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중반의 여성이 박근혜 전 대표 집에 침입하려 담장을 넘다 철조망에 걸린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해 칩거 중이던 박 전 대표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
재미있는 점은 이 괴한은 남자가 아니라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는 사실. 경찰 조사결과 이 여성은 박 전 대표와 특별한 인연도 없었고 돈을 노리고 침입한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담장을 넘었다는 것.과연 이 여성은 왜 박 전 대표의 집 담을 넘으려 했던 것일까.
지난달 30일 오후 9시경 김 아무개 씨(여·26)는 박 전 대표의 집을 찾아가 문 앞에서 경비원 정 아무개 씨에게 “박 전 대표와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며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비원 정 씨가 “박 전 대표는 집에 없다”며 거절하자 김 씨는 돌아가는 척하다가 얼마 후 담을 넘어 박 전 대표 집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김 씨는 담을 넘지 못하고 철조망에 걸리고 말았다.
오후 10시경 경비원 정 씨가 김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강남 삼성지구대에서 경찰이 출동, 김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 씨가 철조망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로 괴로워하며 매달려 있었다”며 “우리가 초등학교 담에 올라가 간신히 ‘구출’할 수 있었다”고 검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조사결과 김 씨는 박 전 대표의 집 옆에 위치한 S 초등학교 교문을 밟고 담을 넘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S 초등학교 교문을 밟고 올라설 경우 박 전 대표의 집 담벼락은 높이가 불과 13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웬만한 사람은 넘을 수 있는 높이였지만 담장에 쳐져있던 철조망 때문에 김 씨는 실패하고 말았던 것.
박 전 대표는 당시 집에 있지 않았으며 나중에 이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일까.
김 씨는 경찰에서 “수년간 스토킹 피해를 당했는데 법적 규정이 없어서 가해자를 처벌도 못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에게 내 사정을 호소하면 법안 마련에 힘 써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비원이 면담 요청 자체를 전해주지 않자 홧김에 담을 넘었다”고 진술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를 졸업하고 과외선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 씨는 3년 전인 지난 2005년경부터 한 남성으로부터 지독한 스토킹을 당해 경찰에 피해사실을 수차례 신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찰이 이 남성을 경범죄로 처벌할 뿐이어서 스토킹이 멈춰지지 않았다는 것.
경찰 조사결과 김 씨의 진술은 사실이었다. 경찰은 “김 씨를 괴롭힌 그 남성은 구속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김 씨의 말대로 경범죄로 몇 번 처벌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씨의 소지품에서도 흉기나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혹여 김 씨한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2회에 걸쳐 정신감정까지 했으나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과거에도 정신병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김 씨는 왜 하고많은 국회의원 중에서 왜 박 전 대표를 찾아갈 생각을 했을까. 경찰도 이 부분을 조사했지만 김 씨와 박 전 대표를 관련지을 만한 사안은 찾지 못했다. 굳이 연관짓는다면 김 씨가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의 회원이라는 것 정도였다. 김 씨는 1년 전쯤 ‘박사모’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같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박 전 대표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 의원보다는 아무래도 얘기하기가 편하고 자신의 처지를 좀더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
경찰은 “김 씨 같은 경우는 다행히 박 전 대표에게 악의가 없었고 담을 넘지도 못했지만 만약에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담을 넘어간다면 큰일 아니냐”며 “이번에 드러난 취약 지역 담장은 어떤 식으로든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