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는 1심에서도 같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항소심에서 그의 형량이 줄어든 것은 피해자인 여제자의 탄원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연인 관계를 맺었던 스토커 스승과 피해 제자의 미묘한 ‘애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인천 강화경찰서에 따르면 S씨는 2002년 당시 자신이 가르치던 여제자 K씨(21)에게 유부남인 것을 속이고 총각행세를 하며 접근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K씨는 S씨와 급속히 가까워져 1년 정도 연인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K씨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둘 사이는 차츰 멀어졌다.
한 수사관계자는 “대학생이 되고 나이가 들자 K씨는 S씨와 자신의 사이가 사제지간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부담을 느꼈고, 또 남자친구가 생기자 S씨와의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K씨는 이즈음 S씨가 별거중인 유부남이란 사실을 알게 돼 S씨와 완전히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K씨의 이별 통보에 S씨는 배신감을 느끼고 스토커로 돌변, K씨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수사관계자는 “S씨가 평소 우울증이 있는 데다가 집착이 강해 K씨에게 막무가내로 매달렸다”고 전했다.
K씨가 계속되는 자신의 연락을 피하자 S씨는 지난해 6월 오후 2시께 K씨가 다니는 대학으로 찾아가 K씨를 강제로 근처 모텔로 끌고 갔다. 모텔에서 S씨는 K씨를 폭행하며 계속해서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S씨는 모텔방에 있는 맥주병을 깨뜨려, 깨진 맥주병으로 K씨의 가슴과 허벅지를 찌르며 성폭행을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걸까. 2개월 후인 지난해 8월 S씨는 K씨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한 번 보자. 좋게 보내주겠다”며 K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K씨는 한번 믿기로 하고 S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S씨는 K씨를 보자마자 “두 달 전 너를 죽이지 못한 게 한이다”라며 K씨의 옷을 찢고 부엌칼로 위협했다. 그리고는 야수 같은 욕정을 드러내며 K씨를 무참히 성폭행했다. K씨는 도망치려 했지만 S씨가 흉기를 들고 있어 반항할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하고도 K씨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못했다. 가족들이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이 두려웠고, S씨의 말대로 그 일로 S씨와의 관계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K씨는 자신의 휴대폰 전화번호도 변경해 S씨가 자신에게 연락할 일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S씨의 빗나간 집착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는 두 차례 성폭행 이후에도 다시 K씨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K씨의 전화번호가 바뀐 것을 알고는 새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K씨가 재학중인 대학에 찾아가는 등 또 다시 집요하게 K씨를 괴롭혔다. 한번은 S씨가 강의실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K씨를 붙잡고 “계속 피하면 가족과 학교에 우리 사이를 알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27일 새벽 5시께 S씨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K씨에게 전화해 “그동안 미안했다. 마지막으로 만나 깨끗하게 헤어지자”고 K씨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K씨는 두려웠지만 S씨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해온 터라 어쩔 수 없이 다시 S씨의 집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K씨가 S씨의 집에 들어서자 S씨는 또 다시 엽기적인 스토커로 돌변했다. 그는 “너 오늘 잘못 왔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그동안 준비한 게 많다”며 K씨에게 무자비한 폭행과 성고문에 가까울 정도의 성폭행을 저질렀다.
S씨는 K씨의 옷을 모두 벗긴 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수건을 K씨의 입에 물게 하고, 압박붕대로 목부터 입까지 칭칭 감은 후 청테이프로 K씨의 두 손을 묶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주사기로 K씨의 팔, 허벅지, 배 등 온몸을 수십 차례 찔렀다. 그런 후 S씨는 니퍼로 K씨의 중요 부위에 상처를 입히고 폭행에 견디지 못한 K씨가 쓰러지자 K씨를 화장실로 데려가 물을 뿌리고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이어 S씨는 화장실에서 K씨에게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뿌리는 등의 ‘물고문’을 가했다. 그런 뒤 S씨는 모진 폭행으로 만신창이가 된 K씨를 또 다시 성폭행했다. 이때 S씨는 캠코더로 성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12시간 동안 악몽 같은 폭행과 고문, 성폭행이 이어졌다. 쓰러진 K씨를 옆에 두고 혼자 소주 6병을 마신 S씨는 K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같이 죽자”며 경기도 강화도까지 운전했다. K씨는 S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또 어떤 짓을 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면서도 S씨에게서 탈출할 생각을 해냈다. 강화도에 도착한 저녁 7시께 K씨는 S씨에게 “볼일이 급하다”며 빠져나와 화장실에서 경찰에 신고해 S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수사관계자는 “S씨가 결혼은 했지만 부인과 10년 가까이 별거하며 남남으로 살고 있었다. 외로움과 우울증을 술로 해결하며 살아온 S씨에게 K씨와의 짧은 연애가 무척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K씨를 더욱 붙잡으려고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을 버린 K씨에 대한 S씨의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 같다. 경찰이 S씨의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화장실 벽에는 ‘○○(K씨), 넌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오늘도 맹세하고 다짐하며 잊지 말자’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S씨는 경찰 조사에서 “K씨와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했지만 나이 차이도 많아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K씨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아쉬워 내 마음이 다 정리되면 편하게 K씨를 보내주려 했는데 K씨가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해서 그만 몹쓸 짓을 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한때의 은사이자 연인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까. K씨는 재판과정에서 S씨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S씨의 행각은 스승으로서도, 또 그리고 애인으로서도 이미 도를 벗어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