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왼쪽 원 안은 <상속자들>.
중국 언론은 지난 2일 당국이 해외 드라마의 인터넷 방영에 관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고 엄격한 관리와 통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와 <인민망(人民網)>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상에는 최근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가장 엄격한 수준의 인터넷 해외 드라마 관리 방법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고 여기에는 ‘수량제한’, ‘선(先)심사제’, ‘등기절차’ 등이 시행될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물론 중국의 언론과 영화, TV 등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이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돌고 있는 소문 속 내용이 이미 중국에서 법제화 가능성으로 대두됐던 내용들이라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제도들이 만들어진다면 중국 내 한류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별에서 온 그대>로 촉발돼 중국 내 한류를 이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를 정조준하는 제도들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한국과 중국에서 드라마의 ‘동시 시청’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중국 지상파에서는 현재 한국 드라마가 방송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승인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 드라마는 그동안 유쿠와 투도우, 아이치이 등 중국 포털 및 동영상 업체에 판매됐다. 한국에서는 ‘지상파 드라마’지만 중국에서는 ‘인터넷 드라마’인 셈이다.
처음에는 노출도가 낮을 것을 염려했지만 이는 오히려 호재가 됐다. 실제 소비계층이기도 한 10~30대 인터넷 세대들이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 <쓰리데이즈> 등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챙겨봤고 각종 SNS를 통해 입소문을 냈다. 드라마를 본 후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옷과 소품을 사는 등 인기를 소비로 연결시키며 한국 드라마 열풍을 주도했다.
한국에서 방송된 직후 중국에서 방송되기까지 짧으면 2~3시간 정도의 시차만 있을 뿐이니 실시간 중계나 다름없었다. 중국의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이를 막을 근본적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실시간 방송은 한국 콘텐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어책이었다.
하지만 앞선 법안들이 발효되면 내년에 중국 내 방송을 목표로 하는 해외 드라마는 완성된 드라마와 자막을 모두 제출 후 허가증을 취득해야 한다. ‘완성된 드라마’라는 조항이 있는 만큼 한국에서 이미 방송이 끝난 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심사 기간까지 감안하면 한국에서 방송 후 중국에서 전파를 타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돼야 정식 유통이 가능하다. 현재 중국 불법 다운로드 시장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중국 네티즌이 이미 불법 동영상 파일로 한국 드라마를 본 뒤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쓰리데이즈>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 동영상 업체에서 더 이상 한국 드라마를 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미 불법 동영상으로 다 본 드라마를 굳이 돈을 내고 뒤늦게 보려는 중국인들이 있겠는가”라며 “자국 내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근절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해외 시장으로 중국의 자본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중국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현재 중국에 가장 비싸게 팔린 한국 드라마는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다. 회당 20만 달러, 약 2억 원을 받았다. 16부작임을 감안하면 제작비 중 32억 원을 중국 시장에서 충당했다는 의미다. 당장 이 수입이 사라진다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덩달아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 주가가 올랐던 배우들의 개런티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중국은 그동안 점차적으로 문을 닫아왔다. 한때는 한국 드라마에 중국인 성우가 더빙을 입힌 후 곧바로 방송했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와 배우들의 인기가 상승하자 이를 금지시켰고, 이어서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것도 철퇴를 맞았다.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다시 만든 <귀가의 유혹>이 큰 성공을 거둬 리메이크작의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추자현이 중국어권에서 인기 스타로 급부상했지만 그를 잇는 스타가 탄생되지 못한 이유다.
한 중국 전문 에이전시 대표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여전히 내수를 중시한다. 때문에 중국의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때문에 화제를 모으는 해외 콘텐츠가 유입되는 것을 아예 막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다”며 “전근대적인 사고지만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들의 불공정한 대처에 마땅히 맞설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제는 ‘수출’이 아니라 ‘유출’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다. 중국 지역 방송사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앞다퉈 베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강소위성TV의 <이치 라이 샤오바>가 KBS <개그 콘서트>에 이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표절해 SBS가 강하게 항의했다. <개그 콘서트>의 경우 또 다른 지역 방송사가 정식으로 포맷을 수입하면서 강소위성TV가 눈치를 보고 있지만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경우는 SBS가 공식 계약을 맺기 위한 전 단계로 판단해 제작 노하우를 전달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그들이 이를 역이용해 코너를 표절한 후 나 몰라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에이전시 대표는 “짝퉁의 천국이라 불리는 중국이 이제는 무형의 문화 콘텐츠 베끼기에 몰두하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 엑소, 슈퍼주니어, 빅뱅 등을 흉내 낸 짝퉁 그룹이 등장했다. 물론 실력과 외모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중국의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들이 발을 붙이고 돈을 벌 구멍이 생긴다”며 “정작 이를 막으려는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