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의 사기행위 유죄판결문과 진정서. 아래는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지방법원. | ||
진정서와 제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A 씨는 수년 전부터 부동산 유치권 인수계약 체결 및 행사 등과 관련 교묘한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접근, 치밀하고도 전문적인 수법으로 거액을 편취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기행각으로 실형을 살고난 후에도 A 씨는 법원 근처에 대형 법률사무소까지 차려놓고 무자격자 신분으로 사건을 수임하면서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등 법률시장의 거래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A 씨 뒤에는 그를 물심양면으로 밀어준 내연남이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A 씨에게 속아 막대한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은 “A 씨는 정·재계에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전 기업인 출신의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인맥을 소개받고 다양한 사건을 수임,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등 마치 ‘미술계의 신정아’를 방불케하는 행각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 K 씨가 문제의 A 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A 씨가 출소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 11월이었다. 당시 A 씨는 사기전과 등의 과거를 숨긴 채 자신을 “이혼 후 두 딸을 데리고 살고 있는 ‘경매관련 전문 법무사’”로 소개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 합동으로 법무사 사무실을 차릴 것이다” “30억 원의 현금과 정·재계에 막강한 인맥들을 갖고 있는 모 고등학교 OO회 동창회 총무 B 씨와 재혼할 것이다” “전 남편이 내가 재혼하려는 걸 알고 카드며 통장을 죄다 막아버려서 형편이 곤란하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A 씨의 ‘수상한’ 작업이 시작됐다. A 씨는 “B 씨에게 OO아파트(120평대의 초고급 아파트로 월 임대료만 800만~900만 원에 달함)에 산다고 했는데 실제 내가 살고 있지 않는 것을 알면 그 사람이 내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고 결혼에도 지장이 생기게 될 것 같다. 급히 그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힘을 써달라. 당신이 쓰는 돈 5000만 원은 B 씨와 살림을 합치고 나서 바로 돌려 주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에 K 씨는 그 아파트 OOO호를 얻어주기 위해 관리자를 설득했고 이사대금과 지문키 교체비, 가구비 등 수천만 원을 지급한 끝에 겨우 입주허가를 받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A 씨가 입주한 후 5000만 원을 돌려받았다는 것. 하지만 A 씨는 그 다음날 K 씨에게 “돈이 너무 나가 있으니 영감(B 씨)이 너무 불안해한다. 5000만 원을 삼성동 OOO에 월 4% 이자를 받고 투자했다고 했으니 영감을 속일 수 있게 매달 200만 원씩 넣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에 K 씨는 세 차례에 걸쳐 총 600만 원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 12월 무렵 A 씨는 서초동에 H 법무사 사무소를 오픈하게 된다. K 씨에 따르면 이 사무소에서는 법무사를 내세웠으나 빌라나 토지를 소개해 이익을 얻는 전문 브로커 역할을 하는 등 실질적인 업무처리는 A 씨가 해왔다고 한다. 실제로 A 씨는 사무실을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달에 300만 원의 자격증 대여료를 주는데 법무사에게 줄 돈이 없다”고 해 K 씨에게 200만 원을 빌려가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006년 3월경 A 씨는 K 씨에게 “OO아파트 공사비를 못받은 회사에서 공사대금 20억 5000만 원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내가 1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자금 중 2억 원만 부담해주면 이 아파트에 입주하게 해주고 후에 유치권으로 경락을 받아 소유권을 취득하게 해주겠다. 사람 좀 소개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A 씨의 실체를 몰랐던 K 씨는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줬고, 결국 2억 원을 편취한 사기극으로 판명나는 바람에 A 씨는 구속됐다고 한다. K 씨는 ‘사무장’ 명함을 쓰고 있는 A 씨가 자격증을 빌려서 불법으로 법무사 사무소를 운영해온 증거 중 하나로 자신의 친구에게 2억 원을 편취할 당시 입금받은 통장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법무사의 통장이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명함대로 A 씨가 단지 사무장이라면 어떻게 개인 거래관계에 마음대로 법무사의 통장을 사용할 수 있었겠냐는 얘기다.
