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통죄로 고소당한 진태구 군수. | ||
검찰에 진태구 태안군수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지난 4월 10일. 검찰에 따르면 고소인 이 아무개 씨는 “진 군수가 지난 2006년 중순부터 자신의 아내와 간통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아내 김 아무개 씨(44)와 진 군수를 상대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실 진 군수의 이 같은 추문은 이미 1년여 전부터 ‘태안군수 X-파일’이라는 제목으로 떠돌았던 내용이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태안군청 홈페이지에 1년여 전에 ‘진 군수와 자신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김 씨의 글이 올라와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진 군수와 간통 혐의로 남편에게 고소된 김 씨가 “진 군수에게 선거운동 기간 성추행을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갖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하는 글을 태안군청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
하지만 당시 태안군청 측에서는 해당 글을 즉시 삭제하는 조치만 했을 뿐 진 군수가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하지는 않았다. 또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가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그 어떤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 씨 또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글을 두 차례나 올렸지만 실제로 기자회견을 갖지는 않았다.이렇게 ‘태안군수 X-파일’은 소문만 무성했을 뿐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1년이 지났다.
당시 태안군에서는 “정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기도 했었다.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 지 1년 만에 난데없이 김 씨의 남편 이 씨가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하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 그동안 루머 수준으로 나돌았던 ‘태안군수 X-파일’이 뒤늦게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과연 김 씨와 진 군수는 어떤 사이였을까.
진 군수와 김 씨의 인연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김 씨가 운영하던 술집에 진 군수가 손님으로 들르면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김 씨는 남편과 함께 유흥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검찰에 따르면 이렇게 진 군수와 인연을 맺은 김 씨는 지난 2006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태안군수 후보로 출마한 진 군수의 선거운동원으로 참여했고, 선거 기간 중 진 군수가 운동원들과 함께 김 씨의 가게를 많이 이용하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고 한다.
당시 김 씨는 지인들에게 “선거 때 우리 군수님이 술을 많이 팔아줘서 장사가 잘된다”고 자랑삼아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김 씨와 진 군수의 친분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김 씨는 주변에 공공연히 “진 군수와 선거운동 기간 막역지간이 돼 군수실과 관사를 자유롭게 출입한다”고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한 지인은 “김 씨의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단순한 운동원과 군수의 사이가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이처럼 사이가 좋았던 진 군수와 김 씨의 사이에서 이상기류가 포착된 것은 지난해 말. 태안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말 진 군수 부인이 타고 가던 승용차를 가로막고 운전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된 적이 있고, 올 초에는 간부회의가 열리고 있는 군수실을 찾아가 욕설을 퍼붓다가 경비원에 쫓겨나기도 했다.
또 지난달 있었던 군내 행사 ‘주민과의 대화’장에서도 김 씨가 나타나 진 군수에게 욕설을 퍼붓고 옷을 찢기도 했다.하지만 진 군수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주민들 앞에서 잇따라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음에도 진 군수가 침묵을 지키자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김 씨의 남편이 결국 진 군수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진 군수 측에서는 현재 “김 씨는 정신이상자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김 씨가 진 군수와 (선거 운동원으로서) 좋은 사이로 지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김 씨가 주장하는 ‘성추행’ 등은 모두 거짓이며 김 씨는 정신이상자에 불과하다. 거짓말로 계속해서 진 군수를 협박하고 돈을 받아내려는 인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진 군수는 지난해 말경 김 씨에게 1억 5000만 원 상당의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검찰에 따르면 진 군수는 지난 3월 20일 지인 2명을 고소인으로 내세워 “김 씨가 진 군수로부터 성추행과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억 5000만 원을 갈취했다”고 주장, 김 씨를 고소한 바 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진 군수가 떳떳하다면 명예훼손이나 공갈협박으로 고소하면 그만이었을 텐데 왜 돈을 줬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진 군수 측의 주장과는 달리 뭔가 알려지면 안되는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그러나 진 군수는 “이 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14일 자신을 간통죄로 고소한 이 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죄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 맞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고소인 이 씨도 “그들의 부적절한 만남은 상습적이었다”며 “날짜나 장소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시효문제에 걸리는 것은 제외했지만 여섯 건은 충분한 증거자료가 있다”고 주장하며 진 군수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태안군수 성추문 사건은 양쪽의 고소고발로 이제 전국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과연 거짓말을 하는 쪽은 어느 쪽일까.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