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시위 현장에서 근무중인 경찰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
한 현직 여자 경찰관의 ‘위태로운 사랑’은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몰고 왔다.
서울 성북경찰서 소속 J경장(여·30). 지난 10월27일 승용차 안에 유서 한 장을 달랑 남겨놓고 마포대교 난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는 가족과 동료들의 애간장을 태운 지 7일 만인 지난 11월4일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타살 여부와 자살 동기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인 용산경찰서측은 일단 유서와 목격자의 신고 내용 등에 미뤄 J씨가 내연관계였던 동료 이아무개 경장(34)과의 불화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연구소측도 시신에 뚜렷한 외상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내연남으로 알려진 이 경장도 경찰 조사를 통해 이 부분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장은 사건수사를 맡은 용산경찰서에서 J씨와의 관계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용산경찰서는 이 경장과 J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수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용산경찰서 주변과 성북경찰서 관계자들이 전하는 두 사람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이렇다.
아내와 두 명의 자녀를 둔 유부남이었던 이 경장과 J씨는 경찰서 내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얼굴을 익혔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성북경찰서에서 근무해온 J씨는 이 경장이 유부남이란 사실 때문에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고 이 경장 역시 J씨에게 호감을 가졌으나 남의 이목이 두려워 일정 거리를 뒀다고 한다.
J씨와 이 경장이 극히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것은 1년여 전부터. 만남이 거듭될수록 관계가 급진전돼버린 것이었다. 결국 이 경장이 J씨의 홍릉 원룸집을 드나들면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둘 사이가 파국으로 치달은 것은 J씨가 이 경장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이 경장은 아이를 지우기를 원했고 J씨가 이에 반대하면서 갈등을 겪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J씨가 임신을 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경찰 주변에 의하면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J씨의 임신 사실을 인정했고 이 경장의 순찰차 안에서 J씨의 임신일지와 태아 초음파 사진까지 발견됐다는 것.
J씨의 직속상관과 동료들도 “시신이 발견된 후에 J경장이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혀 J씨의 임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용산경찰서는 임신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J씨가 사망 당시 임신 5∼6주였다는 말이 있었으나 국과수의 검시에서는 임신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성북경찰서 내부와 이 경장, 그리고 J씨 가족들은 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그렇게 깊은 사이인 줄은 전혀 몰랐다. 평소에도 동료들은 J씨에게 부담이 될까봐 ‘사귀는 남자가 있느냐’ ‘결혼은 왜 하지 않느냐’등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경남 하동에 살고 있는 J씨의 부모와 언니, 여동생, 두 명의 남동생도 이 경장과의 교제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한편 이 경장은 J씨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당일인 지난 10월27일부터 경찰서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경장은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성북경찰서에서 해임통보를 받았다. 11월17일 성북경찰서 징계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성북경찰서 청문관실은 “경찰서장 발의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공직자 품위손상’이라는 이유로 해임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경무계에서 당사자에게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무 담당관은 “지난 11월18일 본인(이 경장)에게 해임 사실을 통보했다”면서 “30일 이내에 다시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장이 근무하던 부서의 관계자도 “현재 이 경장과의 연락이 두절됐다”라고 밝혔다. 이 경장은 징계위원회 결정내용에 아직까지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경장의 가족들은 성북경찰서측에 재심의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