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토크쇼를 하듯 사회자가 대기실의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하지만 유리 건너에 있는 여성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접대부를 선택하는 ‘길거리의 법칙’은 살아남아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매직미러 초이스’로 부활했다. 이들 유흥업소에 방문한 남성들은 유리방 안에 모여 앉아 있는 여성 접대부들을 선택한 후 유흥업소와 연계된 모텔에서 불법 성관계까지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데 모여 앉아 있는 여성들을 비디오로 실시간 중계해 접대 여성을 선택하게 하는 변종 업소도 나타났다. 강남에서 운영되고 있는 신·변종 유흥업소의 불법운영 실태를 들여다봤다.
서 울지방경찰청은 11월 20일 서울 서초구 소재 유흥업소를 특별 단속해 성매매 알선 혐의로 룸살롱 업주 박 아무개 씨(53)와 성매매 여성, 성매수 남성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업주 박 씨는 서초구 잠원동의 한 빌딩 지하 1층에 룸 40개짜리 유흥업소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손님 1인당 42만 원씩을 받고 양주 등을 접대한 후, 같은 건물 4·5층에 있는 A 모텔(객실 54개)로 안내해 불법 성매매를 알선했다. 이 유흥업소는 월 7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업소는 약 두 달 전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대형 유리벽이 있는 ‘초이스방’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수 코팅 처리된 유리벽 밖 복도에서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없다. 박 씨는 바로 이 유리방 안에 30여 명의 여성 접대부들을 마치 백화점 상품을 진열하듯이 대기시켰다. 유흥업소를 방문한 남성들은 유리벽 밖에서 여성들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여성을 선택했다.
소위 ‘매직미러 초이스’로 불리는 이런 영업방식은 이미 지난 4월 서울청 상설단속반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매직미러 초이스’는 이제 강남 유흥가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접대를 위해 유흥업소를 이용한다는 회사원 A 씨(29)는 “솔직히 바로 앞에 서 있는 여자들을 고르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성매매를 위해 업소를 방문했으면서도, 접대 여성을 고르는 데 주저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손님들의 욕구를 반영해 자신의 모습은 숨긴 채 여성들을 고르는 형태의 신종 유흥업소가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흥업소에서는 ‘매직미러 초이스’를 빗대 ‘쇼핑하듯이’ ‘여성을 테이크아웃해서’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여성의 성 상품화를 부추기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매직미러 초이스’를 통해 선택된 접대 여성들은 대부분 불법 성매매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에 있는 유흥업소 대부분은 같은 건물 안에 호텔이나 모텔이 함께 있다. 한 건물에 숙박시설이 없는 경우 바로 인근 모텔을 이용하고 있다. 유흥업소를 찾은 사람들은 룸에서 1시간 30분 정도 술을 마시고 숙박업소로 이동해 성관계를 가진다.
▲ 업소 여성들이 손님이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된 ‘초이스방’에 모여 있다. | ||
비디오카메라로 중계되는 화면을 보고 접대여성을 고르는 변종 유흥업소도 생겨났다. 강남구 대치동의 C 유흥업소는 각각의 룸마다 모니터가 있고 모니터에는 대기실에 모여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중계된다고 한다. 접대 여성 대기실에는 사회자가 있어, 남자가 궁금한 점을 물으면 여성에게 대답을 얻어내며 마치 토크쇼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 여성의 목소리나 성격, 지식까지 테스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비싼 돈을 내고 이용하는 만큼 유흥업소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강남지역 신·변종 유흥업소 말고도 현재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소들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사범은 특별법 시행 첫해인 2004년 1만 6947명이었지만 계속 늘어 지난해에는 5만 1575명에 이르렀다. 성매매 장소도 다양화되고 있다. 마사지 휴게텔, 안마시술소, 인터넷 성매매 등 불법 성매매가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딸방, 키스방, 이미지방, 페티시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유사성행위 업소는 대학가나 주택가로 진입한 지 오래다.
광진구에 있는 모 대학가 바닥에는 언제나 키스방, 안마방, 이미지방 등 유사성행위와 관련된 전단지가 어지럽게 뿌려져 있다. 전단지에는 업소 이용 가격과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이처럼 난립하는 성매매업소에 대한 대책으로 국민들은 업주에 대한 처벌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 여성부가 전국 남녀 총 1632명을 대상으로 성문화·성의식 국민의식 조사를 벌인 결과 성매매 알선·제공 업주를 성매매 엄중 처벌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62.8%에 달했다. 성매매 악순환의 중심 역할에 서 있는 성매매 알선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과 국민들의 바람이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1월 23일 거듭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영업을 계속하는 강남권 대형 유흥업소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이루어지는 각종 모임이 불법 성매매로 변질되지 않도록 특별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의 강력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유흥업소가 밀집한 강남구 일대는 그야말로 불야성을 방불케 했다. 11월 25일 밤 11시께 기자가 강남구 역삼동 유흥업소 주변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업소 앞에는 고급 승용차가 대거 주차돼 있었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범택시도 즐비했다. 똑같은 점퍼를 맞춰 입은 주차요원들과 정장을 입고 있는 영업 요원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심야시간이라 주변 빌딩 조명이 대부분 꺼져 있어 상대적으로 유흥업소의 불빛이 밝게 느껴졌다. 수십 분 간격으로 정장 차림의 30~40대 남성들이 무리를 지어 유흥업소에서 나와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경찰의 대규모 단속에도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는 영업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황태준 인턴기자 hereweg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