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강 씨의 실체는 그야말로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가정에서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거리로 나오면 성욕에 눈이 멀어 여자, 그것도 어린이들을 노리는 인면수심의 변태성욕자로 돌변했던 것이다.
인천 초등생 연쇄 성폭행범 사건을 수사해온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검거된 강 씨는 이미 성폭행 전력이 2회나 있는 전과범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강 씨가 어린이 성폭행으로 처음 경찰에 붙들린 것은 지난 83년 11월. 당시 17세의 강 씨는 경기도 안양에서 어린이를 성폭행하려다 강간치상으로 입건돼 소년원 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 94년 2월에도 서울 구로에서 또 다시 같은 행각을 벌여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러한 처벌이 가벼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폭행범에 대한 관리 허술 때문일까. 강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 99년 인천으로 이사 온 이후 이 일대에서 모두 5건의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강 씨의 범행이 드러난 것은 2004년부터지만 이전에 저지른 범행 가운데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현재 추가 범죄 여부를 계속 수사 중이지만 본인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신고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인 강 씨는 공장을 전전하며 노동자 생활을 하며 생활해 왔다. 결혼도 해서 슬하에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두었다. 그러나 그는 내면 깊숙이 감춰진 소아기호증을 끝내 고치지 못했다.
소아기호증이란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과의 성적 접촉을 더 선호하거나 이에 대한 상상을 통해서만 성적 흥분이 일어나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강 씨는 커가는 두 아들과 어렵게 살림을 살아가는 아내를 위해 참아 보려 했지만 예쁜 여자어린이만 보면 터질 듯한 성욕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결혼 얼마 후인 2004년 5월 1일 다시 여자어린이에게 마수를 뻗치고 말았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4년 5월 1일 오후 7시경 당시 열세 살인 김 아무개 양(15)에게 접근했다. 인천 관교동 남인천농협 앞길에서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던 김양은 “무거운 짐을 드는데 도와달라”며 웃으며 접근하는 강 씨를 별다른 의심 없이 도와주었다. 이에 강 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김 양을 부근 교회 지하로 유인했다. 사람의 눈길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 이르자 강 씨는 갑자기 돌변해 김 양의 얼굴과 배 등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며 “움직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뒤 어린 김 양을 상대로 자신의 욕정을 푸는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질렀다. 강 씨의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반쯤 정신을 잃은 김 양은 공포에 질려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한번 물꼬가 트인 강 씨의 범행은 연쇄적으로 계속 이어졌다. 한 번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강 씨는 이어 같은 해 8월 7일 오후 9시경 연수구 동춘동 모 아파트에서도 범행을 저질렀다.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강씨는 당시 문방구로 학용품을 사러 온 초등학생 양 아무개 양(11)을 발견하고 접근을 시도했다. 마침 지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 씨는 재빨리 손수건으로 양 양의 입을 막고 상가 건물 옥상으로 끌고 가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한 뒤 성폭행했다.
또 같은 해 10월 4일 오후 6시경에는 부평구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하 아무개 양(9)에게 접근, ‘심부름을 해달라’며 하 양에게 욕정의 손길을 뻗었다. 하지만 강 씨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차린 하 양은 싫다며 부탁을 거부했다. 하 양의 거부반응에 당황한 강 씨는 이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대로 하양을 지하창고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강 씨는 앞서 저지른 범죄 장소와 비슷한 곳에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대담성도 보였다.
지난해 1월 5일 오후 4시 20분경에는 양 양을 성폭행했던 곳과 멀지 않은 동춘동의 한 아파트에서 ‘짐을 들어달라’며 선 아무개 양(12)을 아파트 지하로 데려가 성폭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는 범행을 저지르기에 앞서 건물 옥상이나 지하실 등 범행 장소를 미리 답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이런 장소 주변에서 눈에 띄는 어린이가 그에게 희생된 것”이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강 씨의 다섯 번째 범행은 이로부터 5개월 뒤인 6월4일 낮 12시40분경 계양구 임학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강씨는 같은 수법으로 홍 아무개 양(10)을 유인, 아파트 지하에서 무참히 짓밟았다.
강씨는 경찰에서 “나름대로 소아기호증으로 인한 욕구를 참기위해 노력했지만 술을 마시거나 했을 때 예쁜 여자 어린이를 보면 참기 힘들었다”며 “83년도에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이후 그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성적 쾌감을 잊을 수가 없어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