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연예인들의 빈소는 철저히 폐쇄적이었다. 아니 폐쇄적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유가족과 조문을 온 동료 연예인 보호 차원에서 고인이 된 연예인과 유가족의 일가친척과 지인, 그리고 연예관계자 등에게만 빈소가 개방됐던 것이다. 이에 따라 연예인 장례식장에는 검정 양복의 경호업체 직원들이 늘 상주했다.
그렇지만 신해철의 빈소는 열린 빈소다. 고인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 측은 28일 “오늘 오후 1시부터 발인 전인 31일까지 신해철의 팬들에게도 빈소를 개방한다”고 밝혔다. 신해철 팬클럽 역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도 해철님을 배웅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팬들과의 접촉과 교류를 중시한 고인의 뜻을 담은 장례식을 마련하고자 한 유가족과 소속사의 뜻에 따라서 이뤄진 것이다.
사진 공동취재단
빈소가 개방된 오후 1시를 앞두고 빈소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빈소 개방 시간에 맞춰 온 일반인 팬들이 눈물을 흘리며 조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신해철의 열린 빈소에는 검정 양복의 경호업체 직원들이 없는 대신 진심 어린 추모의 마음을 담고 찾아온 일반인 팬 조문객들이 있었다. 저녁 시간 이후에는 퇴근하고 찾아오는 일반인 팬 조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후 2시 무렵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은 다소 한산해졌다. 1시에 맞춰 찾아온 조문객이 대부분 조문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승철 허지웅 등 연예인 조문객들이 한두 명씩 빈소를 향했지만 대부분 조용히 빈소로 들어갔다. 경호업체 직원들이 없지만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조문을 마친 조용필, 싸이, 신대철, 김혜림 등이 빈소 한쪽에 함께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슬픈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지만 빈소가 일반인 팬들에게 개방됐음에도 이처럼 연예인들의 조문을 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과정이 방해를 받거나 하는 혼란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의 연예인 빈소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데에는 취재진의 지나친 취재 열기도 한몫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날은 현장을 찾은 사진기자들이 사진공동취재단을 꾸려 빈소 전경 사진과 영정 사진을 촬영한 뒤 대부분 해산했다. 영상 취재를 위한 취재진 역시 대부분 장례식장 로비 앞에 모여서 조문객들을 취재할 뿐 장례식장 내부에서의 취재는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취재기자들 역시 대부분 장례식장 1층 로비의 카페 등에 자리를 잡고 가급적 2층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2층은 오히려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연예관계자는 “일반인에게 빈소가 개방됐지만 오히려 다른 연예인 빈소보다 더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에는 당연히 빈소를 비공개하고 경호업체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고인이 보여준 것 같다”면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은 팬들의 모습을 보며 그분들이 천사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왕이 가는 길을 천사들이 배웅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얘기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