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여인이 살고 있는 인천 계양구의 S오피스텔. 장 목사는 이 건물 맨 꼭대기층의 베란다에서 떨어져 숨졌다. | ||
장 목사는 지난 2일 여신도 김아무개씨(34)의 오피스텔 앞에서 숨을 거뒀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망 원인은 추락사. 별거중인 여신도의 남편을 피해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떨어져 사망했다는 게 경찰의 당초 발표. 그러나 장 목사가 숨을 거둔 지 2주 가까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인천 P교회측은 당초 사망원인을 과로사로 발표했다. 장 목사의 유족들은 “신도의 고민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여인의 남편과 시누이는 “불륜 현장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몸을 숨기다 떨어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 사건을 둘러싸고 쟁점이 되고 있는 의혹 세 가지를 집중 취재했다.
취재진은 우선 장 목사가 사망한 인천시 계양구 S오피스텔을 찾았다. 논란의 발원지이기도 한 S오피스텔은 경찰서와 그리 멀지 않은 번화가에 위치해 있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올 초에 지어진 신축 건물. 김 여인은 지난 여름 이 건물 9층에 있는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장 목사 사망 사건이 주민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신문을 통해 사건이 벌어진 곳이 우리 오피스텔이고, 추락사한 남자의 신분이 목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뿐”이라고 귀띔했다.
장 목사가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떨어진 곳은 꼭대기층인 9××호. 함께 있던 여신도의 남편과 시누이가 갑자기 초인종을 누르자 베란다로 몸을 피해 매달려 있다가 떨어져 불귀의 객이 됐다는 것이다. 장 목사의 시신은 119구조대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이미 119구급대와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며 “장 목사는 119구급대에 의해 한림대병원으로 이송된 뒤였다”고 설명했다.
S오피스텔 관리인에 따르면 장 목사는 사고 당시 와이셔츠 차림으로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것. 그러나 장 목사가 떨어진 오피스텔 뒤편 화단은 이미 깨끗이 치워진 상태. 부러진 나뭇가지만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장 목사 사건을 놓고 적지 않은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신도의 고민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하는 장 목사의 유족들과는 달리 김 여인의 남편측은 ‘간통’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유족들과의 접촉을 위해 장 목사가 담임으로 있던 인천 P교회측에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연락 두절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 교회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교회와도 연락이 안되고 있다”며 “그러나 당시의 만남이 결코 불미스러운 자리는 아니었다는 게 유족들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주장했다.
경찰을 상대로 한 항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사건이 불륜쪽으로 보도되면서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경찰서까지 찾아와 항의를 하는 통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장 목사 유족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먼저 ‘단순히 고민 상담을 위한 자리였다’면 아내를 찾은 남편을 피해 베란다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 장 목사가 추락사한 김 여인의 오피스텔 내부 모습. | ||
그러나 인터뷰는 불가능하다는 게 교회측의 설명. 이 관계자는 “몇 번 교회로 찾아와 소란을 피운 적이 있지만 연락처를 따로 받아두지는 않았다”며 “현재 두 사람으로 인해 교회 사정이 말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장 목사의 사망원인은 당초 추락사가 아닌 과로사로 세간에 알려졌다. 장 목사가 대표로 있는 한 기독교 단체에서 장 목사의 사망소식을 잘못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장 목사가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 3일 과로사로 인한 장 목사의 사망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일간지들은 부고란에 장 목사의 사망소식과 함께 그동안의 업적을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사망원인을 알고 보니 P교회에서 ‘추락사’를 ‘과로사’로 바꿔 이 단체에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장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P교회로부터 별세했다는 통보받고 보도자료를 만들었을 뿐”이라며 “우리도 언론을 통해 장 목사와 관련된 내용을 알았다”고 나중에 해명했다.
더구나 교회측에서 통보한 장 목사의 사망시각은 지난 1일 오후 10시였으나, 발표문에는 이보다 3시간 정도 앞당겨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 P교회측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어느 신도가 단체에 연락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 다급한 마음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통보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장 목사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이제 관할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경찰은 지난 4일 장 목사의 시신을 옮겨 부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부검결과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는 “사망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부검을 실시해 현재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 여인으로부터 ‘신도 상담을 위한 자리였다’는 진술을 들었다”며 “아직 정확한 사망경위도 나와 있지 않은 만큼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찰의 분위기는 기존의 태도에서 한발자국 물러난 모습. 경찰은 그동안 장 목사와 김 여인 사이를 내연의 관계로 가닥을 잡고 수사해왔다. 언론에도 장 목사의 죽음이 불륜 현장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다가 벌이진 일이라고 설명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입장을 번복하고 있어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로부터 항의가 있기는 했지만 외부압력은 없었다”며 “아직 수사중인 사건이고,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발표를 미루는 것일 뿐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