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열린 민주당 천안함 침몰 진상규명 특위 합참 대면보고에서 김중련 합참 차장 등 합참 관계자들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보고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군 내부도 후폭풍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특히 해군의 경우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취임한 지 2주 만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김 총장이 해임된다면 해군 수뇌부의 연쇄적인 인사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대참사가 몰고 올 거센 후폭풍을 추적해봤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자 문책을 위해서는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침몰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책임론 범위 및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함선 내부의 결함이 침몰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그 후폭풍은 군 기강 해이 문제에 집중되면서 해군과 군 수뇌부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폭발이 외부충격에 의해서 일어났을 경우 충격을 준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북한의 개입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왔던 이 대통령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사고는 천안함 침몰과 대응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국내 안보 시스템 전반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안보전문가들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군 개혁을 포함한 대대적인 국가 안보시스템 정비는 물론 정부의 총체적 책임을 물어 내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의 범위 및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군 내부 상황을 살펴보자. 해군의 수장인 김성찬 총장은 지난 3월 19일 참모총장에 취임했다. 김 총장 입장에서는 불과 1주일 만에 천안함이 침몰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천안함 침몰 당일(3월 26일) 군 수뇌부는 김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김 총장이 취임한 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은 어수선한 분위기 탓일까. 해군 측은 초기 대응 과정에서 미숙한 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특히 해군2함대 사령부는 해군 전술지휘통제체제 화면에서 천안함이 26일 밤 9시 22분 경 사라진 후 6분이 지나서야 침몰 상황을 접수했다. 불과 1~2분이라도 침몰 상황 접수가 빨랐더라면 구조시간은 다소 당겨졌을 것이다.
상황 접수가 늦었다는 것은 당시 근무자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근본적으로 장비체계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2함대 사령부는 사고 18분 만인 오후 9시 40분에야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인 ‘서풍-Ⅰ’을 발령하고, 사고 37분이 지나서야 공군의 탐색·구조 전력의 지원을 요청했다.
공군은 이로부터 40여 분 뒤인 10시 40분에 합참의 출격 지시를 받고 KF-16 편대를 출동시켰다. 초기대응 과정에서 곳곳에 큰 구멍이 뚫렸던 셈이다. 만약 북한군의 도발 상황이었다면 초기 진압에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군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이처럼 사고과정에서 군의 대응체계에 심각한 혼선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사고 후 대응 경위를 정확하게 진단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김태영 국방장관은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경질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부폭발이 원인일 경우 기강해이의 책임을, 외부 폭발이 원인일 경우 경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여당에서 김 장관의 경질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4월 7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미국은 9·11테러 진상조사를 위해 위원회를 만들어서 무려 10개국의 1200명을 조사했다”며 “뉴욕의 한복판에서 무려 3000명이 희생된 9·11사태로 인책되거나 해임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군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결국 김 장관의 경질 여부는 여론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작전 지휘 계통의 경질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군 내부 분위기다. 이번 사태처럼 서해 북방 한계선 인근에서 급박한 상황이 일어날 경우 함대장-2함대 사령관-해군 작전사령관-합참의장 -국방부 장관의 보고를 거쳐 작전을 펼치게 된다. 특히 보고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던 만큼 원인이 어떻게 밝혀지든 보고라인의 책임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천안함의 직속 부대장이라 할 수 있는 2함대 김동식 사령관에 대해서는 경질설이 군 내부에 파다하다. 김 사령관은 해군 내부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해군사관학교 34기생들 중에서 가장 먼저 ‘별’을 달았고,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하자마자 다른 선배 소장들을 제치고 평택 2함대 사령관에 임명됐다. 평택 2함대는 서해 북방한계선의 경계를 담당하는 부대로서 남한의 바다 중 가장 전략적 요충지를 담당하는 부대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함대 사령관은 소장 중에서도 가장 선배가 담당하는 게 관례였다.
김 사령관이 다른 선배들을 제치고 2함대 사령관에 임명되자 해군 내부에서는 갖가지 구설수가 나돌기도 했다. 천안함 참사 이후에도 김 사령관은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들은 김 사령관이 해군 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책임론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정화 해군 작전사령관(중장)의 경우 김 총장 취임 이후 예정돼 있었던 4월 초 인사 때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정리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박 사령관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군복을 벗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천안함 참사 후폭풍은 정치권에도 그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 폭풍은 어떤 식으로든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야당은 국정조사 및 내각 총사퇴 등 모든 카드를 꺼내들고 정부 여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요구대로 내각 총사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부 측은 책임을 묻는 것보다도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운찬 국무총리는 4월 7일 “사고원인이 밝혀진 다음에 사과할 일이 있으면 백 번이라도 사과하겠다”면서 “필요하면 대국민사과와 함께 거취까지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 규명과 함께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까.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또다른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