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역대 FA 최고액인 86억 원을 받고 SK에 남기로 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는 FA ‘최대어’로 꼽히는 최정에게 역대 FA 최고액인 86억 원을 안겼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과 불펜 안지만에게 각각 80억 원과 65억 원의 거액을 선물했다. LG는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과 4년 50억 원에 계약했고, 한화는 김경언(3년 8억5000만 원)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두산이 장원준에게 4년 84억 원을 안기면서 13명의 FA 선수의 총액이 무려 555억 6000만 원에 이른다. 아직 6명의 계약이 남은 상황에서 지난해 총액인 523억 5000만 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론은 ‘FA 광풍’ 운운하며 과열된 FA 시장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FA 시장이 과열된 부분은 결코 선수의 잘못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SK, 삼성은 그래도 성공
이택근(넥센), 김주찬(KIA), 강민호(롯데), 그리고 최정(SK)의 공통점은? 모두 그해 FA 최고액을 받은 선수들이다. 이택근은 2011년 50억 원을 받고 LG에서 넥센으로 갈아탔고, 2012년 김주찬은 KIA로부터 50억 원을 제시받고 롯데를 떠났다. 강민호는 2013년 75억 원으로 70억 원을 받은 정근우(한화)를 뛰어넘었고, 최정은 86억 원으로 11월 27일 현재 FA 최고액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성적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최정은 안타 1개당 약 1,170만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왼쪽부터 윤성환, 김강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역대 FA 시장 중 가장 많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내부 단속에 가장 힘을 쏟은 구단은 삼성과 SK였다. 삼성은 윤성환, 안지만 외에도 조동찬을 28억 원에 붙잡았다.
SK는 가장 공을 들인 최정을 잡는 데 성공하면서 원 소속구단 협상 기간을 가장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팀으로 꼽힌다. SK는 최정 외에도 김강민에게 56억 원을, 조동화에겐 4년 22억 원을 안겨주었다. 중견수를 맡고 있는 김강민은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데다 타격에서도 평균 이상의 활약을 보인 선수라 다른 팀에서도 탐을 내는 선수였다. LG의 A 선수는 기자에게 “FA로 나온 타자들 중 가장 탐이 나는 선수가 김강민이다. 팀에서 김강민만 데려올 수 있다면 내년 시즌 불안한 타순에 안정감을 심어줄 것”이라며 김강민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김강민은 협상 마감 시한인 26일 밤까지 SK 민경삼 단장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결국엔 구단측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여기에는 평소 김강민과 친분이 두터운 박경완 육성총괄이 협상에 참여하면서 김강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롯데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롯데에서 총력전을 벌인 FA 선수는 투수 장원준(29)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장원준을 붙잡으려는 롯데와 이미 팀에서 마음이 떠난 장원준의 협상 마무리는 롯데가 폭탄을 터트리며 루비콘강을 건너게 됐다. 다름 아닌 롯데의 제시액이 88억 원이었다고 밝히면서 장원준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88억 원이란 액수만 놓고 봤을 때는 장원준이 왜 거절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희소가치가 있는 투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장원준의 성적이 88억 원을 받을 만큼 엄청난 기록의 소유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장원준.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장원준은 올시즌 전 경찰청에서 제대 후 롯데로 복귀했고, 10승 9패,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 1차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한 이래 2008년부터는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4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살렸다. 올시즌 롤러코스터 같은 성적을 올리며 팬들의 비난도 함께 했지만, 즉시 전력감은 물론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장원준은 롯데와의 협상 결렬 후 롯데의 4년간 88억원 제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 내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다른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프로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장원준에 대해 관심이 있어 접촉 중인데, 얘기를 들어보니 장원준이 롯데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꽤 컸다”면서 “언론에 알려진 건 88억 원을 거절한 돈만 밝히는 선수로 묘사됐지만, 장원준은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그냥 롯데를 떠나고 싶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장원준은 롯데보다 4억 원이나 적게 제시한 두산을 택함으로써 그가 롯데를 떠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를 간접 증명해 보였다.
