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 유명 연예인이 탑승한 랜딩을 앞두고 미리 해당 연예인에게 의상 갈아입을 시점이 됐다고 알리는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 보면 스타급 연예인들이 비행기 기내에선 가장 편한 의상을 입고 수면 등 휴식을 취한다. 그렇지만 요즘엔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 카메라가 이들을 따라 다닌다. 특히 여자 연예인들은 랜딩 한참 전부터 의상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는 등 정말 바쁘다. 그렇게 꾸미고 나선 모습이 매스컴에 소개되는 공항 패션이다. 기내 패션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승무원들이 누리는 일종의 특권인데, 그들이 어떤 모습인지는 업무상 기밀이다(웃음).”
가수 바비킴의 기내 난동 사건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로 부각된 부분이 바로 성적 농담과 성추행 여부였다. 바비킴 사건을 접한 승무원들은 성추행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은밀하게 소위 작업을 걸어오는 남자 연예인은 종종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여자 승무원들이 스타급 남자 연예인의 작업에 설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비행기에서 내린 뒤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들만의 사회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국내 항공사 여 승무원의 얘기다.
“뭐 딱히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우리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난 연예인들이 몇 명 있는 것은 분명하죠. 사실 연예인이 은밀히 작업을 걸어오면 ‘저런 스타가 내게 관심을 보이고 휴대폰 번호를 묻다니’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비행기를 탈 때마다 쉴 새 없이 작업을 걸고 그 이후에 안 좋은 얘기를 양산하는 연예인들도 분명 존재해요. 그래서 그런 남자 연예인이 탑승하면 선임들이 후배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는 경우도 있어요.”
취재 과정에서 이처럼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몇몇 남자 연예인의 실명을 접할 수 있었다. 다양한 영역의 스타들이 거론됐는데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케이스로 꼽힌 이는 개그맨 출신 방송인 A다. 엄청난 언변을 자랑하는 A는 승무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즐겁고 친밀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목표가 된 한 여승무원의 연락처를 받아낸다고 한다. 그리곤 여지없이 연락이 오는데 그런 만남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마무리된다. 게다가 그런 사실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다녀 구설수에 올라 곤란을 겪은 여승무원도 여럿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여승무원들의 블랙리스트 가장 위에 A의 이름을 오르게 된 셈이다.
술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더욱 흔하다고 한다. 바비킴의 경우 일반적인 케이스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발권 과정부터 항공사 측의 실수가 이어지면서 격분한 상황에서 술까지 많이 마시며 일이 커진 것이다. 난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연예인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비즈니스 클래스나 퍼스트 클래스에서 벌어지는 일인 데다 승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뿐이라고. 중년 여배우 B가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아시아계 항공사 승무원의 얘기다.
“그 배우 성격 때문인 것 같은데 탑승할 때부터 계속 뭔가를 지적했어요. 이건 이게 문제 같고 저건 저래서 잘못됐다고 잔소리를 계속하죠. 그땐 이미 조금 취한 것 같았는데 거듭된 지적에 기가 눌린 동료 승무원이 B 씨의 요구에 계속 술을 서비스했어요. 그렇게 한참 술을 마시면서도 이런 저런 지적을 하다 술이 취하니까 호통까지 치더라고요. 괜한 술주정은 아니고 서비스나 비행 등의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는 내용이라 승무원들이 거듭 사과할 수밖에 없었죠. 다행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문제는 조금 지나서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하며 화를 내는 과정이 반복된 것이었지만. 그나마 미주나 유럽처럼 장거리 비행이 아니라 다행이었어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