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 충남의 H 대학교 안 아무개 교수(47)가 검찰에 구속됐다. 안 씨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국가기술개발지원자금(정부지원금)을 받아 7억 2000만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 교수는 2006년 1월부터 최근까지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정부과제의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해 연구 활동을 벌여왔다. 검찰에 따르면 세 건의 연구 과제를 진행한 안 교수는 4년간 총 20억여 원의 국가지원금을 받았다.
검찰은 안 교수가 정부지원금을 더 타내기 위해 거래업체와 허위거래를 하거나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5억 8000만여 원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연구보조원으로 등록된 학생들에게 지급돼야 할 인건비도 모두 안 교수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안 교수가 인건비로 지급된 금액 중 횡령한 금액은 총 1억 2900만여 원이다.
검찰은 “안 교수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고급 외제승용차 한 대와 아파트 두 채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 인천지검에서도 허위서류를 작성해 국가 지원금을 횡령한 IT기업 대표 김 아무개 씨(35)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는 2006년 9월경 지식경제부의 ‘지역산업 중점기술개발사업’과 관련해 6500만여 원의 국가지원금을 받아 이 가운데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씨는 2006년 7월경에도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한 공동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네 차례에 걸쳐 1300만여 원의 지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김 씨는 횡령한 돈을 모두 유흥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정부지원금 횡령사건이 관련 교수들 사이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명문으로 꼽히는 유명 대학교에서도 국가지원금을 횡령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의 한 유명 사립대학교에서 연구조교로 근무 중인 A 씨는 현재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연구프로젝트에서 국가지원금 상당부분을 이 학교 최 아무개 담당교수가 횡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최 교수는 2007년부터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소연료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조교들이 다달이 받고 있는 급여는 10만 원선. 국가에선 연구보조원으로 등록된 사람들에게 매월 100만 원가량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 교수가 빼돌렸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조교들이 단 한 차례도 제대로된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조교들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만 따져봐도 최 교수는 해마다 1억 5000만여 원을 챙겼다고 한다. 그는 “최 교수가 허위영수증을 청구하는 등 각종 편법으로 국가지원금을 받아내 그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지원을 받아 무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B 대학교의 한 연구조교 역시 A 씨와 비슷한 얘기를 털어놨다. 얼마 전 급여 문제로 담당교수와 크게 싸운 뒤 그만뒀다는 그는 “연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1년 동안 받은 돈은 고작 100만 원이었다. 우리에게 줘야 할 돈으로 교수는 해외여행 등을 즐겼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리 선상에 있는 관계자들은 별로 심각하게 보지 않은 눈치다. 중소기업청 국가지원 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서류심사를 거친 후 실질적인 연구 성과 가능성 등을 따지며 상당히 복잡한 절차에 따라서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지원금을 줄 때 거래내역 등을 꼼꼼히 체크하기 때문에 횡령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맡았던 검찰은 “지원금 자격 심사는 잘 이뤄지고 있지만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잘 아는 사람과 짜고 하면 돈을 받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이런 일은 업체나 교수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원금을 지급한 후에도 잘 쓰여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의문이 일고 있는 다른 학교 연구기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