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정동영 장관부부와 모친.김근태 장관 부부. | ||
이렇게 되면 아무리 바쁜 시간을 쪼갠다 하더라도 자식농사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사 중에 가장 귀한 농사가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지만 대권후보들에게는 예외일지도 모른다. 한 차기주자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야 여느 부모들 못지 않겠지만 바쁜 활동으로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항상 앞선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여야 차기 주자들의 자식농사는 평균을 앞서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자식들은 명문대를 나와 나름대로 각자의 인생 길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식들처럼 아버지의 후광를 빌려 위세를 떨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차기주자 자식들은 평균적인 대한민국 젊은이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국정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권후보들이 과연 자식농사는 어떻게 짓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부인 민혜경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큰아들 욱진씨는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 공대 2학년에 재학중이다. 그는 지난 2001년 대원외고에 다니다가 미국 보스턴의 명문고인 브룩스스쿨을 졸업한 뒤 스탠퍼드 이공계열에 입학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 장관의 큰아들이 호화유학을 갔다’며 ‘비용 출처를 대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은 이 문제에 대해 “큰아들 욱진이는 대원외고를 다닐 때부터 유학을 마음에 두고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안다. 학교 분위기도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재학중에 유학을 가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학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평소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아 수재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항간에서 나돌았던 호화 유학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따라 유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작은아들 현중군은 서울고 3학년에 재학중이다. 현재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공부에 열중이라고 한다. 어머니 민혜경씨는 고3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민씨는 아침 일찍 성당에 나가 기도를 하며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고 있다고 한다.
큰아들 욱진씨는 정 장관을 그대로 닮아 운동을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하고 마는 성격이라고 한다. 평소에도 쾌활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활달하다는 것이 정 장관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것. 반면 둘째아들 현중군은 욱진씨에 비해서 말수가 적고 마음이 여리고 섬세하다고 한다. 정 장관은 아이들이 신문에 난 기사에 대해 평을 하는 것을 보고 아들 중 하나쯤은 ‘대’를 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단다.
한 측근은 “정 장관은 자식들에게 공부하라고 한 적이 없다. 공부해야할 시기가 오면 스스로 그것을 느끼고 알아서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장관은 아이들의 요구를 거절할 줄도 몰라 한때 ‘예스맨’이라는 칭송(?)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인 인재근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아들 병준씨는 한림대 재학중 전방의 모 사단 사령부에서 위병 근무를 마치고 다시 복학해서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딸 병민씨도 올해 경희대 사학과 졸업반이다.
그는 시국사범으로 수배를 받아 도피생활을 하던 70년대의 어느 날 아내와 아들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쓰러졌다가 친구들에게 발견돼 겨우 목숨을 건진 사건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자신의 ‘무능력’ 때문에 가족을 지켜주지도 못했다는 죄책감이 늘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이다.
김 장관은 오랜 수배생활로 가족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갈등도 적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김 장관을 잘 아는 한 측근은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한때 아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 방황을 하자 손찌검도 했던 것으로 안다. 김 장관 입장에서는 재야 활동을 하면서 쌓아온 자신의 길과 업적에 대해 아들이 따라오지 못하니까 실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김 장관이 오랜 민주화 투쟁으로 가족들과의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반항심이 생겼던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어 “하지만 아들이 대학과 군대에 들어가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군에 있을 때에도 휴가차 나오면 아버지를 도와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자식사랑은 공식석상에서도 자주 표출된다. 그는 지난 4월 지방대학 취업담당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나도 대학 4학년인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데 취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깜짝 고백을 했던 것.
▲ (왼쪽)이명박 시장 부부.손학규 지사. | ||
이명박 서울시장은 부인 김윤옥씨와의 사이에 3녀1남을 두었다. 이 시장은 딸만 차례로 셋을 낳고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는데 뒤늦게 막내아들을 하나 얻었다고 한다. 이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늦둥이 아들을 낳게 된 이유에 대해 “언뜻 생각하기에 딸 셋을 낳고 아들을 간절히 원한 것 같이 보이는데 실상은 다르다. 어느 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저녁을 먹자고 해서 나갔다. 그런데 사업 얘기는 안하고 난데없이 ‘아들 하나 낳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집에서 못 나오면 바깥에서라도 데려 오라고 진담 같은 농담까지 하면서 계속 은근한 압력을 주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 뒤 아내도 바라기에 계속 낳자고 했다. 꼭 아들이어야 한다고 부담 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아들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막내아들 시형씨는 서울고를 졸업한 뒤 재수를 했지만 입시에 실패를 했다. 그 뒤 전방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 시장은 아들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다. 그가 종로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면서 가족들이 이사를 했는데 아들이 그때부터 공부를 잘 안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아들이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이 시장은 자신의 책임이라며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주연 승연 수연씨 등 3녀는 모두 출가해 잘 살고 있다. 첫째 둘째는 법조인과 의사와 결혼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셋째 수연씨는 몇 년 전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범씨와 결혼했다. 조씨는 지난 2002년 7월 이 시장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명예 서울시민증을 수여했을 때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었다. 이 시장이 자신의 아들과 사위 조씨를 무대로 불러 올려 히딩크 감독과 기념 촬영을 한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현재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지만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는 바쁜 와중에서도 꽤 괜찮은 아버지였다고 한다. 특히 딸들이 모두 출가한 뒤에도 일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해서 자녀들을 모두 불러모아 가족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부인 이윤영씨와의 사이에 2녀를 두고 있다. 그는 대학 3학년 미팅에서 그녀를 만나 7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두 딸을 얻었다. 손 지사는 영국에서의 유학 생활 중 첫 딸(원정)을 얻었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정적인 사람이다. 또한 그는 영국 유학 기간이 두 딸에게 다정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큰딸 원정씨는 올해 3월 서울 서강대 성당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원정씨는 서울의 모 대학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중이다. 결혼 상대자는 대학로에서 연극연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원정씨 결혼 상대자는 월 1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박봉의 연출가라고 한다. 그래서 손 지사의 부인은 결혼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손 지사는 서울대 재학 시절 연극 동아리 회장을 맡을 정도로 연극에 애정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도 지사 신분으로 한 연극의 단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 등 연극사랑이 대단하다. 그래서 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결혼인데 왜 말리느냐”며 두 사람의 결혼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손 지사는 “배고픈 연극인 사위가 항상 마음에 걸린다”라는 안타까운 심경을 주변에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큰딸 원정씨는 영국 정부 장학금으로 1년 코스의 연극연출 대학원 과정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형편 때문에 남편과 같이 갈 수 없었다고 한다.
작은딸 원평씨는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다. 그녀는 요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조명과 음향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밑에서부터 영화를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손 지사는 기자들과의 사석에서도 둘째 딸 자랑을 곧잘 한다. 마음에 드는 총각 기자들이 있으면 “시집보내고 싶다”며 농담을 자주 하는데 아버지의 딸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손 지사도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가정을 돌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교육도 그리 신경을 써주지 못해 항상 마음 아파하곤 했다. 특히 예전에 서울 반포에서 살다가 출마 때문에 경기도 광명으로 이사를 가야 했었는데 아이들에게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하더라. 하지만 공부에 대한 압박은 한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자녀들을 자유스럽게 키웠다”고 말했다.
한편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지금껏 독신으로 지냈다. 당연히 ‘자식농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