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당·청간 일사불란했던 모습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 같은 국감 분위기는 과거 제18대 국회와 백팔십도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18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현 미방위) 소속이었던 새누리당 의원실 비서관은 “그때는 당에서 전략적으로 질의할 내용을 전달했다. 각 의원들이 일종의 역할을 나누어 맡은 것이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야당과 각을 세워 싸우곤 했다. 지금은 그렇게 열정적으로 싸우는 의원과 보좌진이 없고 당에서도 그런 전략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정책위에서 논의된 질의 주제 등이 간사에게 전달됐고, 위원들에게 각각 역할을 맡겨 전략적인 국감 질의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 짜기 방식은 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상임위 위주로 이뤄졌다.
한 새누리당 고참 당직자는 “국감 전략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새누리당 자체의 전략도 부실하다. 지금 당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전략도 없다. 18대 때에는 당직자들이 모여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추진안 등을 같이 논의하고 자유롭게 제안하고는 했다. 지금은 그런 일을 하는 당직자들이 없다. 결국 당 자체에 전략이 사라져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감 전략 부재의 배경엔 당직 개편의 문제도 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9월 25부터 당사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의원회관에 있던 당 기획조정국과 전략기획국 등 주요 부서들을 당사로 이전시켰다. 당에서는 리모델링과 함께 대대적인 인사이동도 이뤄졌다. 주요 부서들을 당사로 이전시킨 것은 당을 중심으로 전략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함이었지만 인사이동으로 경험이 없는 당직자들이 요직에 앉게 돼 실무성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당직자 개편이 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국감이 닥쳤다. 세월호 정국에 언제 국감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알았다고 해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면서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청와대로 40대의 젊은 친박계 당직자들이 많이 들어갔다. 주로 대통령을 만든 유능한 당직자들이었는데 그 중 20여 명은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런 당직자들이 당에서 빠져나갔으니 지금 인재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당직자들로 인한 당의 전략 부재 문제가 이미 10년간 정권을 잡았던 야당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상진 뉴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지금 새누리당은 야당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새정치민주연합도 10년간 정권을 잡으면서 능력 있는 당직자들이 대부분 선거에 출마하거나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면서 빠져나갔다. 그런 사람들이 유출되면서 당의 체질이 약화되고 전략 구성력과 공격력,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한 “당에 전략이 있으려면 우선 청와대와 당이 소통해야 한다. 청와대와 당이 정보를 공유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실질적으로 당직자들의 능력 여부를 떠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당직자들의 실무 역량 문제와 단절된 당·청 관계가 지속될 경우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박 출신으로, ‘개국공신’이지만 비박으로 분류됐던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친박 지도부 때와 같은 당·청 간 일사불란했던 모습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김무성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하고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둘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도 그 예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보좌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명박 정권에서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현 정권이 밀어줘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당직자 인사이동 후 정부와의 관계가 더 멀어졌다. 황우여 원내대표 시절에는 핵심 당직자들이 모두 친박계였기에 당에서 무슨 일만 있어도 5분 안에 청와대에 정보가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미묘한 갈등이 김 대표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정부와 척을 지면 본인이 불리해진다. 친박도 박근혜 대통령 자체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지닌 당원들의 지지도 때문에 밀어줬던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등을 돌리면 그 표심이 사라진다. 지금 김 대표가 당직자를 개편하고 당을 장악하면 중앙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불리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