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호주 바둑 콩그레스’를 후원한 신명길 호주바둑협회 회장은 “한국 바둑의 위상제고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며 뿌듯해 했다. 작은 사진은 한상대 조직위원장(왼쪽)과 네빌 스마이스 호주바둑협회 부회장.
서양 바둑대회 이름에 ‘GO’가 아니라 ‘BADUK’이 들어가 있다. 주최는 호주바둑협회(Australian GO Association)인데, 대회 이름은 ‘제1회 호주 바둑 콩그레스(Australian BADUK Congress)’다. 기획-주최-주관이 우리 교포인 덕분이다. 신명길 회장이 후원, 한상대 교수가 기획-주관한 것. 신 회장은 사업가이자 <호주동아>의 사주이고, 호주바둑협회 회장이다. 한 교수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호주 바둑계와 세계 바둑계의 유명인사. 두 사람은 호주 아마6, 7단으로 현지에서는 최강 그룹이다.
이번 1회 대회에는 참가자가 많지 않았다. 대회 공고가 지난 11월 중순에야 뜨면서 홍보가 늦게 시작된 탓이다. 참가 신청자는 그래도 100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대회장에 나타난 사람은 60명 정도였다. 한국에서 대거(?) 17명이 날아갔다. 김일환 9단이 동행했고, 대회 시작하는 날 이다혜 4단이 합류했다. 또 현재 호주에는 안영길 8단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3명, 중국에서 6명이 출전했다. 그밖에 대만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웃 뉴질랜드가 각 1명, 나머지가 호주, 한국.
대회는 최강부(아마7~5단), 유단자부(아마4~1단), 일반부(급)로 나뉘어 7라운드 맥마흔시스템으로 진행되었고, 연구생 출신의 우리 청년 김은국 7단이 호주 콩그레스 초대 챔피언의 영예와 5000AUD(호주달러), 요즘 환율로 450만 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했다. 준우승도 우리 청년 곽도현 7단, 상금은 2500AUD. 3등은 열다섯 살 중국 소녀 에이미 송(Amy Song), 한국에서 내셔널리그 멤버로 맹활약하고 있는 우리 주니어 여자 강자 박지영 6단도 기대를 모았으나 5위에 머물렀다. 3등 이하는 상금은 없고, 대신 유단자부의 1, 2위가 1200AUD와 600AUD, 일반부의 우승자가 300AUD의 상금을 받았다. 상금 총액이 9000AUD. 국제대회라고 하기에는 사실 지나치게 조촐한 대회였으나, 그에 비해 상금은 상당했던 셈. 진행은 매끄러웠고 숙소로 사용된 대학 기숙사, 주변 교통편 등도 깔끔하고 편리해 대회는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대회가 끝난 후, 후원자 신명길 회장과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한상대 교수, 진행을 총괄했던 네빌 스마이스(Neville Smythe) 호주바둑협회 부회장 등을 만나 보았다. 신 회장은 한국 선수단 전원을 부인이 운영하는 회전초밥 식당으로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다.
―대회를 자평한다면.
“100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흡족하다. 최하 80점 이상은 된다고 자평해본다. 숫자가 적었지만, 그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이기도 했다. 처음 치르는 대회인데, 우리가 과연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감당하고 소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불안했다. 이 정도 규모를 이 정도로 치렀다는 것에 만족한다. 아무리 못 주어도 80점 이상이라고 자부한다. 내년에는 분명히 훨씬 크고 재미있는 대회를 치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마이스)
―언제부터 이런 대회를 구상했는지.
“4~5년 전부터였다. 한 교수님이 1995년에 한국으로 가셨다가 2011년에 돌아오셨다. 그때 한 교수님이 ‘우리 둘이 다시 만났는데, 뭔가 일을 하나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여서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신명길)
―그런데 대회 홈페이지는 11월 중순에 나왔다. 보통은, 특히 서양에서는 이런 대회가 있으면 최소 1년 전에는 대회 요강이 나오는 것 아닌가.
“장소를 고르고 대학 쪽과 대회장, 기숙사 등 이런 저런 것들을 조율하는데 예상 외로 시간이 걸렸다. 학교가 되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만 들고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대회 진행하는 것을 보고는 저들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내년에는 빨리 올리겠다.” (한상대)
호주 바둑 콩그레스 대회장.
―칼리지라면 맥쿼리대학 안에 또 다른 단과대학이 있다는 것인지.
“칼리지에는 원래 기숙사 혹은 석·박사 공부하는 대학원생을 위한 거주지역, 그런 뜻이었다.” (한상대)
―대회의 의미를 꼽자면?
“아시다시피 바둑의 동양3강에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있고, 유럽에는 ‘유럽 콩그레스’, 미국에는 ‘전 미주 콩그레스’가 있다. 이제 호주에 콩그레스가 생겼다. 아프리카를 빼고는 대륙마다 바둑 콩그레스가 다 하나씩 있게 된 것이다.” (스마이스)
“그런데 호주는 한 교수님이 이미 호주바둑협회 회장을 한번 지내셨고 지금은 내가 회장이다. 우리 교포가 그 지역사회 문화단체의 수장이 된 것은 한 교수님이 최초다. 세계 제일이라는 한국 바둑, 한국 사람이 회장인 호주 바둑, 거기서 생긴 콩그레스…. 자화자찬 같아 좀 그렇지만 한국 바둑의 위상 제고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신명길)
―참가자 숫자와 상금이 균형이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그랬다. 그래서 내년에는 우승 상금을 좀 줄이고 대신 유단자부나 일반부의 5급, 10급 그런 참가자들도 상을 탈 수 있고, 아무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한상대)
대회의 문을 열고나서 걱정이 있었다. 기왕 하는 것 멋지게 하자는 생각에 상금도 키웠는데,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굳이 우리가 차지해야만 한다는 건 아니지만, 첫 대회만큼은 우리 선수에게 주고 싶었다. 다행히 김은국 선수가 와주어서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더구나 김 선수는 현재 호주에서 고학하고 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느라 쫓기고 공부할 시간은 부족한데 5000달러를 벌었으니 앞으로 6개월 정도는 마음 편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까지만 회장을 한다. 그러나 호주협회와는 별개로 호주 콩그레스는 계속 개최할 것이다. 이번에 우리 아들도 진행을 도왔다. 대를 이어서 할 것이니 지금부터 알아두라는 뜻에서였다.” (신명길)
또 하나, 유럽도 고(GO) 콩그레스고, 미주도 고 콩그레스지만, 호주는 ‘바둑 콩그레스’다. 이에 얽힌 뒷얘기, 신 회장의 바둑 얘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