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학생이 특정 학생을 상대로 카카오톡에 욕설을 퍼붓는 ‘떼카’도 성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은 전남지방경찰청 홈페이지의 ‘떼카’ 자료 사진.
이 양은 ‘떼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고 하면서도 여러 명이 채팅방에서 한 명을 괴롭히는 왕따 수법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고 말했다. 이 양은 “그 친구들이 채팅방에서 왕따 시키는 것을 ‘떼카’라고 부르는지는 몰랐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괴롭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나도 왕따가 될 수 있겠다 생각하면 무섭다. 친구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만 바뀌어도 혹시 나한테 하는 말일까 항상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한 신종 왕따 수법은 꾸준히 진화해왔다. 대화방을 나가도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끊임없이 초대하는 ‘카톡감옥’, 피해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 채팅방에 혼자 남게 하는 ‘카톡방폭’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러 명에게 공개돼있는 카카오톡 스토리에 ‘착한 척하지마라’ ‘면상 치워라’ 같은 댓글을 단체로 남기는 방법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성매매 사이트 등에 피해 학생의 신상정보를 악의적으로 노출시키는 사이버 학교폭력도 있다.
‘떼카’도 사이버 학교폭력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카따’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특정학생을 배제하는 방식이라면 ‘떼카’는 그룹채팅에서 여러 명이 한 명을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가해자들이 특정학생을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초대해 욕설을 하거나 음란 사진 등을 보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피해학생이 대화방을 나가는 시도를 하면 끊임없이 채팅창으로 초대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지난 10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3명이 ‘떼카’와 같은 사이버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떼카’를 비롯한 사이버 학교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그 피해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거나 정신질환이 발병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할 경우 자살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2년 전 서울의 한 여고생이 ‘떼카’로 인한 집단 따돌림을 당한 끝에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다.
사이버 학교폭력은 직접 대면하여 이뤄지는 괴롭힘은 아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떨어져 있어도 모바일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24시간 이뤄지고, 피해확산이 빠르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피해를 입은 학생은 불특정 다수에게 순식간에 신상이 노출되거나 자신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이창호 연구위원은 “학교 폭력의 경우는 멍이 들거나 피가 나는 것 같이 비교적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사이버 학교폭력은 오프라인상의 왕따나 괴롭힘보다 밝혀내기 힘들 정도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며 “법과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다. 피해방지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법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실시간 대화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를 보호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용자 의사와 관계없이 상대방에 의해 일방적으로 대화방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따돌림이나 괴롭힘 같은 부작용이 생겨도 사전에 대화를 거부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에 대한 근거가 없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떼카’와 같은 사이버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SNS 대화방 초대에 대한 동의절차를 추가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현재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대화방 초대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가 없지만, 만약 동의절차를 신설한다면 잠재적 사이버 따돌림 상황을 애초에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줌으로써 사이버 폭력이 난무하지 않는 건강한 사이버소통문화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의 발달로 사이버 폭력의 유형이 다양화되고 피해자도 늘고 있다. 디지털기기의 진화에 따라 사이버 괴롭힘의 유형 또한 점차 다양해지고 교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에게 알려서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사실 피해 학생 중 대부분이 ‘떼카’를 당하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즉시 신고센터 117에 신고하거나 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