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나 사건이 터진 후 해당 신용카드 회사측이 자사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 해 사건 자체의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신용카드 절도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밝혀진 이 사건은 LG 신용카드 직원 신분을 악용해 절도 피의자의 여자 친구에게 접근, 비디오방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것이 골자. 문제는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카드사 직원이 근무한 회사측이 이번 사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경찰을 상대로 로비를 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 회사와 경찰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음은 이번 사건의 전말.
지난 1월10일. LG카드 강북채권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직장인 김희영씨(가명·여·22)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도난당했다고 신고했던 것. 이에 강북채권팀 사고조사반에서 특수채권 회수 업무를 담당하는 강명철씨(가명·28)가 사건을 담당키로 하고 진상 확인에 나섰다. 강씨는 우선 김씨를 만나 도난 경위에 대해 들었다.
김씨가 전한 사건 경위는 다음과 같았다.
김씨는 카드 도난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 친구인 박소영씨(가명·여·22)와 박씨의 애인인 김형수씨(가명·26) 등과 함께 나이트클럽에 놀러 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카드를 도난당했는데, 절도범으로 박씨와 김씨를 지목했다. 김씨는 “그날 나이트클럽을 나온 다음 카드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의 친구인 박씨는 서울 강북에 위치한 한 룸살롱의 여종업원. 박씨는 자신이 일하는 룸살롱에 손님으로 왔던 김형수씨를 처음 만나 애인이 됐다. 김씨는 마약 복용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다.
이에 강씨는 김씨로부터 친구 박씨의 인적 사항과 전화번호를 전달받아 자체 조사에 나서는 한편 경찰에도 이 사건에 대해 신고했다.
그리고 강씨는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만나서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씨는 “굳이 만날 필요까지는 없다”며 “내가 카드를 훔친 게 아니라 내 남자친구가 그런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강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박씨에게 “당신의 남자친구가 카드를 훔쳐 사용했으니 대신 갚아라”하고 협박했다는 것. 이에 박씨는 강씨를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발생했다. 사고조사반 직원 강씨와 박씨는 지난 2월9일 오후 6시께 만나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S비디오방에 들어갔다는 것.
비디오방에서 강씨는 박씨에게 “너도 김형수와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김형수와 같이 콩밥을 먹게 하겠다. 하지만 내 말을 들으면 빵(교도소)에 가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협박하면서 성폭행을 가했다는 것.
그런데 이 같은 성폭행 사실은 한달 보름여 만에 공개됐다. 경찰에선 강씨의 성폭행 사건 이후 박씨의 신병을 확보해 절도 혐의를 받고 있던 남자 친구 김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결국 경찰은 박씨의 수사 협조로 카드 절도범 김형수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경찰은 카드 절도범인 김씨를 구속시키면서 이 사건이 종결됐다고 봤다. 하지만 박씨는 경찰에서 “혹시 이런 일도 처벌받을 수 있냐”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떼면서, 자신이 성폭행당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날, 강씨와 박씨는 절도 혐의를 받고 있던 김씨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김씨는 집에 없었고, 이에 강씨는 박씨에게 “네가 빼돌린 것 아니냐”며 윽박질렀다.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으나, 강씨는 “만약 네가 빼돌린 게 아니면 회사로 가서 확인서를 써달라”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이 회사로 가던 중 강씨는 “확인서를 사무실에서 쓰는 것보다 커피숍에서 쓰는 게 낫지 않느냐”라며 다시 방향을 회사 근처 커피숍으로 틀었다는 것. 커피숍에서도 강씨는 박씨를 공범으로 몰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피곤해서 그런데 비디오방에 가서 쉬어야겠다”라며 비디오방까지 유인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경찰이 강씨를 불러 강하게 추궁한 결과,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강씨는 결혼을 앞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씨는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강제로 성폭행하지는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강씨가 강간이 아닌 화간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자인 박씨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박씨는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LG카드사측에선 강씨에게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고시켰으며, 현재 그는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LG카드측 관계자는 “강씨는 평소 착실했던 직원이어서 동료들도 이번 사건이 터지자 충격이 컸다”며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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