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이 회사 비자금은 약 30억원 정도로 밝혀지고 있으나, 부산지역 재력가인 동성여객 이광태 사장과 그의 부친 이재헌 회장이 소유한 한마음상호신용금고, 진주골프장 등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무성하다. 특히 부산지역 최대 금고로 알려진 한마음신용금고에서 도종이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지는 등 여러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다.
▲ 자살한 안상영 시장의 빈소(사진 위)와 동성여객 전경. 전방위적 로비를 벌인 뇌물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 ||
부산지역 최대 운수업체인 동성여객의 이광태 사장은 지역 내에서 기업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체육계 인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92년 부산시축구협회장을 시작으로 94년에는 부산아시안게임 유치위원을 맡았고, 최근에는 부산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김운용 IOC 위원에게 억대의 로비를 펼친 끝에 KOC 위원에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최근 김운용 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부산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이 사장이 부산아시안게임 북한 참가에도 나름대로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지역내 체육계의 대표적 인사로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부산고-동아대 출신의 이 사장은 최근 밝혀진 로비 대상자가 안 시장과 도종이 의원 등으로 밝혀지면서 나름대로 학맥 관리도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는 부친의 영향으로 지역 상공인과 체육계를 발판으로 정계 입문의 꿈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지역 운수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지역 한 운수회사 대표 출신인 도 의원이 지난 200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2004년에는 이 사장이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부쩍 나돌았다”며 “그의 부친 이 회장이 한나라당 후원회장을 맡은 것도 그런 차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00년 총선 당시에는 자민련 부산시지부 청년위원장 영입설이 나돌았고 전국구 후보로 거론되기도 있다.
이 사장은 동성여객 외에도 S여객 D버스 또 다른 S여객 등 모두 4개 버스업체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운수업 재벌이다. 그의 소유 버스만도 4백50여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버스의 약 20%에 해당한다.
게다가 실제 거의 모든 노선이 서면 등 시내를 관통하는 이른바 황금노선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때 동성여객에 몸담았던 택시기사 이아무개씨는 “모든 버스회사들이 적자에 시달리는 판에 동성여객은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을 뿌렸을 정도로 황금노선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부산 최대 상호신용금고인 한마음상호신용금고를 보유하고 있고, 실제 도 의원 등에게 돈을 전달한 곳도 이 금고여서 이 신용금고를 둘러싼 로비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또한 2001년 8월에는 금호그룹의 자회사인 금호개발로부터 경남 진주시의 진주골프장을 6백34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 이 사장은 부산상공회의소 감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이 회사를 움직이는 실세는 이 사장이 아니라 그의 부친인 이재헌 회장이라는 것이 지역내 대체적인 여론이다. 전직 경감 출신의 경찰공무원이었던 그가 실질적인 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 로비도 사실상 이 회장의 역할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
기자가 직접 동성여객을 방문했을 때에도 그와 같은 정황은 감지되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연말 이 사장은 사퇴했고, 현재는 친인척인 이아무개씨가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씨는 “그동안 회사의 모든 운영은 이 회장이 했고, 현재 내가 사장을 맡고 있지만 회사 내의 구체적인 사정은 잘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경찰 출신 동호회 모임인 경우회 부산 회장을 지난 94년부터 최근까지 9년간이나 맡는 등 폭넓은 인맥을 과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우회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1억원을 쾌척해 전국에서는 최초로 부산에서 유일하게 7층 건물의 경우회관을 만들기도 했다”면서 “재력이 있어서 회원들 사이에 평판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회관 건립에 대한 공으로 2001년 11월에는 경우봉사왕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남 밀양 출신의 이 회장은 신흥대학(현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경찰에 투신, 61년에 경감으로 퇴직한 뒤 택시 한 대로 운수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69년에는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 선출되었고 77년에는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에 선출되는 등 승승장구했고, 최근 한마음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하면서 금융업에도 손을 뻗쳤다.
이 회장은 부산지역 내에서는 정계 체육계 경제계의 원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의 직함만 해도 부산시체육회 부회장, 한나라당 후원회장, 시정자문위원, 부산경찰청 선진질서위원장, 부산경영자협회장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부산 정계의 한 인사는 “당초 알려지기로는 지난 98년 시장 선거에서 이 회장은 한나라당의 안상영 후보보다 오히려 무소속의 김기재 후보와 더 가까운 편이었다”면서 “안 후보 대세론과 함께 그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두 사람이 서로 밀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일보>의 한 기자는 “안 시장에게 돈을 전달한 사람은 이 사장이 아니라 이 회장이었고 실질적인 현금 동원 능력도 모두 이 회장으로부터 나온다”며 “이 사장은 단돈 몇 푼도 아버지의 재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즉 ‘이광태 게이트’가 아니라 ‘이재헌 게이트’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것.
그는 “이 회장이 2001년 7월 부인에게 시켜서 안 시장 부인에게 1천만원짜리 수표 10장을 전달했고, 2002년 3월 그가 직접 안 시장 집무실에서 1억원짜리 수표 두 장을 전달했다고 시인했다”면서 “이 회장은 2억원 중 1억원은 부산 지역의 다른 모 인사가 안 시장에게 전달해 달라며 부탁한 돈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 돈의 성격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부산시장 선거 전 안 시장을 만났는데, 그가 ‘많이 힘듭니다.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해서 돈을 전달했다. 시장이 도와달라는 것은 표 말고는 돈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동성여객 게이트’에는 부산지역 정치인과 공무원 50여 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제 수사 대상에 오른 인사는 2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서울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하는 데만도 열흘은 걸릴 것 같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이번 로비는 부산시와 정치권 그리고 국세청 등 세 갈래에 걸쳐서 전방위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수사 대상자는 부산시청 공무원 10명, 국세청 경찰 간부 5~6명, 국회의원 4~5명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시청의 한 관계자는 “진흥기업 1억 로비 사건 때만 하더라도 안 시장이 극구 부인했고, 재판과정도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광태 게이트’로 사실상 안 시장은 끝났다는 얘기와 함께 6월 보궐선거 얘기가 나돌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