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점령한 등산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이 등산을 즐기고 있으며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일 정도다. 이러한 등산 열풍 중심에는 중년 남녀들이 있는데 이는 <일요신문>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년 남성 3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취미생활을 묻자 전체의 23.7%가 ‘등산/캠핑/트레킹’을 택한 것. 이에 <일요신문>은 중년 남녀들이 산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중년 남녀 사이에서는 취미 활동으로 건강도 챙기고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는 등산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부남, 유부녀들은 이성을 꼬시기 위한 목적으로 산행에 나서기도 한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 아저씨, 아줌마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등산’이라는 말이 있다. 두 가지만 확인하면 되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프로필 사진과 옷장이다. 만약 SNS 프로필 사진이 산 정상에서 찍은 기념사진이거나 등산 도중 촬영한 꽃, 나무라면 백발백중이다. 또한 출근용을 제외한 옷들 대부분이 형형색색의 아웃도어라면 이것 역시 당신이 대한민국 아저씨, 아줌마라는 증거가 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등산을 즐기는 중년 남녀들이 많다는 말이다. 실제 주말이 다가오면 전국의 명산들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홀로 산에 오르는 사람부터 버스까지 빌려 대규모로 움직이는 동호회까지 모습도 다양하다. 하지만 목적은 대부분 비슷했다. <일요신문>이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와 ‘건강’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등산은 운동이자 취미생활이다. 산에 오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다. 크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이만한 게 없다”
“솔직히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중년의 나이에 등산을 안 하면 친구를 만날 수가 없다. 동창회나 각종 모임에서도 월례행사로 등산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 다닌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나가고 남는 건 우리 부부밖에 없는데 어딜 가겠나. 젊은 애들처럼 여기저기 다닐 데가 없으니 등산이 최고다.”
그런데 등산에서 얻는 즐거움은 비단 건강만이 아니었다. 지난 28일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서울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서 아저씨, 아줌마들이 산에 빠진 숨겨진 이유에 대해 살짝 엿들을 수 있었다. 40대라는 한 여성 등산객은 “산에 와서 모르는 사람이랑 술도 한 잔 마시고 그러다 눈이 맞으면 저들끼리 사라지지. 이성을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만 오는 사람도 있어. 특히 관악산이 그런 걸로 유명해서 괜히 오해받기 싫은 사람들은 잘 안 오려고 해”라며 3명의 여성이 모여 있는 곳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조용히 그들의 말을 엿들어 보니 “어휴, 오늘 같은 날엔 밥 얻어먹기도 글렀네” “일단 빨리 올라가서 한번 보고 점심시간 맞춰서 내려오자” “그래도 남자들 보이긴 하네” 등 등산을 준비하는 사람들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대화가 오갔다. 알고 보니 이 여성들은 산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밥을 얻어먹기 위해 온 일명 ‘산토끼’였다. 산토끼란 남성들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산에 오르는 여성들을 말하는 등산객들만의 은어다.
산토끼가 있으면 이를 쫓는 사냥꾼도 있는 법. ‘산토끼 사냥꾼’은 여자를 꼬드기기 위해 산행을 하는 남성들로 주로 혼자 활동하며 때론 2~3인이 한 조로 움직일 때도 있다고 한다. 매일 등산을 즐긴다는 40대 여성은 “혼자 산에 오르면 말을 거는 남자들이 진짜 많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접근하거나 생뚱맞게 주변의 꽃이나 식물 이름을 물어보며 작업을 건다. 위험할지도 모르니 자신이 에스코트를 해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대놓고 술집이나 노래방에 가자는 남자들 때문에 무서워 등산을 포기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친절하게 대해줬지만 몇 번 크게 혼쭐이 난 이후론 누가 말을 붙여도 대꾸도 안 한다. 이어폰을 끼고 선글라스를 낀 여자 등산객들은 ‘날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사냥에 성공해 서로 즐기다(?) 헤어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산속에서의 ‘짝짓기’로 인해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주로 비싼 아웃도어를 입은 돈 많아 보이는 남성들이 ‘꽃뱀’들에게 당하는데 한 번에 수백만 원씩 털리기도 한단다.
