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 24일 김민희씨(가명·43)를 살인미수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자신을 의심하는 남편 정진수씨(가명·44)를 연탄가스 중독과 전기감전 등의 방법으로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역술인들을 동원해 살인굿을 벌이는가 하면 5천여만원을 주고 살인부적을 구입했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남편을 죽이기 위해 역술인들과 함께 살인 예행연습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엽기적인 부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잠을 잔 게 몇 시간쯤 지났을까, 그는 갑작스레 몸을 덮는 서늘한 기운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외마디 고함을 질렀다.
“누구야!”.
그 순간 어둠속에서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방을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한 정씨. 몸을 일으켜 범인을 쫓아가려 했지만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나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다행히 오랜 뱃일에 다져진 몸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로 쓰러져 영영 깨어나지 못할 뻔했다.
곧 정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이 벌어진 방 안에서 몇 가지 주요 단서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방 안에는 연탄을 피우는 연탄화덕이 놓여 있었다. 화덕에서는 아직 타다 남은 연탄이 매캐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강가에서 물고기 따위를 잡을 때 사용하는 전기충격기도 있었다. 정씨의 얼굴을 덮었던 커다란 목욕용 타월도 아직 물기를 머금은 채 침대 위에 헝클어져 있었다.
어설픈 범인이 정씨가 갑작스럽게 깨어나자 이에 놀라 범행도구를 내팽개치고 도망간 것. 이 덕분에 경찰은 어렵지 않게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정씨가 잠든 사이 연탄불을 피워 가스중독을 유도한 범인은 자고 있는 그의 몸에 젖은 수건을 덮은 뒤 전기 감전사를 노렸을 것’이란 게 경찰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 단서들을 바탕으로 경찰은 몇몇 용의자들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았다. 사건 당시의 알리바이 등을 대조하며 차근차근 수사망을 좁혀가던 경찰. 그 결과 가장 마지막까지 용의선상에 남아 있던 인물은 단 한 사람, 바로 정씨의 아내 김씨뿐이었다. 그녀는 이런 경찰의 수사에 압박을 느낀 나머지 범행 9일 만인 지난 7월21일 스스로 경찰서에 자수했다.
김씨가 남편 정씨를 살해하려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초가을. 여수에서 어업을 하던 정씨는 조업 때문에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잦았다. 부인 김씨는 이 틈을 타 잠시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발각됐던 것.
이 일 때문에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이혼했다가, 다시 한 달 뒤 재결합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남편의 의심은 심해졌다. 집안 경제권도 모두 남편 정씨가 가졌고, 수시로 부인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지난 2월, 마침내 아내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수 시내 역술인 강정환씨(가명·40)를 찾아갔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그 인간이 죽든지 제가 죽든지 무슨 수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씨가 털어놓는 고민을 가만히 듣던 강씨는 서울에 있는 또다른 역술인 황동균씨(가명·51)를 떠올렸다.
이때부터 강씨는 서울과 여수를 오가며 황씨와 김씨의 만남을 주선했다. 머리를 맞댄 세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청부살인. 강씨와 황씨는 이때부터 적임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수소문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역술인들은 부인 김씨에게 다음으로 살인부적이라는 방법을 권했다. 사실 두 사람에게는 일단 돈이 급했다. 이를 핑계로 지난 3월 김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5천1백만원을 건네받았다. 물론 부적을 쓴다고 남편이 죽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부적을 쓰고서도 남편이 멀쩡히 살아 자신을 계속 구박하자 김씨가 두 사람에게 짜증을 냈다. 그러나 역술인 황씨와 강씨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돈 때문에 일을 떠맡기는 했지만 두 사람 역시 사람을 죽인 경험은 없었던 것.
마침내 지난 7월 초. 황씨는 김씨 앞에서 마지막 계획을 털어놓았다. 결국 지난 7월12일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해 마지막 시도에 나선 김씨. 그러나 남편 정씨가 오랜 뱃일을 해온 덕에 다른 사람보다 체력이 월등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 실수였다. 수면제와 연탄가스 기운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수건이 자신의 몸을 덮자 정씨가 놀라서 깨어났던 것. 결국 김씨의 엽기적인 ‘남편죽이기 프로젝트’는 미수에 그쳤고, 그녀는 쇠고랑을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