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동열 감독은 구단과 2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팬들의 비난 여론에 못 이겨 6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이만수 전 감독은 2006년 10월 30일 SK 수석코치로 계약했고, 2011년 8월 김성근 당시 감독이 경질되면서 감독대행이 됐다. 2012년 3년 계약으로 정식 1군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2012년 팀을 한국시리즈(준우승)까지 올려놨으나 지난해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2007년 SK는 김성근 감독-이만수 수석코치 체제를 가동했다. 당시 야구계에선 SK가 이 전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지목하고, 김성근 감독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는 구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2006년만 해도 정규시즌 6위에 머물렀던 팀을 2007년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2009년만 제외하고(준우승)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끌며 ‘SK 왕조’를 건설하자 구단으로선 김성근 감독을 ‘내칠’ 명분이 부족했다. 김 감독은 당시 기자에게 “SK에서 나에게 감독직 제안을 하면서 옵션으로 내민 카드가 수석코치는 이만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면서 “SK는 날 이만수 감독 만들기 위한 도우미로 여겼다”며 분개한 적이 있었다.
결국 2011년 SK와 김성근 감독은 시즌 중간에 최악의 이별을 했고, 김 감독이 떠난 자리는 ‘당연히’ 이만수 전 감독이 맡았다. 그러나 이 전 감독은 2012년 팀을 한국시리즈(준우승)까지 올려놨으나 지난해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만수 감독 만들기에 앞장섰던 구단이 성적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일부 야구인은 SK가 김용희 신임 감독을 선정하는 배경에는 박경완 육성총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이전 ‘김성근-이만수’의 조합처럼 SK가 박경완을 차기 감독으로 키우기 위해 김용희 신임 감독에게 2군 감독으로 활약한 박경완을 1군 육성총괄에 앉혔다는 것이다. 육성총괄은 김용희 신임 감독의 이전 보직이었다. ‘김성근-이만수’ 조합과 차이점이 있다면 김성근 감독은 구단의 이만수 지도자 만들기에 반발했지만, 김용희 신임 감독은 구단의 생각을 읽고 ‘쿨하게’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김 신임 감독의 계약 기간은 2년이다.
두산이 3년 계약 중 1년을 소화한 송일수 전 감독을 경질시킨 결정적인 배경에는 LG와의 경기가 작용한다. 두산은 아시안게임 휴식기인 15일 동안 4위 LG와 2경기 차였다. 구단으로선 휴식기 동안 팀을 잘 정비해 시즌 막판에 반전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대했다. 그러나 두산은 휴식기 이후 KIA에 2연패를 당했고, 이후 원정에서 또다시 2연패를 이어갔다. 가장 치명적인 경기는 지난 10월 11일 LG전에서 2-15로 대패한 부분이다. 두산 입장에선 ‘잠실 라이벌’로 불리는 LG에게 치욕스런 패배를 당했고, 결국 LG가 4강에 올라가고, 두산이 탈락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
SK의 김용희 신임 감독 취임식과 이만수 전임 감독 이임식이 10월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2층 프리미어볼룸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만수 전 감독이 선수들과 이별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두산을 담당하는 한 야구기자에 의하면 “두산으로선 1년 만에 감독을 또 다시 교체하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면서 “박정원 구단주도 송일수 감독을 교체하려면 그를 추천한 구단 관계자들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송 감독 체제로 끌고 가려다가 LG전에서 대패하고 LG가 4강에 오른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송 감독의 지도력에 큰 실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태룡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은 외부 인사보다는 두산 출신의 지도자를 감독으로 추대할 계획이었고, 그 후보에 김태형 신임 감독이 포함돼 있었다.
야구인 A 씨는 “김태형 신임 감독은 김태룡 단장과 1990년 두산 입단할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지난 20일 박정원 구단주에게 시즌종합보고서를 올리며 신임 감독을 추천했는데, 김태형 감독이 포함됐고, 박 구단주가 최종 승인하면서 인사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이 김 신임 감독을 지명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전 선수협의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주장을 맡았던 김 신임 감독이 선수단과 프런트를 상대로 합리적인 태도와 설득을 해나가면서 모두에게 신뢰를 받았던 부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김태형 신임 감독은 구단과 개인 미팅을 가지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감독 자리에 오른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야구인 A 씨의 설명이다.
지난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김태형 감독 취임 기자회견. 오른쪽은 송일수 전 감독.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두산 고위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처음엔 송일수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맡는 걸로 이해했다. 그래서 살짝 고민도 했다고 하더라. 자신이 송 감독 밑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단 관계자와의 미팅 후 자신에게 감독직을 제안하는 얘길 듣고 굉장히 당황해 했다고 들었다. 3년간 SK에서 배터리 코치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김 감독은 두산에 가지 않았으면 김용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산이 감독직을 제안하면서 김 감독은 다시 친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011년 김경문 전 두산 감독(현 NC 다이노스 감독)이 자진 사퇴 했을 때 베어스 유니폼을 벗고 SK 와이번스 행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올해까지 SK에서 배터리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김 감독의 계약 기간도 김용희 감독과 마찬가지로 2년이다.
야구인 A 씨는 김태형 감독이 전임 감독이었던 김진욱, 송일수와는 다른 색깔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전임 감독이 프런트 밀착형이었다면 김태형 감독은 ‘제2의 김경문’이라고 불릴 만큼 프런트와 분명한 선긋기를 하면서 현장을 장악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KIA 타이거즈는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6일 만에 선 감독이 사퇴하는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령탑을 앉히려다 여의치 않게 되자, 선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KIA 팬들은 선 감독과 구단을 향해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지난 3년간 선 감독이 보인 지도력에 인내심을 잃은 KIA 팬들은 선 감독이 물러나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벌일 정도였다. 결국 선 감독은 KIA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게재하면서 성난 ‘팬심’ 달래기에 나섰고, 잠시 여론이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군 입대를 원하는 안치홍에게 협박성 임의탈퇴를 거론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다시 여론이 들끓었다. 선 감독은 안치홍과 관련해서는 “임의탈퇴를 거론한 게 아니라 구단이 임의탈퇴를 시킬 수도 있으니 잘 판단하라고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는 10월 25일 팀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제10대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72)을 3년간 총액 20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에 계약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김 감독에 대해 프로야구계 최고의 승부사이고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이며 특유의 강한 훈련과 철저한 전략으로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감독으로 평가했다.
김 감독은 1984년 OB 베어스 감독을 시작으로 국내 프로야구 5개팀 감독을 역임하였으며, 프로통산 2807경기에 출장하여 1234승 57무 1036패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계약 체결 직후 “마지막까지 기회를 주신 한화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성원해 주신 팬들에게도 고맙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성근 감독과 함께 감독 후보군 1순위에 오른 김기태 전 LG 감독은 일본 진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요미우리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며 깊은 인연을 맺은 하라 감독이 김기태 전 감독에게 타격코치를 제안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은 일본보다는 한국에서의 프로감독 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후문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