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비스프 외곽에 위치한 호그웨이는 언뜻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152명이며, 모두가 노인들이다. 노인들은 산책을 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등 매일 평화롭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치매 마을’ 호그웨이. 이곳은 사실 치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이다.
하지만 평범한 시골 마을인 이곳에는 사실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다. 이곳은 사실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이다. ‘치매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 요양시설의 목적은 환자인 노인들이 이곳이 병원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평범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가령 그림을 좋아하는 노인의 집에는 그림을 걸어 놓고, 음악을 좋아할 경우에는 하루종일 집안에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또한 집안 장식은 노인들의 단기 기억이 멈춰있는 시대의 스타일로 꾸며 놓았다. 가령 1950년대, 1970년대, 혹은 2000년대 스타일의 가구들을 배치해 놓았으며, 식탁보 하나까지 그 시대의 것으로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다.
노인들은 6~7명씩 무리를 지어 한집에 모여 살고 있으며, 집집마다 한두 명의 관리인들이 거주하면서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행동의 제약도 없다. 250여 명의 간호사들과 노인병 전문의들이 각각 캐셔, 식료품점 직원, 우체부 등으로 분장한 채 마을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노인들은 안전하고 자유롭게 마을을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쉴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노인들이 마을을 벗어나는 경우는 없을까. 사실 2층 건물들을 따라 사방에 벽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마을의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이는 불가능하다. 우연히 출구를 찾아낼 경우에도 직원이 정중하게 다가와 문이 잠겼다고 말한 후 다른 길을 안내해주기 때문에 마을을 이탈할 염려는 없다.
환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곳은 만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 적어도 거주민들 가운데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경우에만 추가로 입소가 가능하다. 또한 이런 운영 방식이 긍정적이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치매 노인들은 전보다 약물 복용량이 줄어들었으며, 식사도 더 잘하고 더 오래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