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0일 처음 시작된 황 박사의 공판은 무려 42차례나 열렸는데 3년 3개월이라는 재판기간을 거치면서 재판부가 두 차례나 교체됐을 뿐 아니라 40차례가 넘는 재판횟수, 출석 증인만도 60여 명이 넘는 진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황 박사의 공판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공판 때마다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검찰과 피고 측의 치열한 진실공방 때문이다. 재판과정에서 황 박사 지지자들은 황 박사의 결백을 주장하는 1인시위를 하고 탄원서를 내는 등 지지를 아끼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황 박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황 박사 변호인단 측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이러한 일이 향후에 재발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구형을 합니다. 황우석 징역 4년.” 8월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증인에 대한 심리가 끝난 후 검찰이 낭독한 구형문이다.
길고도 지루했던 4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검찰이 내린 최종 결론은 ‘황우석 박사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소 당시 황 박사에 대해 2004, 2005년 <사이언스>지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해 경제성을 과장하고, 기업체 등으로부터 28억여 원의 연구비를 수수해 횡령했으며 난자를 불법으로 매매했다는 등의 혐의를 적용했었다.
황 박사의 변호인은 검찰의 기소내용을 전면 부인, 끝까지 황 박사의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과 변호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형량조절이 아닌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형국으로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조작 논문에 대한 연구총괄자로서의 포괄적 책임은 인정하나, 1번 줄기세포 수립 등 원천기술이 분명히 존재할 뿐 아니라 공동연구자(미즈메디 등)의 섞어심기와 연구방해, 증거인멸로 황우석 역시 줄기세포 수립을 믿어왔던 점이 입증되었음에도 검찰은 이해상반자 진술만을 근거로 모든 조작이 황우석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식의 짜맞추기식 기소를 했다. 황 박사는 경제성을 부풀려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횡령하지도 않았고 난자윤리 부분도 매매가 아닌 자발적 기증에 대한 감사표현이었다”는 것이 황 박사 변호인 측의 주장이었다.
그간 무려 42차례라는 공판이 진행됐음에도 이처럼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판의 주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2004년 논문과 관련해서는 ‘1번 줄기세포의 실체와 DNA 등 검사 조작’ 부분이 논쟁의 핵심이었다. 검찰은 1번 줄기세포의 실체에 대해서 ‘하버드 논문 등에 근거한 처녀생식’이었다고 판단한 반면 황박사 측은 ‘진짜 체세포 복제’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검찰은 ‘황 박사가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에게 체세포만으로 검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입장을 보이는 있는 반면 황 박사 측은 ‘미즈메디 김선종과 박종혁이 처음부터 황 박사를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박사가 RT-PCR, 면역 염색사진, 테라토마 사진 및 결과조작을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황 박사 측은 ‘테라토마 사진 조작지시는 인정하지만 나머지는 조작이 아니고 지시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둘째, 2005년 논문과 관련된 논쟁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선종의 섞어심기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애초부터 하나도 없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황 박사 측은 ‘초기줄기세포단계에서 김선종의 섞어심기와 메인라인 폐기와 교체, 오염사고 방치로 고의사멸·밀반출됐다’고 주장하며 ‘오염사고로 죽은 3, 4, 5, 6번 세포 조작지시를 인정하지만 곧 다시 만들었고 나머지는 조작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 8월 26일 경기도와 황우석 박사의 복제돼지생산 공동연구 협약식이 체결됐다. 사진출처=경기도청 | ||
공방의 마지막 쟁점은 생명윤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다. 검찰은 난자기증자에게 시술비를 감면해줘 난자유상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 박사 측은 자발적 기증자에게 시술비 감면은 유상거래가 아닌 실비보상이라고 맞섰다. 더구나 당시는 생명윤리법이 발효되기 이전이어서 이에 관한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자발적 난자 기증자에게 과배란 주사료, 교통비, 숙박비 등을 제공해 준 것은 적절한 보상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상의 쟁점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 박사가 조작의 주체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에 대한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황 박사의 유죄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그동안 “황 박사의 논문조작지시가 상당 부분 입증된 이상 황 박사가 조작사건의 주체”라는 검찰의 주장과 “황 박사는 줄기세포의 존재를 믿고 줄기세포주를 해외에 분양까지 한 최대 피해자”라는 황 박사 측의 주장이 줄곧 맞서왔섰다.
한편 결심공판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황 박사의 법정 최후진술이었다.
황 박사는 “기소된 이후 잠들 때면 사기횡령이라는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자리에서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저와 연구팀에 찍힌 사기꾼이라는 낙인에 극심한 혼란에 빠졌었다”는 말로 그간의 심적 고통을 표현한 뒤 함께 기소된 동료 연구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이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특히 섞어심기의 핵심인물인 김선종 연구원에 대해서는 “살아오면서 김선종 박사처럼 성실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해서 그런 범죄행위에 가담했는지 모르겠다”며 “김 박사가 과거 일을 참회한다면 그를 제 연구팀에 합류시키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결심공판 이틀 뒤인 8월 26일 경기도는 황 박사가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형질전환 및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한 복제돼지생산 연구를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으로 경기도는 한 주에 세 마리씩 매년 150두의 돼지를 황 박사 팀에 제공하며 가축비용 2000만 원과 사료 2100만 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협약체결 배경에 대해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해온 생명공학분야 산업 육성전략에 맞춰 보다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지사는 “실패 없는 모험이나 도전은 없다. 과거의 실수와 잘못, 실패만을 가지고 산업발전이나 지원을 외면한다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며 “1%의 확률이 있더라도 황 박사를 믿고 돕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황 박사가 그간의 짐을 벗어던져 버릴 수 있을지는 오는 19일 1심 선고공판을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재판은 황 박사의 재기 가능성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