한다. 파티 장면을 추가한 45분짜리 버전이었다. 살로몬은 힐튼에게 40만 달러와 수익의 일부를 주었고, 힐튼은 그 돈을 자선 단체에 모두 기부했다. 이 비디오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그 해에 가장 많이 대여된 비디오로 기록되었다. 인터넷 업체에 대한 힐튼의 고소는 법원에서 기각되었고, 이에 살로몬도 힐튼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모든 것은 너무나 평화롭게 마무리되었고, 힐튼은 이 사건으로 셀러브리티로서 확고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살로몬은 2007년에 세 번째 결혼을 했다. 그 대상은… 놀라지 마시라. 20세기 최고의 섹스 비디오 주인공이었던 패멀라 앤더슨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2008년 4월에 이혼했다. 그리고 6년 후, 2014년 2월에 재결합했지만 역시 5개월 만에 이혼한다. 이혼 이틀 전 살로몬은 세계 포커 대회에서 우승해 280만 달러를 받았고 앤더슨의 위자료는 폭등했다. 우연 치곤 정말 대단한 우연이었다. 다음 주엔 살로몬과 두 번 결혼한 여인, 패멀라 앤더슨의 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