서울에서 아웃도어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 아무개 씨는 “우리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한 눈에 부부인지 불륜인지 구별이 된다. 여자가 ‘오빠’ 하며 애교를 부리면서 옷을 사달라고 하면 남자는 재력을 과시하듯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돈을 쓴다. 때론 한 명의 남성이 여러 여성들에게 끌려오듯 와선 선물을 해주기도 한다. 말 그대로 ‘물주’인 셈이다. 어떤 여자는 거의 매달 남자를 바꿔 매장을 찾는데 전혀 부끄러운 기색이 없어 놀랐다. 한적한 등산로나 휴게소에 자리한 아웃도어 매장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다 그런 사람들 덕분이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괜히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앞서의 여성 등산객이 말했듯 이어폰과 선글라스를 쓰는 등 무언의 표시를 하는 게 필수란다. 관악산에서 만난 50대 등산객은 “산토끼 사냥꾼들은 여자가 아무리 예뻐도 남자가 한 명이라도 섞여있으면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일부러 남자들을 끼워 산행을 다니는 여성들이 많다. 주로 2인 1조로 다니는데 동호회에서 ‘보디가드’를 모집하는 식이다. 물론 보디가드와 눈 맞아 동호회에 안 나오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등산 열풍 이면엔 산만 아는 낯부끄러운 얘기들도 많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꼴불견 등산객 열전 술마시고 노래하고…여기가 관광버스야? 저마다 산을 찾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특유의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최근 유명 등산로들은 고요함과 거리가 멀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산을 오르는 소리는 소음 축에도 들지 않는다. 문제는 중년들의 허리춤이나 배낭에 대롱대롱 매달린 스피커 달린 라디오다. 재빠른 걸음으로 소음에서 멀찍이 달아난 40대 등산객은 “휴대전화에 음악을 다운받아 와선 스피커 모드로 듣더니 어느 순간 미니 라디오까지 등장했다. 기계 안에 음악이 내장돼 있고 라디오 기능도 있어 인기”라며 “2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데 정말 시끄럽다. 게다가 음악 소리에 맞춰 일행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하면 여기가 산인지 관광버스인지 구별도 안 간다. 간혹 소리가 시끄럽다며 음악을 꺼달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로 인해 싸움이 벌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음주 등산객들도 ‘밉상’이다. 곳곳에서 금주 안내를 하고 있지만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만취 등산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등산을 할 경우 본인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기만 다른 사람들이 입는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술병과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는 자연환경을 망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등산객들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들을 ‘시한폭탄’에 비유하고 있었다. 발을 헛디디거나 넘어졌을 경우 본인만 다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주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스틱을 들거나 커다란 배낭을 메고 비틀거리는 음주 등산객들은 최악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경우 앞뒤에 따르던 사람들까지 덮쳐 자칫 대형사고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는 이들도 등산객들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수도권 인근 산들은 주말이면 밀려드는 사람들로 부지런히 앞사람을 쫓아가야 할 지경이지만 곳곳에서 정체현상이 일어난다. 원인은 사진.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셀카’를 찍거나 일행들과 단체사진을 찍느라 뒷사람의 통행을 막는 것이다. 요즘에는 ‘셀카봉’까지 더해져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여기저기서 불쑥 등장하는 셀카봉을 피하려 여러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는가 하면 부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카메라만 쳐다보다가 넘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기 때문이다. 딱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할 순 없지만 오가는 사람들에게 꼭 한 마디씩 참견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등산객들도 기피대상이다. 복장 지적부터 개인정보까지 아무렇지 않게 묻는 이들이 많은데 잘못된 행동이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배려심이 부족한 것만은 사실이다. 관악산에서 만난 30대 여성 등산객은 “몇 번 산을 찾다보면 인사를 안 해도 얼굴을 익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말을 걸면 괜찮지만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이 아는 척을 하며 나이를 묻고 사생활까지 참견하면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여자 혼자 산에 오르면 혹시 해코지라도 할까봐 기분 나쁜 티도 못 내니 더 달라붙는다. 그렇다고 상냥하게 대답해주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알고 작업을 걸기도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 |
‘성욕 해소’ 등산객도 있다 바바리맨부터 노출녀까지 홀로 산을 오르는 여성 등산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바리맨’과 마주치는 일이다. 산속 깊은 곳에 숨어있다 혼자 걸어가는 여성이 있으면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변태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몸으로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깜짝 놀랄 일인데 날이 갈수록 범행수법이 대담해지고 있다. 놀란 여성을 앞에 두고 자위행위를 하는가 하면 급기야 강도로 돌변하기까지 한다. 사람들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외진 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고 금품까지 빼앗는 것이다. 지난해 붙잡힌 ‘다람쥐 바바리맨’도 4년 동안 여성 등산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40대 남성인 그는 수락산, 관악산, 청계산 등 여러 산을 떠돌며 여성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음란행위를 일삼고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다람쥐 바바리맨’이 출몰한 인근 상인에 따르면 “붙잡힌 사람 말고도 변태들은 많다. 굳이 옷을 벗지 않아도 은근 슬쩍 여자들을 만지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다. 변태를 만나 울면서 내려오는 여성들을 몇 번 봤다. 옷도 빼앗겨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하산하는 여성도 있었다. 간이 작은 변태들은 등산로로 나오진 못하고 나무 뒤에 숨어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산속에서 성적욕구를 해소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도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노출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이들은 숨을 곳이 많고 적당히 사람들이 오가는 등산로를 최적의 장소로 꼽는다. 성인전용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손쉽게 인증 사진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 처음에는 멀쩡히 등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나 그 뒤엔 지퍼를 열어 특정부위가 노출된 사진을 올린다. 아예 나체로 아무도 없는 등산로를 활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또한 야외에서 성관계를 즐기는 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연인, 부부, 불륜 등 다양한 관계에 있는 커플들이 산속에서 성관계를 즐기는데 날이 따뜻한 봄이나 여름이 절정이다. 이맘때쯤이면 인터넷에서는 야외 성관계 모습을 담은 ‘인증샷’을 올리고 경험담이나 정보를 공유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원치 않는 모습을 목격하는 이들도 많다는 점이다. 등산 애호가인 박 아무개 씨(49)는 “주말마다 등산을 하는데 일이 바쁘지 않은 날엔 평일에도 가까운 산을 찾는다. 그럴 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길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경로를 탐색하는 걸 즐기는데 간혹 못 볼 꼴을 목격할 때가 있다. 용변을 보는 사람들은 양반이고 진한 스킨십까지도 모른 척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한 번은 진짜 성관계를 하는 남녀를 봤다. 그런 상황을 겪고 나니 아무도 없는 산을 갈 땐 일부러 소리를 내면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