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스피드광 ‘추락도 초스피드’
그러나 지난 9월19일 정작 범인을 검거한 부산 서부경찰서는 철없는 부잣집 외아들의 단독 범행임을 밝혀내고 허탈해했다. 사건의 장본인은 장석일씨(32·가명). 장씨는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가 2002년 사망하면서 물려받은 재산 10억여원을 ‘취미활동’ 등으로 모두 탕진하자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지내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0억원 넘는 유산을 3년 만에 날리고 범죄자 신세로 전락한 장씨. 과연 그는 거액의 유산을 어디에 썼던 것일까.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술을 사기도 했지만 정작 장씨 자신은 술·담배를 전혀 입에 대지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스피드광(狂)’으로 취미가 자동차와 오토바이 수집이었다. 과거 스포츠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장씨는 외산 고급 스포츠카가 새로 나올 때마다 구입해 동호회 회원들의 부러움을 샀다고 한다. 고급 오토바이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 대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오토바이를 수집하는 데도 열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때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즐겨 타고 다녔다는 오토바이를 가진 적도 있었다”면서 “내가 이 오토바이를 구입할 당시 국내에서 단 두 대뿐이었다”고 ‘화려했던 과거사’를 늘어놓기도 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벤츠나 BMW처럼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마니아나 전문가들만 알 만한 자동차를 많이 소유했다고 하더라. 장씨 진술을 받으면서 처음 듣는 자동차 이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장씨는 차를 몰고 다니다 눈에 띄는 새 모델이 나오면 자신의 차를 팔고 새 차를 사는 식으로 명품 고급차를 섭렵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 그 많던 돈도 시계 속의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장씨는 이런 호사스런 취미로 가산을 탕진했음에도 정신을 못 차렸다.
흥청망청 끝에 결국 살던 집까지 날린 그는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돈이 궁해지자 자신이 묵고 있던 여관에서 소형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1만원권과 수표, 어음을 위조했다. 놀랍게도 장씨가 위조 수표 등을 가지고 제일 먼저 사들인 것은 중고 BMW 한 대. 한 금은방에선 1천6백만원짜리 위조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도 했다.
수사관계자는 “피해자들 모두 장씨와 안면이 있고, 장씨가 부잣집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설마 위조지폐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위조지폐임을 알았을 땐 장씨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장씨는 도피중임에도 ‘취미활동’을 위해 일제 고급 오토바이를 훔치기도 했다.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광적인 장씨의 이 유별난 ‘취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정일 정신건강센터의 김정일 원장은 “여러 부류의 마니아들 중 스피드마니아가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 스피드마니아의 경우 장씨처럼 지나치게 몰입하면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다. 스피드를 즐기면서 자아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에너지가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라며 “그때의 쾌감은 마약에 버금간다. 그래서 위조지폐를 만들어서라도 욕구를 충족하려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중독이란 것이 원래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쉽게 멈추지 않는 속성이 있고, 그 대상이 스피드라면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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