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멀라 앤더슨과 토미 리는 동영상 유출 사건 이후 마치 비디오를 홍보라도 하듯 끊임없이 인터뷰에 응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두번에 걸친 재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사법부가 한 연예인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의 만천하에 폭로된 것에 대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사안이 조금은 특수했기 때문이다. 법에선 셀러브리티의 범위와 권리에 대해 정의를 내리며 그 한계를 규정한다. 미국 법에 의하면 복권 당첨자나 어떤 돌발적 사건의 우연한 목격자처럼 의도하지 않은 경우에도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으며, 그들에 대해 언론과 대중은 알 권리가 있다. 여기서 사생활 침해 부분은 명확히 보장되는데, 스타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유지함으로써 돈을 버는 존재이기에, 그들에 대한 지적 재산권에 대해선 매우 섬세한 법적 작업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패멀라와 토미는 어떤 경우였을까? 그들이 자신들의 섹스 비디오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펜트하우스>의 출간 방식 때문이다. 그들은 비디오의 몇몇 장면을 캡처 이미지로 만들어 미국판 <펜트하우스> 1996년 6월호에 실었다. 하지만 이전에 네덜란드판과 영국판 <펜트하우스>에 같은 사진이 실렸고, 이 사실은 하나의 뉴스로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해외 토픽’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대서양 건너 미국인들은 그 사진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고, 일종의 ‘대중의 알 권리’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궁금증이 모든 걸 허용하게 만든 건 아니었다. 원인 제공자는 패멀라와 토미였으니, 이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들이 성행위를 벌인 장소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들은 호수 한 가운데 떠 있는 보트에서 즐겼고, 고속도로 인근 공터에 차를 세우고 카섹스를 했다. 모두 공공장소였고, <펜트하우스>는 비디오 영상 중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만 잡지에 실었다. 세 번째 이유는 패멀라와 토미의 입방정이었다. 그들은 하워드 스턴의 라디오 쇼에 나가서, 자신들의 섹스 비디오의 장면들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어리석은 방식의 프로모션이 된 셈이며, 그런 행동을 통해 섹스 비디오는 프라이버시를 넘어 대중과 공유하는 그 무엇이 된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이유도 비슷하다. 그들 부부는 섹스 비디오 사건 이전에도 자신들의 성생활에 대해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토미 리의 페니스에 패멀라의 이름이 문신되어 있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그들의 성생활은 이미 대중과 일정 정도 공유된 부분이 있었고, 그러기에 섹스 비디오가 유출된 것을 전적으로 배타적인 재산이 도난당한 걸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8년에 <팸과 토미 리: 하드코어 무검열판>이라는 비디오가 출시되었다. 도난당한 비디오의 총 러닝타임 3시간을 축약한 것으로, 76분 정도 길이였는데 그들의 일상이 중심일 뿐 섹스 신 부분은 의외로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인기는 대단했다. 장당 15달러였던 이 비디오는 약 2년 동안 30만 장 이상이 팔렸고, 인터넷에서도 장기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패멀라와 토미의 섹스 비디오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행되던 시기의 상징적 사건이었던 셈. 특히 패멀라 앤더슨은 사생활 노출로 고통받는 셀러브리티가 아니라, 비디오 유출로 단숨에 섹시 스타덤의 정상에 오르며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비즈니스 우먼이 되었다. 고의로 비디오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 정도였고, 부부는 사건 이후에 마치 비디오를 홍보라도 하듯 끊임없이 인터뷰에 응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토미 리는 1999년 발표한 ‘겟 네이키드’(Get Naked)에서 자신의 섹스 비디오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지속되지 못했다. 특히 토미 리의 폭력적 성향은 심각했으며, 2002년에 패멀라 앤더슨은 토미 리가 자신에게 C형 간염을 옮겼다며 소송을 걸었다. 함께 사용한 타투 바늘이 감염의 경로였던 것. 그녀는 이 병으로 1년 가까이 입원해야 했다.
이혼 전부터 스웨덴 모델 마르쿠스 셴켄베리 등과 심심찮게 염문설을 뿌렸던 패멀라는, 토미 리와 갈라진 후엔 키드 록과 사랑에 빠졌고 2006년에 결혼식을 올리지만 같은 해 이혼하고 만다. 이후 패리스 힐튼 비디오의 파트너였던 릭 살로몬과 결혼과 이혼을 두 번이나 반복한 패멀라는, 토미 리와 잠시 재회했지만 그는 여전히 폭력적이었고 결국 다시 갈라선다. 방황하던 토미 리는 2014년 독일 출신 가수 소피와 결혼했다. 한편 미국 법원은 <펜트하우스>에 실린 사진에 대해선 패멀라와 토미에 대해 야박하게 굴었지만, 출시된 비디오에 대해선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었다. 2005년, 비디오를 출시한 IEG에게, 패멀라와 토미에 대해 74만 1000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