후에 드러난 A 씨의 실체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A 씨는 법무사법 위반뿐 아니라 변호사법 위반,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범죄행위로 이미 수차례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던 것. 더구나 A 씨가 K 씨에게 처음 접근한 시기는 A 씨가 법조비리 관련 사기사건으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지 불과 3개월 남짓한 무렵이었다. 판결문 확인결과 실제로 A 씨는 부동산 담보대출 및 부동산매매 사기,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사기뿐 아니라 공매·경매사건 대행 및 법률사무, 불법대리행위 등으로 엄청난 부당이득을 챙겨온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문서행사, 변호사법위반 등)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도 A 씨는 명색만 법무사 사무장으로 해놓고 사건을 수임함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A 씨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며 ‘겁 없이’ 서초동을 휘젓고 있는 데에는 한 남성과의 부적절한 애정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K 씨는 “A 씨는 모고등학교 동창회 총무이며 정·재계 마당발로 통하는 B 씨의 인맥을 이용할 목적으로 B 씨를 유혹하여 그의 혼을 쏙 빼놨다. 그녀는 실제로는 이혼도 안했으면서 B 씨와 사실혼 관계를 맺고 위험한 불장난을 지속해왔다”고 폭로했다. K 씨는 또 “A 씨의 실체를 몰랐던 B 씨는 A 씨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쳤다. 절친한 친구인 S 대 경영학과 C 교수를 소개시켜주고 C 교수는 또다시 경영자 및 기업인 등 재계에 포진해있는 동창들을 소개해주는 식으로 A 씨를 도와줬다. B 씨는 자신의 인맥들을 동원해 소개해 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동창회 총무 지위를 이용해 동창들이 하는 회사만 올릴 수 있는 동창회 홈페이지 배너광고에 ‘H 법무사 사무소’와 ‘OOO(B 씨 이름)’을 교대로 깜빡이게끔 올려놓고 H 법무사 사무소로 바로 연결되도록 해놓기도 했다. A 씨는 이 모든 것을 내게 자랑하듯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K 씨 등이 A 씨의 행각을 폭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자들은 “A 씨는 법질서를 교란시키는 너무도 위험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해자들은 A 씨가 고소인의 법인인감증명서 및 인감도장을 위조해 고소 취하서와 진정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이것이 드러나자 엉뚱한 사람에게 ‘유흥업소를 차려주겠다’고 약속하며 사문서 위조행위를 떠안고 갈 것을 회유하기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의뢰인들이 맡긴 정보를 마음대로 이용하는가 하면 증거를 조작하거나 허위 증인을 내세우는 등 사법부를 기망하는 행위를 해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것은 A 씨가 범죄행위에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법무사 사무소를 지능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 씨는 “A 씨의 계속되는 불법행위를 따진 뒤 고소하고자 H 법무사 사무소을 찾아간 적이 있다. 당시 H 법무사 사무소의 대표변호사였다가 독립한 D 변호사를 우연히 만났다. D변호사는 ‘나는 이미 H 법무법인에서 탈퇴해서 관계가 없다’며 A 씨를 고소하는 사건을 수임할 것처럼 한 뒤 우리로부터 고소장 및 증거서류 등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얼마 후 A 씨는 ‘D 변호사로부터 고소장과 증거서류를 받았으니 당신들 마음대로 해보라’며 오히려 우리를 협박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K 씨 등은 그동안 수차례 A 씨 관련 사건 재판부에 그녀의 불법행각을 폭로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최근 대검찰청과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도 사건 경위를 알리는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편 기자는 사실확인 및 제보자들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 씨는 답변을 거부했다. A 씨는 진정 내용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상당히 불쾌해하며 “신문사에서 쓸데없이 개인 일에 신경쓰지 말라”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