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둑은 세계 최강이지만 체스는 후진국인데 이런 국제대회를 연다는 것은 대단하다.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맨 앞에서 알렉세이 같은 청년이 견인차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알렉세이는 올해 스물두 살. 1986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한인 2세인 할아버지 니콜라이에게 체스를 배웠다. 할아버지는 타슈켄트 체스 챔피언이었다. 재주가 인정돼 여섯 살 때부터 올림픽 청소년 체육학교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이듬해 일곱 살 나던 1993년부터는 각종 체스대회에 출전하기 시작, 1996년 러시아 선수권전, 1998년 유럽선수권전과 세계선수권전 등에 선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1997년에는 모스크바 챔피언에 올랐다.
2000년에 세계체스연맹(FIDE)으로부터 ‘마스터’ 칭호를 받았고, 2001년에는 ‘국제마스터’ 칭호, 그리고 2004년에는 최고 단계인 ‘국제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획득했다. 눈부신 성장 속도였다.
세계대회 우승 상금이 큰 것은 300만 달러가 넘는다. 일단 상금 규모에서 바둑의 열 배 이상이다. 유럽권에서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중국의 경우 영재 커리큘럼에도 들어가 있다. 우리만 아직 보급이 덜 돼있는 셈이다.
알렉세이는 지난 1998년 제주도 전국체전 때 아버지와 함께 처음 할아버지의 나라를 찾았다. 3년 전인 2005년에는 한국의 출판사에서 알렉세이의 ‘체스 교본’을 출간했다. 알렉세이는 그 해 여름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전에 참가한 후 한국체스연맹(회장 이해범)의 초청으로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아 출판기념회, 지도다면기 등의 행사를 가졌다.
아버지 에드아르드 킴은 열 번도 더 다녀갔다. 한국에서도 체스가 꽃을 피워 알렉세이가 한국의 체스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에드아르드 자신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인데 학창 시절 모스크바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적이 있는 수재인 데다 동서양의 문학 음악 등 예술 전반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교양인이다. 현재 전 러시아 고려인회 사무총장 겸 재 모스크바 고려인회 회장을 맡아 모국과 러시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드아르드는 아들이 한국에 귀화하고, 한국인의 이름으로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되는 것이 꿈이다.
체스는 바둑과 함께 이른바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종목이다. 거기에 브리지, 장기 등이 합류해 생겨난 것이 ‘마인드 스포츠 올림픽’이다. 어쨌든 바둑의 이창호 이세돌, 체스의 알렉세이, 이건 가히 환상적이다. 알렉세이 킴 후원회 같은 게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