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A양의 사체 모습. 경찰은 A양의 방이 평소 깨끗한 상태 그대로였고 A양은 잠들 때 복장 그대로 반소매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이불까지 덮여진 상태였다. 경찰은 “숨진 A양을 처음 발견한 어머니 박씨도 딸이 잠들어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깨끗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A양의 목에는 가벼운 찰과상이 있었지만 다른 폭행이나 저항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였다. 부검결과 A양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찰은 A양이 속옷까지 입고 있는 상태여서 부검결과가 나오기까지 성폭행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또한 A양의 사망원인은 기도폐쇄. 목이 졸린 흔적이 조금 남아있지만 직접적인 사인(死因)은 범인이 입을 막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서부터 경찰은 난관에 부딪혔다. A양의 집은 16평 크기의 단독주택으로 안방에서 A양의 부모가 자고 있었고 거실엔 A양의 두 남동생이 자고 있었다. 따라서 A양이 범인에 저항하거나 약간의 소리만 질러도 가족들이 눈치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A양의 가족들은 “아무런 소리를 못 들었다”고 했다. 경찰은 이런 점을 들어 면식범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좁혀나갔다. 또한 아무런 침입 흔적이나 목격자가 없는 점 등으로 보아 범인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개방되어 있는 A양의 집 현관을 이용하지 않고 집 뒤편으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보고 최소한 이 동네의 지리에 밝거나 A양의 집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의 소행이라는 것이 경찰의 추정이다. 실제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A양의 집은 양쪽에 빌라를 끼고 있어 처음 본 사람들은 A양의 집 뒤편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하나 더 경찰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범행동기. 한 수사관계자는 “범인이 성폭행을 목적으로 들어왔다면 범행 후 바로 도망갔을 텐데 A양의 옷을 깨끗이 입혀 놓고 이불까지 덮어놓은 점이 의아스럽다. 만약 절도가 목적이었다면 방을 뒤진 흔적이나 없어진 물건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양의 방 옷장 문이 열려 있었으나 절도 흔적이라기보다는 범인이 일부러 절도로 위장하기 위해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인이 처음부터 A양을 살해할 목적은 없었으나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목 졸라 교살하는 경우 목 부위의 약한 쇄골이 부러지게 마련이나 A양의 경우 쇄골이 부러지지는 않고 목 부위에 가벼운 찰과상만 있어 범인이 A양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목을 누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인천 동부경찰서는 정황상 면식범에 의한 소행으로 보고 바로 수사에 들어갔지만 두 달이 넘도록 용의자의 윤곽조차 그려내지 못하고 수사는 현재 미궁에 빠져 있다.
일단 경찰은 현장에서 채취한 범인의 족적과 지문 일부, 부검에서 나온 범인의 DNA로 A양의 주변인물과 친인척을 상대로 대조작업을 벌였으나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경찰은 “A양의 주변에 남자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전혀 없다. 나이가 어리니 당연히 원한을 살 만한 일도 없었다”며 용의자의 윤곽을 그리기가 쉽지 않음을 털어놨다. 이에 경찰은 A양의 집에 한 번쯤 왔을 만한 각종 배달부나 과거 A양이 다녔던 학원관계자 및 학원생, A양 집 주변 19개 블록에 사는 주민 등 1만5천 명을 상대로 저인망식 탐문수사나 통신수사, DNA 대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 경찰은 “치밀한 강간범의 소행, 면식범에 의한 소행, 절도범의 우발적인 범행 등 수사팀 내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지문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범인은 장갑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어설픈 초범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지문 일부 외에는 아무런 물증을 남기지 않은 채 범행한 점 등은 범인이 지능적인 동종전과자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A양은 평소 반에서 항상 2~3등을 차지할 정도로 우수한 모범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A양은 조용한 성격에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예쁜 아이였다. 부모들의 기대도 컸다”며 안타까워했다. A양의 노트와 일기에는 “난 할 수 있다” “열심히 살자”는 등의 메모가 반복적으로 적혀 있어 수사관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A양의 부모도 작은 전셋집에 살면서도 이런 A양의 뒷바라지를 하며 큰 기대를 걸었으나 사건 발생 후 큰 충격을 받아 모두 집을 비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