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둘째 딸을 독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30대 주부 안 아무개 씨가 그 전에 남편과 친구까지 독살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안 씨는 범행 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둘째 딸에 대한 범행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의 남편 변사 사건과 2002년의 친구 변사 사건도 안 씨가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건 내용은 이렇다. 안 씨의 둘째 딸이 사망한 것은 지난 2003년 10월 12일. 이날 오전 안 씨는 11살과 9살 난 두 딸, 그리고 12살 난 조카와 함께 김해의 한 수영장을 찾았다.
둘째 딸이 갑자기 사망한 것은 안 씨와 함께 탈의실에 다녀온 후. 탈의실을 다녀온 둘째 딸은 다시 수영장에 들어가 놀다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엎드린 채 물에 떠 있는 둘째 딸을 목격한 수영장 안전 요원이 곧바로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그리고는 병원으로 긴급히 후송했으나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뒀다.
사건을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 둘째 딸의 시신과 수영장 주변 정황을 살핀 경찰은 일반 익사가 아닌 변사 사건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둘째 딸이 안전 요원에 의해 인공호흡을 받고 두 차례나 깨어났고 더구나 후송 과정에서도 의식을 일시적으로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숨졌다는 점이 무척이나 석연치 않았다”고 전했다. 보통 익사자의 경우 인공호흡을 받고 깨어나면 99% 정도 소생한다고 한다. 경찰은 이점에 착안, 누군가 미리 계획적으로 독극물을 이용해 둘째 딸을 살해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곧바로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 결과, 실제 둘째 딸의 혈액에서 1ml당 16.2마이크로그램의 청산염이 추출됐다. 치사량이 훨씬 넘는 수치였다.
검찰과 경찰은 어머니 안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2년여 간 수사를 펴왔다. 둘째 딸이 수영장에서 사망하기 직전, 풀 주변에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안 씨가 둘째 딸을 탈의실로 불렀다는 점과 안 씨가 둘째 딸이 사망하기 전날 급하게 딸의 상해 보험 계약을 한 사실이 수사 초에 곧바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엄마가 탈의실로 동생을 불렀다”는 첫째 딸의 진술도 받아내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자필 진술 필적 분석,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안 씨의 진술에 거짓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안 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더구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 씨의 집도 압수수색했으나 청산염 등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안 씨의 남편이 지난 2001년 안 씨가 싸준 김치를 먹고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이듬해 안 씨의 친구 강 아무개 씨도 안 씨로부터 케이크를 받아갔는데 그 직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 이 문제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안 씨가 강 씨의 이름으로 사망 후 최고 1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종신 보험을 들었던 사실도 밝혀냈다. 또 안 씨가 남편 사망으로 받은 보험금 3000만 원 가운데 2000만 원을 남편 사망 전부터 만나 사귀어온 내연남에게 빌려준 사실까지 밝혀냈다.
안 씨가 구속된 것은 사건이 있은 후 2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16일이다. 사건을 지휘한 창원지검 형사3부와 대검찰청 과학수사과가 안 씨가 범행 당시 시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과자와 음료수를 보여주면서 기록한 뇌파 분석 자료가 법원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진 것. 범행과 관련 있는 특정한 사물에 대해 안 씨의 뇌파가 급격히 변하는 양성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또한 안 씨가 친구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한 사실과 남편 사망에 대해 “커피를 마시고 갑자기 쓰러졌다”, “간염으로 죽었다”는 식으로 자주 진술이 바꾸고 있어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안 씨는 지난 4월 7일의 5번째 공판에서까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씨는 “둘째 딸과 탈의실로 부르기는 했지만 탈의실 안으로 데려가지는 않았고, 딸이 숨졌을 때는 익사라고만 생각해 딸의 부검을 반대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구나 안 씨의 첫째 딸과 조카도 지금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가지 정황은 살인 쪽에 기울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확실한 물증도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진실 공방이 쉽게 끝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