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열린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현판식’에서 김진태 검찰총장 등 검찰, 군, 경찰, 국세청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합동수사단 인원은 총 105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대리 윤갑근 검사장)는 국방부 검찰단과 공동으로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방위산업비리 합동수사단’을 21일 공식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합수단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꾸려졌으며 지난해 원전비리 수사단장을 맡았던 김기동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50·사법연수원 21기)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지금까지 검찰이 꾸려왔던 정부합동수사단의 경우 부장검사급이 단장으로 임명됐던 것에 비해 한층 격이 높아진 것이다. 합수단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를 중심으로 검사 18명이 투입됐다. 합수단은 총 4팀으로 구성됐는데, 문홍성 특수3부장이 1팀장이자 선임팀장을 맡았다. 나머지 3개 팀장은 부부장검사급이 맡아 이끈다. 군과 감사원, 국세청 등 합수단 관계자를 다 합치면 105명이다. 여기에 감사원은 자체 감사를 벌이며 별도 사정을 진행한다. 검찰은 감사원에 3명의 검사를 파견해 법률지원 등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자금추적 지원 업무를 맡기 위해 합류한다. 범정부적인 수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간 군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묶여 유착하던 ‘군피아’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역대 유례없는 대규모 사정의 칼날이 본격적으로 자신들을 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리척결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
이제 막 출범한 합수단이 ‘어디까지’노리고 있는지에 대해 벌써부터 방산업계가 단단히 긴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범정부적 차원의 큰 닻을 올린 사정당국으로서는 눈에 보이는 분명한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이미 ‘어느 선’까지 표적이 됐다는 설이 여러 방면으로 흐르고 있다. 전·현직 장성들의 사법처리는 당연한 수순이고 윗선으로 분류될 중량감 있는 인사까지 수사결과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의 비교 사례가 되고 있는 지난 1993년 ‘율곡비리’ 수사에서는 이종구,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지금은 사라진 대검 중앙수사부가 주도했던 율곡비리 수사는 당시 ‘단군이래 최대 무기도입 사업’이라 일컬어진 율곡사업을 정면으로 수사해 118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당시에는 군부정권이 교체된 후 아직 방산비리의 적폐가 단단히 쌓여있을 때여서 전 정권까지 겨냥한 수사가 이뤄졌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면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인사들까지 겨냥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지난 18일 은행회관에서 방위사업청과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연 ‘방위산업 반부패 협력회의’(연합뉴스). 오른쪽은 전차와 검찰 깃발 합성.
당장 합수단이 겨냥하고 있는 윗선은 전직 방위사업청장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 합수단 출범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대학 동기동창인 장명진 신임 방사청장을 앉힌 것도 전직자들을 잠재적 수사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교체된 이용걸 전 방사청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국방부 차관 자리에 앉았던 인물이다. 국방부 차관 재직 당시 능력을 인정받아 역시 차관급인 방위사업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최근 수사대상에 오른 통영함 비리 등 각종 방산비리 문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다만 최근 불거진 각종 비리들이 이 청장 직무수행 전 발생한 문제들이어서 일단 ‘칼바람’을 앞두고 교체된 것뿐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임 방사청장 출신으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관료 출신 A 씨는 이번 방산비리 수사를 앞두고 가장 많은 얘기가 나오는 인물이다. A 씨는 최근 개각에서 물러났는데 방사청장 수행 당시 방산비리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흐르고 있다. A 씨가 박 대통령의 신뢰를 받아 온 중량감 있는 인사여서 그의 거취에 상당한 관심이 쏠린다. 검찰 출신으로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한 변호사는 “이번 A 씨의 사퇴에 대해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말은 들었다”며 “다만 그것이 개인비리 등으로 그분 자체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와는 또 다르다”고 말했다.
과거 비리가 주된 수사대상인 만큼 지난 정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처음 방위사업청장에 올랐던 5대 장수만 전 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으며 ‘실세’로 통했다. 하지만 장수만 전 청장은 조달청장 시절 함바비리 연루 의혹이 터지면서 2011년 2월 불명예 사퇴했다. 그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이 확정됐다.
방사청 독립을 주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첫 청장에 올랐던 김정일 전 방사청장은 당시 방산업체에 근무하는 군 동기생으로부터 수백만 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진사퇴했다. 국방부가 방위사업 업무를 담당하면 방산비리를 뿌리 뽑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외청 독립을 시킨 것이었는데, 초대 청장이 국방부에서 국방조달본부장을 맡던 인물이었다.
다만 이번에 출범하는 합수단이 촘촘한 내부 인맥과 접근이 어려운 군 기밀 등으로 보호받고 있는 ‘군피아’들을 발본색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방산비리 수사의 경우 그 특성상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상당히 중요한데, 단단한 군피아의 살 속을 뚫고 제보자를 찾아내는 일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세월호 관련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수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검찰도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번 수사가 현 정권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될 가능성까지 예상했다.
조정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