롯데는 장원준 외에도 우완 불펜 요원 김사율과 유격수 자원인 박기혁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이들에게 각각 3년 13억 원, 3년 10억 원을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는데 11월 28일 신생팀 kt에서 김사율을 계약기간 3+1년 총액 14억 5000만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2억원, 옵션 3년간 연 5000만 원), 박기혁은 3+1년 총액 11억 4000만원(계약금 4억 5000만 원, 연봉 1억5000만 원, 옵션 3년간 연 3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편 삼성을 떠나 FA 시장에 나온 권혁은 한화와 계약금 10억 원, 연봉 4억5000만 원, 옵션 4억 원짜리의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권혁은 2002년부터 무려 13년간 뛴 친정팀을 떠나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로 팀을 옮기게 됐다.
#FA 몸값 과열, 막을 방법은 없나?
MBC스포츠플러스 허구연 해설위원은 FA 선수들의 몸값 경쟁이 2~3년 내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은 9구단, 10구단이 창단되는 바람에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졌고, 그게 곧장 몸값 인플레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이렇게 상향 곡선을 그은 데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마도 10구단이 안정권에 접어드는 시기부터는 이런 과도한 FA 경쟁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한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구단들이 스스로 무덤을 판 이유도 있다. 서로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이다. 탬퍼링(사전접촉) 금지를 무시한 채 선수들에게 접근하면서 몸값이 올라갔다. 구단은 구단대로 구단주의 눈치를 보고, 그룹 체면을 고려하는 바람에 선수들에게 필요 이상의 거액을 안겼다. 앞으로는 구단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이런 일들은 해마다 반복될 것이다. 결국은 프로야구도 빈익빈, 부익부 양상이 심화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허 위원은 FA 선수들의 몸값에 대해 ‘거품론’을 제시하는 데 대해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어느 구단이든 선수와 계약할 때 그 선수가 다음 시즌에 잘해줄 거란 기대를 갖고 접근한다. 지금까지 해온 성적과 앞으로 해줄 성적에 대한 기대치를 산정해 FA 몸값이 나오는 것이다. 선수 입장에선 당연히 많이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선수의 몸값이 높다고 해서 그 선수를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롯데가 지난해 이대호, 김주찬, 홍성흔을 놓치지 않았다면 강민호와 최준석에게 그런 거액을 제시할 수 있었을까? SK가 지난해 정근우를 놓치지 않았다면 올시즌 최정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86억 원의 돈을 안겨줄 수 있었을까? 구단은 경험을 통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금액이 점점 올라가는 것이다.”
허 위원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야구 저변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FA 선수들 몸값보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국인선수 영입에 들어가는 돈이다. KBO와 10개 구단은 지난해 이사회를 통해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인 30만 달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연봉으로만 150만 달러를 받는 선수가 나올 정도이다. 구단 재정상 FA와 외국인선수 영입에 엄청난 금액이 지출된다. 이것은 선수단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야구 저변 확대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FA 협상에 관한한 베테랑급인 한 프로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야구 저변 확대도 중요한 문제지만, 우리로선 구단주, 회사 분위기, 선수들, 그리고 팬들의 눈치와 여론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어떤 선수는 거액을 들여 뽑았더니 왜 뽑았느냐고 팬들이 난리를 치고, 어떤 선수는 거액에 대한 부담으로 일찌감치 포기했더니 왜 그 선수를 안 뽑았느냐며 구단주가 난리를 친다. FA 계약에 있어서 모든 관계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저 욕 덜 먹고 조용히 시장이 마무리 되는 것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워낙 훈수 두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FA 협상하는 게 버겁기만 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KT행 장성호 조범현 감독과 악연을 인연으로 “트레이드 앙금 훌훌…기회 준 데 보답할 것” ‘스나이퍼’ 장성호가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에 둥지를 틀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장성호는 기다림 끝에 kt와 계약을 맺기에 이른 것. 