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인천 부평구.
21일 부평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노·사·민·정 협력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0월부터 ‘통상임금 모니터 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은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 주도로 (사)시민과 대안연구소가 진행했다.
구는 이번 사업을 통해 통상임금의 논의과정과 쟁점사항, 사례 등을 조사했다. 부평지역 내 근로자와 기업인 4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이를 분석하여 정책방향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례 내용에 대해 근로자의 43.3%와 사업주의 36.6%가 거의 모르거나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판결이후 만들어진 고용노동부의 노사지도 지침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48.3%가 ‘사업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사업주의 48.1%는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상여금이나 수당 규정의 변경 절차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38.2%가 ‘노조와의 교섭을 우선’시 한 반면, 사업주의 63.1%는 ‘회사가 결정한 후 동의’를 얻는 절차를 선호했다.
통상임금 협의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근로자의 49.8%가 불만족하다고 답변한 반면 사업주의 87.3%는 보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통상임금 타결로 인한 임금인상 효과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40.7%가 ‘5% 이내’라고 답변했으나 사업주의 44.9%는 ‘8∼10%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변했다.
또한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간 미해결 시 해결방안으로는 근로자의 60.7%가 ‘법원 소송이나 고용노동청에 신고해 형사적인 방법’을 선호한 반면, 사업주의 77%는 ‘행정기관이나 전문가 그룹의 조정이나 중재’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상임금 모니터 결과 향후 정책방향으로는 법적으로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리가 필요하고 지자체의 조정권한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해관계 기관별로는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쟁점 사항 정리와 입법 및 현실적인 노사지침 마련, 국회는 통상임금 입법 및 노사입장 조정, 지자체는 노사갈등기구 마련 및 노사단체와 전문가 의견 수렴, 사용자 단체는 통상임금 교육과 노사해결과정 마련, 노동조합은 노동자 교육과 매뉴얼 장성, 노사해결과정 마련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와 관련 구는 지난 16일 통상임금 모니터 최종보고회를 가진데 이어 19일 부평구청 회의실에서 노사 관계자와 시민 등 약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상임금 제대로 알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원선 부평이노카페 오피니언리더 회장의 사회로 시민과 대안연구소 인수범 박사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조규식 박사의 주제발표, 이어 이례교 전 인천여성노동자회장이 좌장을 맡아 노동계와 사업주 대표 등 5명 토론이 진행됐다.
조규식 박사는 “2013년 대법원 판례는 그간 논란 거리였던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현행 임금 구성을 재설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면서 ”그러나 신의칙에 따른 임금교섭 경과 등 노사 관행과 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고려해 미지급 가산수당의 소급지급 문제 등 또 다른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노·사간 입장차가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이은복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상담실장은 “통상임금 문제는 노동시간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이며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을 탈피해야 한다”면서 “취업규칙 위반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심사권한을 강화하고 지자체는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거나 근로조건 변경절차(해고 압박 등)를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인상 한국노통 인천지역본부 부의장은 “경영계에서 통상임금 도입시 약 38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주장은 그 만큼의 임금을 근로자에 돌려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현행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만큼, 합리적인 지침이 마련되어 2015년부터 노사협의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 인천경총 노사대책실장은 “통상임금은 사업장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서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면서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노사합의사항이 존중되어야 하며, 대법원 판례대로 할 경우 영세한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총액 부담으로 인해 수당지급에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상운 ㈜효신테크 대표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대부분 기업의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보다는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홍미영 구청장은 “통상임금은 노사간의 이해가 상충되지만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는 이번 통상임금 모니터와 토론회 결과를 관계부서에 전달해 정책에 반영토록 하고 구 자체적으로도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