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지난 1998년 있었던 국정원 직원 강제퇴직사건과 관련, 국정원 측의 진상조사결과 공개와 이에 대한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지난 1998년 4월 1일 김대중 정권은 집권 33일 만에 당시 국정원에서 근무하던 전문정보·수사요원 581명을 갖가지 명목을 들어 강제퇴직시켰다. A 씨는 그들 중 한 명이다. A 씨는 “당시 대규모의 물갈이 작업은 이회창 지지자, 김대중 반대론자, 영남 출신자 등 전적으로 ‘특정직원’을 상대로 이뤄졌다”며 “호남 출신은 1%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 등은 그동안 국정원과 정부를 상대로 강제퇴직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그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행위들에 대한 공개사과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그 결과 사건발생 11년째 되던 지난해 12월부터 이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가 실시됐고, 올 5월 진상조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정원 측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국정원은 진상조사결과 당시 일반직원 몇 명이 불법을 저질렀음이 발견되어 그들을 고발했으니, 강제해직된 사람들은 개별 소송을 해서 명예를 회복하고 보상을 받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 씨를 비롯한 강제 퇴직자들은 “당시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을 일반 직원 몇 명이 저지른 것이라 둘러대고 있다”며 “더군다나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소송을 하라는 것은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A 씨는 지난 9월 4일 한 일간지에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 대학살 진상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에서 A 씨는 특히 현 정부가 야당을 의식한 나머지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동시에 원세훈 국정원장의 직유무기 문제까지 거론했다.
신문 광고 이후 A 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에 시달렸다고 한다. 과거 자신의 후배이자 현 국정원 고위간부(1급)인 이 아무개 씨가 전화를 해서 신문 광고 내용을 문제삼는 동시에 며칠 후 국정원 앞에서 예정돼있던 ‘국정원 대학살 만행 진상조사 공개 발표 촉구 국민대회’를 하지 말 것을 무려 50여 분에 걸쳐 회유, 협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계획대로 광고를 게재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A 씨는 신원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살해협박을 들어야 했다. 실제로 확인결과 그날 저녁 8시 51분경에 수신된 A 씨의 휴대폰 메시지에는 “야! OOO. 이 XXX야. 칼로 XXX를 쑤셔가지고, …… 알았어?”라는 도전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의 폭언이 녹음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A 씨는 다음날 저녁 서초구 교대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전직 동료 20여 명과의 식사자리에서 또 한 차례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한다. 당시 A 씨는 이 자리에서 일간지 광고게재 사실에 대해 언급하며 퇴직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참 후배인 전 국정원 직원이 “나한테 죽어볼래? 이 XX야!”라는 폭언과 함께 자신을 폭행했다고 한다.
A 씨는 그간의 전후 상황을 종합해볼 때 휴대폰 협박 음성 메시지 역시 국정원의 지시 혹은 관계자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A 씨는 또 국정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직접 찾아갔지만 면담조차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원 측의 입장은 다르다. 먼저 1998년 강제퇴직 건과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지난 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애초에 진상조사는 일부 피해자들의 청원에 의해 시작됐다”면서 “국정원은 진상조사가 끝난 뒤 청원한 측에는 결과를 통보해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사가 끝난 뒤 강제퇴직 진행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난 당시 실무직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강제퇴직의 과정 및 절차, 사유 등은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직 국정원 고위 간부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A 씨의 주장에 대해선 국정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당 간부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그 후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적은 있지만 (국정원 비판 광고게재 등과 관련) A 씨를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