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출연자들이 활약하고 있는 방송들. 위는 JTBC <비정상회담>, 아래는 왼쪽부터 SBS <룸메이트2>, MBC <헬로 이방인>.
문제는 항상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제작진은 효용도가 높은 외국인을 섭외하려고 하나 이미 검증된 이들 외에는 함부로 방송에 출연시킬 수 없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이들을 보면서 ‘코리안 드림’을 누리겠다는 심산으로 방송 출연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신분 확인 없이 기용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양쪽을 조율할 주체로 연예기획사들이 다시 힘을 쓰고 있다. 출연시키려는 방송사와 출연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사이에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역할을 하며 수익을 극대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에서 보수적인 사고로 ‘유생’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터키 출신 방송인 에네스 카야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혼자 할 수 있으면 계약을 맺지 말고 혼자 하라”고 동료들에게 충고했다고 한다. 운영이 투명하지 않은 연예기획사와 자칫 잘못 계약을 맺었다가는 나쁜 계약 조건 때문에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혹사당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네스 카야와 함께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캐나다인 기욤 패트리는 지인에게 속아 1억 원을 사기 당했다. 2000년대 초중반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강자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옛날에는 돈이 많았지만 지금은 없다. 믿었던 한국인 친구한테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태권도 국가대표까지 지낼 정도로 한국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파비앙 역시 2007년 한국에 온 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의 뛰어난 태권도 실력 등이 화제를 모으자 업계 관계자들이 달콤한 유혹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에 출연해 적잖은 개런티를 받았지만 정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0년께 이런 일을 당하고 좌절하던 파비앙은 이때의 경험을 거울삼아 요즘 다시금 각종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외국인 예능의 대표주자였던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많은 미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연예계로 진출했다. 하지만 현재 <미녀들의 수다> 출신 외국인 방송인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악덕 연예기획사에 몸을 담았다가 상처를 입고 방송 활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 번도 소속사에 몸담은 적이 혼자서 프리랜서로 활동해 온 사유리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사유리는 한 방송에 출연해 “<미녀들의 수다>에 같이 출연했던 친구들이 들어간 소속사는 99%가 사기꾼이었다”며 “(취업) 비자 발급과 높은 출연료를 제시해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막상 촬영이 끝나고 나면 출연료조차 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렇듯 선량한 외국인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는 반면 외국인들은 관리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은 컴백 뮤직비디오에 유명세를 얻고 있는 외국인 A를 출연시켰다. 하지만 A는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고 약속을 펑크 내기 일쑤였다. 그에 대한 업계의 시선 역시 곱지 않기 때문에 이 그룹의 소속사는 A가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를 어떤 식으로 홍보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외국인을 방송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비자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비정상회담>에서 맹활약 중인 중국인 장위안과 미국인 타일러는 최근 비자 문제에 휩싸였다.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서 외국인은 E-6(예술흥행비자)가 있어야 하지만 타일러와 장위안은 각각 D-2(학생비자)와 E-2(회화지도비자)로 입국했기 때문에 방송 출연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정상회담> 측은 최근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정상회담>이 파일럿에서 정규방송으로 편성됐을 당시 타일러와 장위안이 정식 비자 전환 요청을 했다. 파일럿 방송에 출연했을 때 해당 비자를 가지지 않았던 기간에 따라 자진신고를 하면서 벌금을 납부했다”며 “두 사람의 비자 문제는 해결됐고, 방송 출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비정상회담> 하차 후 손가락욕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호주 출신 다니엘의 SNS 캡처.
하지만 방송 직후 그는 자신의 SNS에 “ㅋㅋㅋㅋㅋㅋ 뭘 공부해 #ㅗ ME, study?”라는 글과 함께 가면을 쓴 채 손가락 욕을 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논란이 되자 다니엘은 게시물을 삭제한 후 해명했지만 네티즌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니엘이 학업이 아닌 또 다른 이유로 <비정상회담>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추측과 그 배경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범죄자나 신분을 속인 출연자가 등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는 것처럼 외국인들의 정확한 신상조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간혹 방송에 출연시킨 외국인이 뜻하지 않은 말썽을 일으킬 때가 있다”며 “100번 중 1번이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전체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방송 제작 관계자들의 보다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