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7개팀 감독들이 선수 선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기원
과연 어느 팀이 셀 것인지, 누가 우승할 것인지, 예측은 쉽지 않은데, 더블리그의 중장거리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1위 최정에다가 일찌감치 중국 1등 위즈잉까지 확보한 서울 부광탁스가 돋보인다. 세 판 경기에서 최정과 위즈잉이 2승을 합작한다면 탄탄대로 아닌가. 권효진 감독은 아버지가 권갑용 8단이고 남편은 중국 프로기사 웨량 6단이다. 위즈잉 영입에 남편의 외조가 컸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
부산 삼미건설의 윤영민 감독은 ‘박 트리오’로 팀을 구성해 선발식장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세 사람의 이름 자체가 다 비슷하게 들린다. 박지은은 부산 해운대가 고향. 지역연고에 따라 삼미 팀에게 우선 지명권이 있었다. 박지은이야 세계적 명장이니 말할 게 없거니와 박지연도 타이틀 무대 경험이 있어 믿을 만하다. 박소현이 얼마큼 해 주느냐가 삼미의 관건이다. 부안 곰소소금의 김혜민-김혜림과 이유진은 세 자매라 해도 그런가 할 정도로 분위기가 닮았다.
포항과 경주는 신-구 조화를 이룬 팀. 포스코켐텍 이영신 감독은 올해 박지은과 싸워 ‘국수’를 차지한 18세 김채영을 선봉에 세우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루이나이웨이-박지은과 함께 3각 구도를 이루고 있었던 다재다능의 천재형 조혜연을 허리에, 파이팅 넘치는 복서, 완력의 중견 김은선을 후미에 배치했다. ‘전략’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혜연과 박지은은 이제 불과 서른 안팎이지만, 바둑동네에서는 어느덧 백전노장이다.
조혜연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 “일요일 대국은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는데도 이영신 감독이 조혜연을 2지명으로 호명하자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이 감독은 조혜연의 조건을 감수하겠다는 것인데, 만일 일요일 대국이 불가피한 경우가 생겼을 때 이 감독은 주포 조혜연 없이 어떻게 용병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포스코켐텍은 또 KB바둑리그의 남자 프로팀도 있고 얼마 전에는 여자 주니어 아마추어 정상 김수영 선수를 직원으로 채용했는데 이번에 여자리그에도 동참하면서 ‘바둑선수단’을 완비했다.
서귀포의 하호정 감독은 당당히 “우리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선수를 뽑았다”면서 웃었다. 오정아는 제주 출신. 최정의 라이벌일 것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문도원은 정관장배 7연승 신기록의 주인공. 대기록을 세우느라 좀 지쳤는지 7연승 후에는 뜸했는데, 요즘 승부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는 주변의 귀띔이다. 인제는 평균 연령 스무 살, 가장 낮은 팀이다. 제일 어린 선수 오유진은 사람들이 “성장 가능성도 제일 클 것”으로 예상하는 기대주이고, 박태희는 연구생 시절부터 소문난 파이터. 현미진 감독은 “우리는 젊은 피로 승부하겠다”는 말로 우승 꿈, 우승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감독들이 이구동성 우승후보로 지목한 팀은 부광탁스. 부광탁스는 공적이 되었고, 다른 팀들은 일단 부광탁스 견제에는 공동전선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벌써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부광이 최정-위즈잉의 쌍포로 독주한다면 참신한 기획, 야심찬 출발에도 불구하고 여자리그의 흥행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최정과 위즈잉이 맞대결해야 관중이 몰려올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여자리그가 출발도 하기 전에 어려운 숙제를 하나 안았다. 어쨌든 용병은 흥미 배가의 요소다. 요즘은 실력도 부쩍 늘었다는 대만의 헤이자자 6단(20)이 인제 팀인가로 올 것 같다고 한다. 후지사와 리나 2단(16)도 탐나는 선수다. 한-중-일이 다 나와야 더 재미있을 것인데, 대회의 구색과 박진감을 위한 일본 선수로는 최고다. 어떤 팀에서든지 섭외를 했으면 좋겠다.
맏언니 이정원과 막내 권효진을 빼면 감독들의 나이가 엇비슷하다. 이들의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이영신은 1975년 조영숙-윤희율 입단 이후 중단되었다가 1990년 재개된 여자입단대회 제1기 통과자. 그때 같이 입단했던 남치형(39)은 초단에 머문 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가 되어 있다. 현미진은 남편이 김영삼 9단이고, 남편이 이상훈 9단(큰 이상훈)인 하호정은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영선 5단(37)과 입단동기이며 강승희와 동갑. 이상훈 9단은 2014 KB바둑리그에서 정규리그 우승→포스트시즌 우승에 퓨처스리그에서도 우승, 3개 부문을 싹쓸이한 명문 티브로드 팀의 감독이고 김영삼 9단은 티브로드와 막판까지 경쟁하다가 준우승으로 분루를 삼킨 정관장 팀의 감독이다. 2015년 시즌에는 이상훈-하호정과 김영삼-현미진, 부부 감독의 대결도 관심거리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김채영은 아버지가 김성래 5단이고, 김은선은 남편이 박병규 9단. 아버지와 동생, 동생의 남편까지도 전부 아마추어 강자인 완벽한 바둑가족이다.
이들과 함께 크면서 활동해 왔고 요즘도 프로기사회 관련 업무 등을 열심히 돕고 있는 김민희 3단(35)이 감독에 선임되지 못한 것,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요정 이슬아 3단(23)이나 작년에 입단한 부산의 여자 탱크 강다정 초단(23)이 선수에서 빠진 것은 선발식이 남긴 한두 가지 아쉬움이다.
경기는 제한시간 각 1시간, 40초 초읽기 5회의 장고바둑 한 판, 각 10분에, 40초 초읽기 5회의 속기 대국 두 판이다. 정규리그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에서 최종 우승을 가린다. 총규모는 4억 8000만 원이며 우승상금은 4000만 원이다. 대국료는 승자 80만 원, 패자 20만 원이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