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부경찰서는 지난 6일 친형의 딸 C 양(17)을 폭행하고 강간한 A 씨(43·무직)와 A 씨의 동생 B 씨(40·회사원)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조카 C 양을 보살피기는커녕 오히려 조카가 의지할 곳이 없다는 점을 악용, 도움을 주겠다는 구실로 수년간 농락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은 C 양을 자신의 성적 노예로 삼기 위해 C 양의 생활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감시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짐승 같은 삼촌들이 어떤 식으로 어린 조카의 육체와 영혼을 유린했는지 그 행각을 밀착 취재했다.
C양에게 끔찍한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지난 2003년 7월 초 아버지가 독사에 물려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부터였다.
가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남은 가족들은 어머니와 C 양 그리고 C 양의 여동생이 전부. 다 여자들인 데다 그나마 유일한 어른인 어머니는 정신지체장애인이어서 도저히 생계를 부양할 수 없었다. 또 C 양과 동생은 돈을 벌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이런 상황에서 큰삼촌인 A 씨가 등장했다. A 씨는 C 양의 가족들을 찾아와 어떻게 해서든 도울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고 했고 가족들은 이런 A 씨의 말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A 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열네 살의 어린 조카 C 양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A 씨는 같은 해 7월 말경 다시 C 양의 집에 찾아와 “기분전환도 할 겸 바람을 쐬러 가자”며 C 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다. 서해 어느 바닷가에 도착하자 A 씨는 민박집 안으로 C 양을 밀어 넣은 뒤 본격적으로 마각을 드러냈다. 이때 A 씨는 C 양이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거부하자 무자비하게 폭력까지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그날 이후 열두 차례에 걸쳐 C 양을 유린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부인과 이혼하고 슬하에 딸이 한 명 있으며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C 양은 경찰 조사에서 “당시 삼촌이 찾아와 바다에 가자고 해서 동생이랑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가는 줄 알았다. 삼촌이 일단 차에 타라고 해서 탔는데 알고 보니 나만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C 양은 이 같은 사실을 주변에 즉시 알리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C 양은 주위에 고충을 털어 놓을 만한 사람이 없어 그냥 혼자 삭이고 살았다고 말했다”며 “뿐만 아니라 A 씨는 C 양이 외부에 성폭행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어린 C 양을 철저하게 단속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C 양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A 씨의 이런 술수에 넘어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뻔뻔한 A 씨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정당화’란 것이 다름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어서 경찰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자신이 C 양과 성행위를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나는 C 양을 사랑했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C 양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C 양의 행동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 C 양은 중학교 2학년 재학 중 처음으로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로도 계속 A 씨로부터 몸을 유린당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는 오히려 A 씨 집에 들어가 살았는데 이것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것.
이에 대해 경찰은 “그 점에 대해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진술한 바는 없다”며 “다만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C 양은 A 씨의 도움이 필요했고, A 씨는 C 양에게 ‘다시는 성폭행을 하지 않을 테니 학교와 가까운 우리 집으로 오라’고 구슬려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5년 고등학교에 진학한 C 양은 같은 해 9월 중도에 자퇴했고 올해 3월에는 A 씨 집에서 뛰쳐나왔다. 무려 2년 2개월간 A 씨의 성적 노리개로 살아온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C 양이 A 씨의 감시와 단속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하자 중도에 학업을 접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계속 A 씨에게 시달리다가 올 3월에야 탈출하듯 A 씨의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C 양은 그길로 대전에 거주하는 A 씨의 동생인 작은삼촌 집으로 향했다. 작은삼촌 B 씨는 큰삼촌과 달리 술도 좋아하지 않고 부인과 자식까지 있는 그야말로 ‘반듯한’ 사람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C 양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큰삼촌에게 당했던 것과 같은 제2의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 B 씨 역시 C 양이 오갈 데 없는 신세라는 점을 악용해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C 양을 성폭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이후 일곱 차례나 더 C 양을 유린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A 씨의 행각을 그대로 답습했다. 성폭행을 저지른 뒤부터 C 양의 행동거지를 철저히 감시·단속하고 나선 것. C 양은 B 씨의 아내인 숙모에게 죄책감을 느꼈지만 B 씨의 삼엄한 감시 때문에 아무 일도 없는 듯 연기를 해야 했다. 숙모는 C 양이 A 씨의 행각을 털어놓자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느냐”고 따져 물은 뒤 C 양을 보살펴 준 사람이다. C 양은 본의 아니게 숙모에게 죄를 짓게 돼 버린 것이다.
믿었던 B 씨에게마저 성폭행을 당하는 기구한 신세였지만 C 양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기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동정을 파악한 A 씨가 C 양이 일하는 식당에 찾아가 행패를 부린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C 양은 마침내 경찰을 찾았고 결국 두 형제의 천인공노할 범죄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두 사람은 C 양의 진술에 대해 일부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계속 수사를 해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형의 딸을 차례로 유린한 인면수심의 삼촌들. 먼 훗날 그들이 형과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변명을 할지 궁금해진다.
윤지환 프리랜서 tangohu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