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의 백두산 천연 광천수 사업은 중소기업인 S 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S 사의 김 아무개 회장은 광천수 사업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중국 중앙정부 및 길림성 지역 정부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김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백두산 광천수는 원시림 보호 구역 안에 있어 수원지가 잘 보호되어 왔으며 사계절 내내 낮은 수온을 유지해 세계 3대 광천수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기서 하루 나오는 수량은 총 2만 4000톤으로 이는 현재 국내 10여 개 물 사업체들이 하루에 생산하는 양과 거의 맞먹는다. 김 회장은 세계 최고 수질의 물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다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게다가 백두산에서 나오는 물이란 상징적 의미는 돈으로 환산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봤다.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김 회장은 군인공제회 측에 사업을 제안했다. 군인공제회도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농심, 굿모닝신한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에 참여할 당시 군인공제회 이사장이던 조영호 전 이사장도 “국내외 생수시장 참여를 통해 군인공제회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출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군인공제회와 농심, 굿모닝신한증권은 유상증자참여 방식으로 S 사에 투자했다. 유상증자는 회사의 자본을 늘리기 위해서 주주들 혹은 제3자에게 시세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군인공제회는 2007년 11월 23일 3만 2728주를 주당 35만 원, 총 114억 54만 8000원에 사들였다. 2008년 1월 4일에는 농심과 굿모닝신한증권이 주당 38만 5000원씩 각각 8182주를 31억 5007만 원을 들여 사들였다.
군인공제회는 유상증자와는 별도로 80억 원을 S 사에 더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군인공제회와 S 사 간에 맺은 계약서의 일부 내용을 보면 “군인공제회는 114억 54만 8000원의 유상증자와 별도로 80억 원을 2년 거치 후 원금 3년 균등 분할상환, 이자율 연리 11%의 조건으로 S 사에 융자해준다”고 나와 있다.
그렇게 유상증자를 해 S 사의 지분은 김 회장이 47%, 군인공제회가 30%, 농심과 굿모닝신한증권이 각각 10%를 보유하게 됐다. S 사는 군인공제회와 농협, 굿모닝신한 측의 투자금을 받아 현지 법인을 만들고 공장건립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하는 등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변수가 생겼다. 공장을 세우는 데 필요한 철골 등 원자재 값이 크게 상승한 것. 그러면서 공사가 지연됐고 결국 애초 시판 목표시기로 잡았던 베이징올림픽에 맞출 수 없게 됐다. 결국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야 공장설립이 재개됐고 아직까지 광천수는 시판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광천수 시판과는 관계없이 사업 진행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S 사는 김 회장이 오랫동안 백두산 물사업에 관심을 보여 왔고, 실제 백두산 광천수에 대한 채광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조그마한 건설사였다.
설사 군인공제회가 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연기금 특성상 사업성만 가지고 뛰어들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군인공제회 측은 “백두산 물이야 세계가 인정하는 물이고 중국 정부와 길림성 정부가 내준 채광권이 있었기 때문에 믿을 만했다”고 말했다.
그렇다해도 군인공제회가 유상증자를 참여할 당시 액면가 5000원이던 S 사 주식을 70배에 이르는 가격에 사들인 것은 의문이다. S 사의 2007년 재무제표상에 나와 있는 돈의 흐름도 석연치 않다. S 사는 2007년 11월 말 군인공제회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으로 곧바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샀다.
▲ 군인공제회는 백두산 물사업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짓고 있다는 공장 사진을 공개했다(왼쪽). 원 안은 길림성 부근 수원지를 표시한 지도. | ||
군인공제회나 S 사는 이를 ‘관시문화’라고 표현했다. 중국어로 ‘관시문화’란 ‘경쟁의 상황에서 남들이 쓰지 않는 반칙을 사용해 부적절하게 이권을 획득하는 관용어’를 말한다. 결국 투자금 중 일부가 어디로 샜다면 확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셈이다.
한 회계사는 “투자받은 돈으로 자회사 주식을 사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해외법인의 재무제표를 따라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공제회 측은 “S 사에 우리 감사팀 직원이 나가 있어 돈의 흐름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만큼 다른 데로 돈이 샐 여지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사업에 실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사업을 알고 있는 국회의 한 관계자는 “실체가 없는데 실체가 있는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웠던 일부 유전 사업들처럼 감사원에서 이번 사건을 비슷하게 바라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서만큼은 군인공제회와 S 사 측 모두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지 제881호(4월 5일자) 14~15페이지 <200억 투입 군인공제회 ‘백두산 물사업’ 그 후> 제하의 기사와 관련, S 사는 군인공제회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산 것이 아니라 S 사의 중국 현지 법인에 출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S 사는 채광권취득과 관련하여 현지에서 불법 로비를 한 바가 없고, 군인공제회의 투자결정이 S 사 김 회장과의 친분관계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며, 국내 시판계획은 전혀 없고, 현지 공장의 신축이 늦어지는 것은 오지인 관계로 공사 자재 및 장비 조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