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남편 K 씨(51)와 결혼한 김 씨는 고소장에서 남편과 결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수일간 나를 집에 가둬놓고 강간한 뒤 협박해 강제로 결혼을 해야 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능했을까. 최근에야 이혼소송을 낸 데 이어 고소장을 제출한 김 씨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바보같이 왜 그렇게 당했느냐’며 오히려 나를 나무랄 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며 눈물의 하소연을 했다.
김 씨는 지난 2003년 6월 초 고향의 초등학교 동문 모임에서 지금의 남편 K 씨를 만났다. 당시 김 씨는 모임이 끝나고 귀가하려 택시를 탔는데, K 씨가 갑자기 옆자리에 올라타더니 부산시 금정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까지 무작정 따라왔다. 이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온 김 씨는 K 씨의 이러한 행동이 몹시 부담스러웠으나 K 씨는 안하무인이었다.
K 씨는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겠다”며 김 씨의 집안으로 따라 들어섰다. 하지만 K 씨를 집안으로 들인 것이 결정적인 실수가 되고 말았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K 씨는 굶주린 야수로 돌변 김 씨를 성폭행했다. K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4~5일 동안 김 씨를 집안에 감금한 채 성폭행을 반복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고소장에서 K씨가 자신을 성폭행한 후 자신의 몸 곳곳에 나 있는 흉터와 문신을 보여주며 “나는 조폭 I파(C파와 함께 부산의 양대 조폭 세력)의 부두목이다. 다른 곳으로 도망가거나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몸뚱아리를 아홉 토막으로 잘라 흔적도 없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협박에 못 이겨 고분고분해지자 K 씨는 본격적인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K 씨는 “나는 I파 부두목이기 때문에 결혼하면 축의금만 해도 수억 원이 들어온다”며 김 씨에게 자신과 결혼해 줄 것을 강요했다. 이어 “나는 각종 이권과 재산도 많이 가지고 있다. 송도에 빌라도 한 채 있고 H 콘도 내의 사우나 경영권도 갖고 있다”고 자신을 과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결혼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K 씨는 “만약 결혼해 주지 않으면 성폭행 사실을 외부에 알려 버리겠다”는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협박에 못이긴 김 씨는 2003년 8월 23일 K 씨와 강제로 ‘눈물의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김 씨는 고소장에서 “결혼하고 보니 K 씨는 당초 본인의 이야기와는 달리 재산이 한 푼도 없었다”며 “오히려 곳곳에 채무가 산더미였고 신용불량자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기자에게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모아둔 재산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주변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고 재산을 갈취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나에게 접근한 것이었다”며 하소연했다.
고소장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김 씨의 재산은 부동산 약 3억 원, 아파트 전세보증금 8000만 원, 금융기관 적금 및 현금 7000만 원 등 모두 4억 5000만 원의 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자신의 재산을 결혼 후 K 씨는 본격적으로 뜯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결혼 전에도 자신의 채무를 갚기 위해 김 씨로부터 1억 원을 편취했던 K 씨는 돈을 관리해 준다는 명목으로 수시로 김 씨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받아 탕진해 왔으며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뜯긴 금액이 무려 3억여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K 씨는 내 재산을 재테크해 주겠다며 돈을 가져가 내 이름으로 사채놀이 등을 했다”며 “어쩌다 들어오는 돈이 있으면 혼자 모조리 탕진하고 그 돈이 떨어지면 다시 내 돈을 뜯어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돈을 편취당한 것보다 김 씨가 치를 떠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K 씨가 휘두른 무자비하다 못해 살인적이기까지 한 폭력 때문이다.
김 씨는 고소장에서 “K 씨는 결혼생활 2년 동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가 숨겨둔 10억 원의 재산을 내 놓으라며 잔인무도한 폭력을 휘둘렀다”며 “밤새도록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은 물론 목검, 양주병, 의자 등으로 구타하는가 하면 속옷을 강제로 찢어낸 뒤 알몸을 구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 따르면 K 씨는 평소에도 집안에 손도끼, 가스총, 전기충격기 등을 비치해 놓고 있었으며 차량에도 회칼, 망치, 공기총 등을 싣고 다녔다.
김 씨가 전하는 K 씨의 ‘엽기 스토리’는 또 있다. 고소장에는 K 씨가 결혼생활 중 공공연하게 여러 명의 여자들과 사귀어 왔다고 밝히고 있는데 특히 아내인 김 씨가 보는 가운데 다른 여성과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한 사실도 들어 있어 보는 이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김 씨는 그동안 두려움에 떨며 아무것도 못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최근까지 K 씨는 자신의 소위 ‘똘마니’들까지 동원해서 오빠를 비롯한 우리 가족들을 협박해 왔다”며 “이혼 청구와 함께 고소한 것을 빌미로 그쪽에서 어떤 보복을 해올지 너무 두렵지만 이제는 나도 더 이상 당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이 길을 택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K 씨는 폭행 혐의로 구속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 씨의 고소장을 접수, 수사에 들어간 해운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K 씨는 폭력전과 등으로 경찰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김 씨는 최근의 고소로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