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유일하게 내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방침을 고수로 시작된 논란이 김승환 교육감이 12일 기존 입장을 번복해 3개월치를 편성해 일단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김 교육감은 12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누리예산 3개월치를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논란으로 인하여 어린이집 겪고 있는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전북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일부 예산을 편성한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날은 전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 계수조정 및 심사의결일이며 전북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된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김 교육감이 자신의 입장을 번복, 극적으로 선회함에 따라 일단 16일로 예정됐던 도내 어린이집의 휴원 사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 누리예산 부분 편성…결정 배경은
김승환 교육감이 애초와는 달리 편성 쪽으로 선회한 것은 그가 언급한 대로 누리예산이 아이들의 교육복지로서 미편성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 이를 뒤집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이다.
비록 ‘법을 어겨가면서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며 원칙론을 고수했지만, 당장 보육대란이 예상된데다 아이들과 관련된 공공성이 강한 누리예산 편성을 바라는 도민의 여론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또 정치적 지지기반인 학부모 상당수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편성한 것에 대해 제기한 부정적 기류의 영향도 컸다.
여기에 예산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공개적인 압박도 큰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원 명예퇴직금 예산은 법이 허용하지 않은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거부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해 명분이 퇴색했다는 지적에도 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연일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어린이집 예산편성을 요구하며 삭발시위를 벌였고 우군인 야당마저 한 발 빼는 양상에다 타 시도교육청이 ‘공동행보’에서 이탈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 누리예산 생채기…의미와 과제는
헌법학자 출신인 김 교육감이 줄곧 견지해온 원칙과 소신으로 치부하기에는 최근 5개여월의 논란과 갈등의 상처가 작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당초 현실과 원칙의 조화를 통한 유연한 교육행정을 기대했던 도민들에게 지나친 소신만 내세우는 진보교육감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준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더구나 일관성의 기조가 중요한 교육행정에서 누리예산 편성 논란이 보여준 또 다른 것은 행정에 대한 신뢰성 추락이다.
여기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편성 반대로 인식된 김 교육감의 미편성이 후퇴함에 따라 정치적 리더십 손상은 피해가기 힘들게 됐다.
특히 논란과 갈등은 조기에 결단하고 정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통설과는 달리 그 결단의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는 점에서 ‘고집불통’이다는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민과 학부모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현안 결정에서 도민들이 교육청 재정상황 등을 고민하고 알게 됐다는 점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역설적으로 예산 미편성의 소신을 접고 다수 여론의 뜻을 따랐다는 점은 진보교육감의 장점으로 내세운 ‘소통의 묘미’를 살렸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벌어진 교육계 안팎에서 벌어진 갈등은 김 교육감이 치유하고 해결해야 할 최대의 숙제이다.
또한 정부와의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다. 나머지 예산 확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정부가 전북도교육청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은 200억~2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전체 필요예산의 1/3 수준이다.
결국 전북 어린이집에 지원될 누리과정 예산은 3개월분에 불과해 논란이 조만간 재현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북교육청이 내년에 부담해야 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모두 817억원이다.
결과적으로 누리예산 편성 문제는 지나친 소신 고수에 따른 행정의 신뢰성 추락과 행정력 낭비, 교육수장의 리더십 실추 등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새겨야 할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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