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물’ 안 마신 네살배기 막내 목까지 졸랐다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 화재와 일가족의 죽음이 가장인 장아무개씨(35)의 범행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장씨가 6억원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신의 부인 김아무개씨(34)와 어린 아들들에게 청산염, 일명 ‘청산가리’를 먹여 독살한 후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자신의 집에 방화를 한 것으로 드러난 것.
그럼에도 장씨는 사고 현장에서 “나 혼자만 살면 뭐 하느냐”며 ‘통곡연기’를 하는 등 인면수심의 행태를 보였다. 특히 장씨가 보험과는 아무 상관 없는, 각각 열 살, 여덟 살, 네 살 된 세 아들까지 참혹하게 죽인 사실은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월28일 장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의 범행 뒤에는 거액의 보험금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씨는 처음부터 보험금을 노리고 8월 초 아내 명의로 6억원짜리 보험상품에 2건이나 가입했다. 장씨는 월급 1백만원 중 월 3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아내 김씨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직원복지 차원에서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준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후 장씨는 인터넷으로 청산가리 10g을 구입해 범행에 들어갔다. 아내와 아들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마시는 습관에 착안, 장씨는 지난 8월18일 아침 일찍 일어나 냉장고 물통에 청산가리를 넣었다. 장씨의 아내와 아들들은 평소대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다 영문도 모르고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네 살배기 막내아들이 물을 마시지 않자 장씨는 막내아들을 목 졸라 살해했다. 막내아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아버지 장씨의 뺨까지 때렸만 결국 아버지의 완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때가 오전 8시. 그후 장씨는 태연히 회사로 출근해 업무를 보았다. 또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장씨는 회사에서 집으로 수차례 전화하고, 가족들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시 집으로 찾아가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날 오후 7시께 장씨는 퇴근 후 집에 몰래 들어가 미리 준비해둔 시너를 사체에 뿌리며 불을 질렀다. 범행 후 장씨는 어이없게도 집 근처 PC방에서 인터넷 고스톱게임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는 이 사건을 단순 화재 사고로 위장하려 했지만 경찰이 보기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 수사관은 “여름인데도 현관문이나 창문 등 외부로 통하는 문이 모두 안으로 잠겨 있었고 부검결과 사체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됐으며, 집안 곳곳에서 시너성분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점들을 들어 이 사건을 ‘내부자’의 소행으로 보았고, 자연스럽게 가장인 장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장씨의 알리바이가 불분명하고 장씨가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하는 점 등을 추궁한 끝에 장씨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
경찰은 장씨 회사 사무실 컴퓨터와 장씨가 자주 다니던 PC방의 컴퓨터에서 또 다른 단서를 발견했다. 장씨가 ‘죽음’ ‘강력수면제’ ‘마취제’ 등의 검색어로 인터넷 카페에 접속한 사실과 자살 및 청부 카페에 수십 차례 드나든 사실을 밝혀냈던 것. 장씨 자신은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장씨가 청부살인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도대체 장씨는 아내와 혈육들에게 왜 이런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을까.
경찰은 장씨가 계속된 사업실패로 한때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복잡한 채무관계와 자신의 불륜으로 숨진 아내와 불화가 잦았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관계자는 “장씨가 범행에 대해선 모두 자백했지만 범행동기에 대해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장씨는 단지 ‘내가 잘못했다. 보험금을 타려고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보험금과 아무 상관없는 아이들을 죽인 것에 대해 장씨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에서 장씨의 세 아들의 사체는 각각 현관문과 방문 근처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씨가 세 아들까지 살해한 것에 대해 한 수사관은 “혹시 장씨의 친자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모두 장씨의 친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주변에 따르면 장씨가 아이들을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고 하던데,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라며 혀를 찼다.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장씨의 내연녀 A씨(37)와의 공모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장씨와 사귀어 온 A씨는 최근 재혼하면서 장씨와 멀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장씨가 일방적으로 좋아한 사이였으며 지난해부터는 A씨도 장씨를 피하는 입장이었다”며 “결국 장씨의 단독범행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그간 아버지의 도움으로 휴대폰 단말기 대리점, 편의점 등을 운영했지만 거듭 실패하고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완고한 장씨의 아버지가 ‘너는 어떻게 하는 일마다 그 모양이냐’며 더 이상의 지원을 거부하자 장씨는 아버지에 대해 원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경찰은 장씨가 이 같은 처지를 한번에 ‘역전’시키기 위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장씨가 애지중지하던 아이들까지 죽이게 된 구체적인 동기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 수사관은 “장씨가 굉장히 내성적이고 어두운 성격이어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한 상대도 없었다. 그 흔한 술친구 하나 없었다”고 전했다. 장씨 자신 이외에는 아이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줄 사람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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