장성호는 kt와 계약을 진행하면서 이미 수원에 집을 구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는 당시 조 감독과 있었던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산 원정 경기 때 지인들을 만나 술을 먹고 새벽에 숙소로 들어가다가 단장님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당연히 그 상황이 감독님께 보고가 됐고, 감독님은 화가 난 나머지 날 2군으로 내려 보내셨다. 당시 감독님을 찾아가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2군행이 철회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존심을 굽히지 못했다. 결국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상황까지 발전됐는데, 당시엔 감독님에 대한 원망이 내 감정을 가득 채웠었다.” 그러다 장성호는 지난 5월 성균관대 수원경기장에서 kt와 2군 경기를 치르기 전 조성환의 손에 이끌려 조 감독을 찾게 되었다. 절대 안 가겠다고 버티다 끌려갔지만, 그때 만약 장성호가 조 감독에게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면 장성호의 kt행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쭈뼛거리는 장성호를 조 감독이 받아들였고, ‘몸 잘 만들고 있어라’ ‘컨디션은 괜찮냐’며 묻는 조 감독의 태도에 장성호의 마음이 조금씩 풀린 것이다. 조범현 감독 입장에선 이미 지난 일인 데다 kt 전력상 장성호 같은 베테랑 선수가 필요한 터라 장성호를 달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터. 결국 두 사람은 이전의 감정을 훌훌 털고 서로 다른 팀에서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장성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감독님이 날 많이 이해해주신 것 같다”면서 “기회를 주신 만큼 NC 다이노스의 (이)호준이 형 정도는 못해도 그 비슷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장성호는 kt와 계약을 진행하면서 이미 수원에 집을 구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 |
안지만 삼성 잔류 왜? “돈보다 푸른 유니폼… 튕기기 힘들더라ㅋㅋ” 프로 입단 12년 만에 삼성 라이온즈와 4년 65억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7억5000만 원)의 잿팍을 터트린 안지만. 지난 번 <일요신문>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주위의 유혹도 있지만, 그래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던 그는 바람대로 푸른 유니폼을 입고 삼성에서 4년간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안지만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FA 계약 협상 뒷얘기를 들어봤다. 안지만은 삼성과의 계약과정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 다섯 번 미팅했는데 데드라인인 26일에는 오전과 저녁, 연달아 만났다.” ―26일 밤 11시 넘어서 협상이 마무리 됐던데(26일 밤 9시에 안지만에게 문자했을 때만 해도 안지만은 계속 협상 중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처음 구단이 제시한 액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얘기를 나눠야만 했다.” ―결과에 대해선 만족하는 편인가. “아쉬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이제야 밝히지만, 삼성과 계약이 틀어지길 바라는 몇몇 팀이 있었다. 일본 프로팀에서도 러브콜을 보냈다. 내가 돈만 앞세웠다면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난 삼성이 좋았다. 친정팀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구단에서 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마지막에 나를 움직인 건 돈의 액수가 아닌 ‘삼성’이란 팀에 남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FA 선수와 협상하는 구단이 선수를 존중하지 않고선 계약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연봉 협상 때하고는 달랐다. 설명과 설득이 존재했다. 그래서 존중받는 느낌이 든 것이다.” ―생애 첫 FA 자격을 받고 행사를 해보니 어떤 기분이 드나. “구단에서 이런 얘길 하시더라. 협상하자고 구단 사무실에 오라고 할 때마다 도망가지 않고 나오는 선수들을 보면 참 착하다고. 그런데 내 입장에선 FA가 됐으니 한 번 튕겨보려 해도 속 보이는 행동 같아 차마 못 하겠더라. 해마다 연봉 협상 때는 안 불러줄까 걱정돼 구단 전화 받자마자 튀어 갔는데, FA 선수라고 잘난 척 하며 구단의 연락을 일부러 회피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안지만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 12월 말 즈음에 오승환과 함께 괌으로 개인 훈련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