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지난 3월 부산경찰청 인터넷 사이트에 ‘검·경 공무원들이 부산 시내 성인오락실 업주로부터 정기적인 상납을 받고 불법영업을 비호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오르면서 막이 올랐다.
당초 이 사건은 부산경찰청이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어 수사가 종결됐다가, 지난 8월 부패방지위원회가 다시 이 내용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되자 세간에서는 경찰이 축소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등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이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과 사건의 진상에 대해 정밀 추적해봤다.
부산경찰청 인터넷 사이트에 부산지역 검·경 공무원들의 성인오락실 비호를 폭로한 ‘조직 갈취 집단 부산 경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오른 것은 지난 3월24일이었다. 이어 이틀 뒤인 3월26일에도 똑같은 글이 부산경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됐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부산 일대 경찰이 성인오락실 업주들로부터 정기적인 상납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A4용지 넉 장 분량으로 장황하게 작성된 이 글에는 오락실 업주와 단속 경찰간의 밀착 내용과 돈을 받은 경찰의 이름, 액수 등이 조목조목 열거돼 있었다.
이 글에 따르면 성인오락실이 밀집해 있는 부산 남포동의 경우 경찰이 비호하지 않으면 영업이 불가능하며, 업주들의 로비도 그만큼 체계화·정형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업주들은 ‘공식 섭외비’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파출소장이나 방범지도 계장 등의 간부급한테는 월 1백만원, 파출소 직원이나 경찰서 직원에게는 월 50만원을 상납한다고 폭로했다. 이밖에도 수사과장이나 강력과장 등 검찰 직원에게도 상당한 금액이 전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나타난 업소당 한 달 로비액은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으면 2천만원. 특히 여러 개의 업소를 운영하는 업주의 경우 한달 평균 5천만원의 거금이 로비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글을 올린 업주는 문건에서 “이 액수는 정상적인 회계를 할 경우 세금으로 내야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업소로 볼 때 손해는 아니며, 오히려 로비를 할 경우 불법 영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더 이익이다”고 고백했다.
부산경찰청은 문제의 글을 곧바로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문건에 이름이 게재된 직원들을 상대로 자체 감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내사 선상에 오른 사람 중에는 간부급도 상당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별다른 수사 진척 없이 이 사건이 서둘러 종결됐다는 점이다. 물론 경찰은 정상적으로 수사를 해본 결과 ‘음해성’이 짙은 글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부산경찰청 감사과 관계자는 “인터넷에 게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를 벌인 것은 사실이나 제보자의 신분에 문제가 있고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도 완강하게 부인해 내사를 더 진행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글이 올라온 부산의 모 PC방. IP 추적 결과 서면 등의 PC방 세 곳에서 글을 올렸다. 그러나 작성자로 표기된 박아무개씨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현재 오락실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문제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글이 올라온 PC방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벌인 결과 수배중인 조직폭력배와 인상착의가 비슷했다”며 “수사를 방해하고 달아날 시간을 벌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해성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음해성 글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기 때문. 더군다나 검찰 수사내용과도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어 경찰이 사건을 축소시키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검찰이 부패방지위원회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시점도 미스터리 중 하나. 당초 검찰은 지난 8월 부패방지위원회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패방지위원회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시점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직후인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경찰 투서가 먹히지 않자 부패방지위원회에 자료를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은 현재 일부 경찰서에서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부산지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현재 상당 부분 혐의를 확인한 상태다. 일부 경찰서의 경우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