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인 김구라가 쓰러졌다. 동료 연예인들을 향해 입바른 소리를 쏟아내고 심지 있는 독설로 대중에게 쾌감을 안기던 에너지 넘치는 방송인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요즘 지상파,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평소 성실하기로 유명한 김구라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던 사실은 놀라웠지만 이후 알려진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아내 이 아무개 씨의 빚보증에 따른 채무로 고통받고 있었고 최근 재산 가압류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김구라는 방송에서 아내 관련 문제를 예능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위부터 <힐링캠프>, <세바퀴>, <라디오스타> 화면 캡처로 가운데는 그가 쓰고 있는 가계부.
이에 대해 김구라의 소속사는 “불면증과 이명 증상으로 인한 공황장애 증상 악화로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선생님의 소견으로 입원을 했다”며 “이번 일로 김구라의 개인사가 공개돼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추측기사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뚜렷한 부인도 하지 않아 아내의 빚보증 문제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김구라는 그동안 자신의 속사정을 예능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MBC <라디오스타> 진행 도중 패널로 출연한 전현무가 “스케줄이 많아 힘들 때마다 김구라를 생각한다”고 말하자 김구라는 “너도 집에서 사고치는 와이프 있으면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며 “본의 아니게 부채가 생겼다. 내 와이프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토로했다. 당시 출연진은 웃어 넘겼지만 사실 김구라는 웃지 않았다. 남들이 들을 때는 농담이지만 본인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2년 전 김구라가 알게 된 아내의 채무 규모는 17억~1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가 지인들의 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게 되고 김구라에게 이를 말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돈을 갖다 쓰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것이다.
김구라의 집안 사정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됐다. 지난해 9월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유자식 상팔자>에서 김구라의 아들 동현 군은 “지난 7년 동안 내가 방송으로 번 돈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엄마에게 내 통장 잔액을 물었다. 엄마가 화를 내시며 ‘19살 때까지 번 돈 다 준다더니, 이제 와서 아깝냐?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는 거야!’라고 하셨다. 통장 잔액만 물어봤을 뿐인데 화까지 내는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김동현은 통장 정리를 하는 엄마를 몰래 훔쳐보다 잔액이 3600원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MC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김구라와 직접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고 김구라는 아들에게 “동현아, 알면 다쳐. 19살 전까지 번 돈을 다 엄마한테 주기로 했으면 엄마를 믿고 맡겨라. 어쩌겠냐”라고 타일렀다.
김구라의 한 측근은 “김구라는 가계부를 쓸 정도로 경제관념이 투철한 연예인이다. 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아내가 진 빚을 갚느라 요즘 부쩍 힘들어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많은 스케줄로 인해 체력까지 바닥나니 결국 쓰러지고 만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A 역시 아내 때문에 거액을 탕진했다. 한때 연기를 그만둘 것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히트작을 만나며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A는 각종 CF까지 섭렵하며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거액을 곗돈으로 탕진하며 A까지 구설에 올랐다. A의 아내는 수익률이 높다는 말을 믿고 강남의 유명 계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계주가 도망가면서 수십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 사건은 당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A의 실명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방송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후 A와 아내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A는 이를 감내하고 부부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송대관도 아내로 인해 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40년 넘게 가수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내고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아내의 사업 실패 때문에 졸지에 신용불량자 신세에 놓이게 됐다.
송대관은 아내 이 아무개 씨의 토지 개발 분양사업에 대출금 채무를 연대 보증했다가 사업이 어려워져 200억 원대 빚을 졌다. 그는 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고 얼마 전 이태원 자택까지 팔아 채무를 일부 변제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많은 연예인들이 집안 단속을 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집안이 편안해야 연예 활동도 잘할 수 있는 법인데 가정이 흔들리니 바깥 활동도 제대로 될 리 없다”며 “단순한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며 정신적 충격도 상당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수 김태우는 아내와 얽힌 또 다른 일로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소울샵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던 가수 메건리와 길건이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낸 가운데 그 배경으로 아내 김애리 씨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메건리 측은 “김태우의 아내 김애리 씨가 경영이사로, 장모 김 아무개 씨가 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진이 교체돼 의사소통이 안 됐을 뿐만 아니라 지출과 수입 정산내역서 등을 한 번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가 출연하기로 했던 뮤지컬 <올슉업> 계약이 강제로 이뤄졌고 언어폭력에 시달려 극심한 우울증으로 상담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사실 무근이다. 법적 대응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쌍방 간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다툼 속에 김태우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시시비비를 떠나 김태우는 비전문가인 가족들에게 경영을 맡겨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고 이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연예인의 가족이 사업에 직접 개입하며 좋은 않은 사건이 수차례 불거진 적이 있다. 일단 분쟁이 발생하면 가족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중립적 위치를 지키기 어려워 사태를 키우며 자신의 이미지까지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