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스무살 성년이 된 뒤 결국 아버지와 오빠를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파렴치한 부자에게 법원은 실형이라는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이 소녀에게 가족이란 존재는 파괴되어 버린 뒤였다. 오히려 “아버지와 오빠를 감옥에 보낸 독한 X”이라는 따가운 친인척들의 질시가 더욱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엽기적인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정미숙씨(가명·20)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갓 열한 살이 되던 94년부터 2년여 동안 세 살 위의 친오빠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 했기 때문. 당시 한방을 쓰던 중학생인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여동생의 몸을 상대로 자신의 호기심을 거리낌없이 채워나갔다.
주변 누구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정씨는 원래 이렇게 사는 줄 알았고 또 오빠의 행동이 큰 범죄인 줄도 몰랐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도 못했다. 친어머니는 이미 이혼후 외국으로 나갔기 때문에 계모에게 이같은 고민을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나마 아버지가 있었지만, 오히려 아버지는 그녀에게 더 가혹한 시련이었다. 음란 비디오를 보는 자리에 갓 중학에 입학한 자신을 불러서는 역시 성추행을 일삼았다. 의붓아버지도 아닌 친아버지의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행동이었고, 정씨 또한 오빠에 이은 아버지의 탐욕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정씨가 이들 부자의 음흉한 손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96년 추석 즈음. 주변에서 오빠의 상습적인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족들은 오빠를 다른 방에서 자게 하는 걸로 이 일을 덮고자 했다.
정씨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한 것은 열아홉 살이 되던 지난해. 한 여성보호단체를 찾아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처음으로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고소를 해야될 사안임’을 판단한 상담소측은 변호인을 찾아 나섰고 이때 강지원 변호사가 무료변론에 나섰다.
정씨는 가족들에게 성폭행과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아버지와 오빠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성폭력처벌법위반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정씨는 아버지와 오빠에게 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고통에 몸서리쳐야 했던 지난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정씨는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아버지와 오빠의 성폭행이 이렇게 큰 범죄인 줄 알았으면 어릴 때부터 그렇게 당하기만 하지 않았을 텐데…”라며 절규했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아버지와 오빠는 의외로 순순히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시인하고 참회하는 듯 했다. 오빠는 성폭행을 시인한 각서를 썼고, 아버지도 “그렇게까지 한이 되는지 몰랐다”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또한 아버지는 경찰조사가 있은 뒤 ‘전재산을 주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하지만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자 이들은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항소에 나서는 등 태도가 돌변했다. 오빠는 “어린 시절 동생과 같은 방에서 잠자다 성추행한 일은 있지만 96년 추석 이후에는 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성폭행은 전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역시 “딸의 몸을 예쁘다고 쓰다듬어 준 것이 어떻게 성폭행이 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의 판정은 엄격했다. 지난 4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신영철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도 역시 아버지에게 징역 3년을, 오빠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선고내용에 대해 강지원 변호사는 “보통 징역 5∼7년 정도는 나올 사안임에도 어린 시절 겪었던 오래된 일이고 오빠 역시 가해 당시 어린 나이였다는 점 등이 감안돼서 징역 3년과 2년 6개월이라는 형량이 나온 것 같다”며 “피해여성이 그동안 겪은 고통에 비하면 모자란 느낌이 들지만 앞으로 정씨가 ‘나쁜 기억들’을 떨치고 밝게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기에 형량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취재과정에서 밝혀진 더욱 안타까운 사연은 현재 정씨가 극도의 대인기피증과 공포증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씨가 아버지와 오빠를 감옥에 보낸 독한 X이라는 질시와 함께 가족 및 친지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가정내 성폭행 피해자는 고소 후 가족이나 주변 친지들로부터 온갖 회유와 협박을 받는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아버지 없이 살 수 있느냐’, ‘너만 조용히 있으면 된다’ 등의 회유에서부터, ‘왜 없는 일을 만들어 내느냐’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이르기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게 된다”고 가족 성폭력 피해여성이 겪게되는 또다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집을 떠나 여성보호단체가 운영하는 ‘쉼터’ 등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 정씨 역시 “합의를 하고 고소를 당장 취하하라”는 가족들의 압력을 피해 한 여성보호단체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모 프리랜서
-
[단독] 김용현 전 국방장관 "민주당이 내란 수준, 대통령은 자식 없어 나라 걱정뿐"
온라인 기사 ( 2024.12.06 09:13 )
-
그날 밤 출동 계엄군도 처벌받나…내란죄 처벌 적용 범위 살펴보니
온라인 기사 ( 2024.12.06 15:32 )
-
[단독] '김건희 풍자' 유튜버 고소대리…대통령실 출신 변호사, 변호사법 위반 논란
온라인 기사 ( 2024.12.10 1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