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사는 양 아무개 씨(37)의 목소리였다. 잠을 자던 양 씨는 몰래 집으로 잠입한 괴한이 내려친 쇠파이프에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당한 뒤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괴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양 씨에게 해를 가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양 씨는 가족들에 의해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됐고 곧바로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방 안에 금품이 그대로 있는 점에 미뤄 원한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사건이 벌어진 지 열흘 만에 마침내 진범이 밝혀졌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건 양 씨의 친형. 동생을 살해하려 했던 범인이 자신의 아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건이 있던 날 자신을 깨워 119구조대를 부르게 한 것도 바로 아내였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 양 씨의 형수인 이아무개 씨(32)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부부에게 시동생 살해를 청부했으며, 이 부부가 끌어들인 20대 남성이 양 씨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평소 시동생으로부터 무시를 당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결국 청부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형수와 시동생 사이에 틈이 벌어진 것은 지난 2003년경. 양 씨의 아버지가 작고하고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분가해서 살고 있던 양 씨의 형 부부가 어머니와 양 씨가 사는 집으로 들어오게 됐고 이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싹트고 말았다.
이 씨는 시동생 양 씨의 행동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못마땅했다고 한다. 원래 시동생이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조카들을 마치 남처럼 대하는 태도며 밥을 차려줘도 고맙다는 말조차 한마디도 안 하는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아버지가 남긴 땅을 관리해온 시동생 양 씨가 농사를 지은 수입 중 40%만 형에게 주고, 사망한 시아버지 명의로 된 과수원을 폐원하면서 받은 보상비도 혼자 차지하자 이 씨의 마음은 더욱 뒤틀렸다. 시동생이 자신에게 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동거 중인 조선족 여자를 대하는 것도 너무나 밉게 보였다. 한번 꼬인 이 씨의 마음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시동생 얼굴만 봐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이 씨가 시동생을 살해하려는 마음을 굳힌 건 지난 5월. 이 씨는 화장품 외판원 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윤 아무개 씨(36) 부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결국 선불금 1000만 원과 성공사례비 40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시동생 살해를 청부했다.
전과 14범이었던 윤 씨와 부인 조아무개 씨(46)는 이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돈이 궁한 청년 박 아무개 씨(26)를 끌어들였다. 양 씨를 죽이면 2000만 원을 준다는 말로 박 씨를 유혹했다.
형수 이 씨의 무시무시한 계획이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시동생 양 씨는 일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기로 한 형에게 아버지가 남긴 밭 중 극히 일부만을 떼어주겠다고 해 이 씨를 더욱 자극시켰다.
살인 청부를 받은 윤 씨 등은 범행 한 달 전쯤 네 차례에 걸쳐 양 씨의 얼굴을 익혔으며 양 씨의 집과 도주로까지 사전 답사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머리에 큰 충격을 입은 시동생 양 씨는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서귀포경찰서 구재성 수사과장은 “불행 중 다행으로 뇌의 기문이 막혀 있던 게 열려 고비는 넘겼다. 팔 근육도 조금씩 움직이는 등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씨와 공범 세 명에 대해선 최근 법원에서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양 씨의 누나 세 명은 올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이 씨의 남편은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집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내를 감쌌다고 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