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영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역 연기자를 상징하는 또 다른 존재는 ‘엄마 매니저’였다. 대개 4~5세부터 연기를 시작한 아들 아역은 엄마의 적극적인 지원과 교육 속에 연기를 해왔다. 지금 활약하는 아역 스타 대부분도 엄마에 의해 발굴, 성장한 이들이다. 2008년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과속스캔들>의 주인공 왕석현 군이 고향인 부산에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영화 오디션이 응시한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일종의 ‘1인 기획사’였던 셈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아역 연기자들 가운데서도 스타가 탄생하면서 가내수공업에 가까웠던 가족 매니지먼트는 거의 사라졌다”며 “요즘 아역 연기자는 대부분 대형 매니지먼트에 소속돼 있다”고 밝혔다. 기획사가 가능성 있는 아역을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까지 진행한다. 그만큼 아역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고, 그들의 효용 가치 또한 높아졌다는 의미다.
왼쪽부터 김새론, 김유정.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마마>의 성공을 도운 윤찬영은 판타지오가 매년 진행하는 ‘전국투어 아이틴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신예다. 올해 3회를 맞은 이 오디션은 매니지먼트사가 각 지역 연기 아카데미들과 협력해 유망주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지원자가 2000~3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이다. 선발된 이들은 매니지먼트 시스템 아래 연기는 물론 노래, 춤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받는다. 전방위 활동이 가능한 엔터테이너의 육성이다.
중학생이지만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는 김유정도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스타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한석규, 이제훈과 더불어 주연으로 나선 그는 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인물이자 로맨스 연기까지 소화하고 있다. 10대 연기자의 로맨스는 금기시 돼 왔던 분위기도 김유정 같은 아역 스타들의 등장 덕분에 차츰 허물어진다. 지난해 MBC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첫사랑 멜로를 펼친 여진구와 김소연도 비슷한 경우다.
여진구
스타 아역이 발휘하는 ‘흥행 보증’은 곧 이들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드라마의 경우 현재 지상파 3사는 만 19세 미만 미성년 연기자에 한해 출연료를 1~5등급으로 나눠 지급하고 있다. 활동 경력 등에 따른 차등 지급 방식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아역 연기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여진구나 김유정, 김새론 등 ‘톱’으로 꼽히는 아역 출연료는 인지도와 스타 파워 등을 고려해 따로 책정된다. 한마디로 ‘급’이 다르다는 의미다. 이들이 받는 출연료를 ‘대외비’이지만 얼마 전 한 10대 연기자의 드라마 출연료가 회당 1000만 원까지 올라 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역들의 역할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국한되거나 누군가의 아들, 딸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개성 강한 배역이 늘고 있다”며 “성인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끌기도 좋아 요즘엔 아역 연기자들도 모시기 경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니지먼트사들도 스타 아역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편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성년자라는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찍부터 시작하는 사회생활 탓에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잦다. 올해 초 김새론은 친구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곤욕을 치렀다. 사진에 와인 등 술병이 등장한 게 발단이었다. 여러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억측이 난무하자 김새론은 직접 자신의 SNS를 통해 “내 나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생각도, 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썼다. 성인이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던 상황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