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2001년 3월 이태원의 한 모텔에서 친구 제이미 린 페니시(미국인)를 살해한 혐의로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스나이더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한국 경찰도 “뚜렷한 물증이 없다”며 고민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연일 “우리 시민이 제3세계의 차디찬 창살 안에 갇혀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골치 아픈’ 이 사건을 도대체 우리 사법부가 왜 떠안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이 사건의 ‘의혹’은 시작된다.
이 사건의 피해자와 피의자는 모두 미국 국적을 가진 이방인들이다. 스나이더와 페니시는 사건 발생 당시 대구 계명대 교환학생으로 온 유학생 신분이었다.
사건 발생 당시 조사를 맡은 곳은 용산경찰서 형사과. 그러나 당시 조사에서 스나이더씨에 대해서는 뚜렷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풀려났다. 그후 스나이더씨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사건 발생 9개월 후인 2001년 12월 어느날 스나이더씨는 한국에서 온 용산경찰서 소속 형사와 미연방수사국(FBI) 한국지부 소속 수사관, 그리고 미육군범죄수사단(CID) 소속 수사관 등 한미공조수사대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이유는 9개월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이태원 살인사건과 관련해 재수사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나이더씨는 이들과 함께 사흘 동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호텔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공조수사대는 스나이더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스나이더씨가 살인 사실을 자백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이 밝혀진 후 한국 법무부는 스나이더씨의 송환을 공식적으로 미 국무성에 요청했고, 결국 미국 사법부의 심사를 거쳐 스나이더씨는 사건 발생 후 1년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다시 한국으로 붙잡혀왔다.
스나이더씨는 한미간에 맺은 외국인 범죄 송환의 최초 사례였다. 특히 스나이더씨의 한국 송환은 자국민 보호에 철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 대사관측은 “자국인일지라도 범죄자에 대해 무조건 보호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단호하게 해당 국가에 범인을 인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한국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러 점에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국내 법조계 인사들이 지적하는 함정은 이렇다. 첫째 공조수사대가 스나이더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결정적 근거가 자백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문제는 스나이더씨가 현재 자신의 범죄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나이더씨의 변호인인 엄상익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수사요원들이 다시 찾아와 그녀에게 새로운 진술을 요구했고, 그 내용과 당초 사고 현장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녀를 범인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엄 변호사는 “스나이더씨는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수사관들에 의해 허위 자백을 유도당했다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조수사대 관계자는 “유도심문이나 강압수사를 통한 허위 자백은 아니며, 미국 사법부 심사에서도 그런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둘째는 스나이더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한국 경찰과 검찰, 그리고 FBI 한국지부 등 어느쪽도 수사 결과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검 서부지청 남명현 검사는 재판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 수사가 종결된 상황이니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특히 사건을 담당했던 용산경찰서 황운하 형사과장은 “정황증거는 있으나, 물적증거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따라서 법정에서 증거 다툼의 소지가 충분하며, 스나이더씨 변호인측의 능력에 따라서는 무죄로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스나이더씨의 송환절차를 맡았던 이승규 FBI 한국지부장 역시 “스나이더씨의 자백을 받는 현장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수사관의 입장이라기보다는 통역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사건의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유죄든, 무죄든 어떤 판결이 나오든지 간에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스나이더씨는 한국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할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정해두고 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미국 현지 언론의 반응도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자국민이 제3세계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최초의 사례”라며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