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K 씨 측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나를 박 사장의 동거인으로 폄하하고 아파트 경비원을 시켜 동거 사실에 관한 다소 부적절한 내용의 확인서를 쓰게 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편물을 훔쳐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 씨 측은 “경비원이 우편물을 가져다준 것일 뿐이며 겉면만 복사한 후 제자리에 다시 갖다놓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사소송 중인 유명 탤런트가 증인의 우편물을 훔친 혐의로 또다시 고소를 당하는 이 일련의 ‘해프닝’은 대체 무엇 때문에 빚어진 것일까. 진상을 추적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 아무개 사장이 탤런트 K 씨를 상대로 송사를 제기한 것은 2006년 6월. 박 사장은 K 씨가 5억 원에 가까운 납품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동부지법에 물품대금 청구소송을 냈다. 그런데 취재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박 사장과 박 씨, 그리고 K 씨는 같은 아파트의 한 동에서 오랫동안 이웃사촌으로 지내며 한때나마 각별한 친분을 자랑했던 사이라고 한다. 이들이 이웃사촌에서 한순간에 ‘적’이 된 배경에는 바로 JU 사태의 후유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 씨는 지난 1월 2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JU 그룹에 직접 물건을 납품한 것도 아닌데 K 씨 때문에 우리 회사가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K 씨 남편이 사장이고 K 씨가 이사로 있는 모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4억 7000만 원의 미수금이 있으며 이 모든 사업을 K 씨가 주도적으로 이끈 만큼 K 씨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또 “지난 1월 19일 열린 공판에서 ‘증인 부당 신청’ 증거 자료로 K 씨 측이 제시한 내 우편물 사본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내 우편물이 간혹 없어지곤 했는데 K 씨 측이 가져간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 씨 측은 “남편의 회사는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며 유명 탤런트라는 점을 이용해 자신을 문제 삼고 나서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K 씨 측은 “박 씨는 박 사장과 동거인인 입장인데 그런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운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법정에서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K 씨 측의 주장에 대해 박 씨는 “20년 동안 박 사장의 회사에서 일하며 10년 전부터는 출퇴근상의 편의를 위해 박 사장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박 사장의 부인과 아들들 외에 노부모까지도 함께 거주 중인데 나를 ‘동거녀’로 폄하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K 씨 측은 아파트 경비원의 진술을 빌려 ‘두 사람이 함께 출퇴근을 하며 밤에 자주 산책을 다니므로 함께 사는 것은 분명하다’는 내용을 법정에 제출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멀쩡한 한 가정을 파탄시키는 것은 물론 아직 미혼인 나에게도 엄청난 명예훼손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두 사람이 이렇게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 발단은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역회사를 경영하며 해외에서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던 박 사장은 10년 이상 같은 아파트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던 K 씨와 2003년 말 사업파트너가 된다. K 씨의 언니가 캐나다에서 박 사장의 브랜드로 핸드백 매장을 내면서부터였다.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K 씨가 캐나다에 있는 언니와 함께 사업을 하려 한다며 박 사장의 브랜드로 캐나다에 매장을 내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의를 해왔다고 한다.
박 사장은 캐나다 밴쿠버 중심가에 K 씨의 형부 명의로 매장을 내는 것을 기꺼이 허락했고 박 씨는 캐나다에 직접 가서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도왔다고 한다. 당시 K 씨는 소매점 외에도 언니와 공동 명의로 가죽 제품 도매업도 꾸리고 있었고 박 씨는 캐나다 현지 박람회에 자신들의 제품을 출품해 호평을 이끌어내는 등 열성적으로 함께 일을 했다고 한다. 박 사장의 브랜드는 현재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고 있지만 일본, 하와이, 괌,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중고가 고급 브랜드로 제법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라는 것.
그런데 2005년 6월경 K 씨 남편이 대표로 있는 모 주식회사에 한 달 사이 약 5억 원어치의 핸드백을 ‘후불’로 납품한 것이 문제가 됐다. K 씨 부부의 회사는 다단계 업체 JU의 제휴 가맹점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JU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이후 JU 사건이 점차 사회문제화되면서 K 씨 측 회사 역시 곤란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급기야는 박 사장에게 납품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게 되고 만다.
박 씨는 “K 씨가 JU 사건으로 자신도 큰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은 팔리는 만큼 수수료를 내는 가맹점 형식으로 JU와 거래했던 걸로 아는데 이제 와서 자신들도 손해를 봤으니 돈을 못 주겠다고 하는 건 납득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고가 있다면 물건으로라도 일단 변상한다고 하거나 차차 갚아나가겠다고 타협을 해오는 것이 상식인데 그러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다른 곳으로까지 비화됐다. 박 씨에 따르면 K 씨 측이 캐나다 매장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로부터 ‘유사 상품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와 결국 당시 박 사장으로부터 납품받은 물건을 모두 압수·소각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는 것.
이에 대해 박 씨는 “일본이나 하와이, 괌 등에서 아무 문제없이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이고 특히 하와이에선 문제를 제기했다는 그 해외 브랜드의 매장과 서로 나란히 마주보고 있기까지 하다. K 씨 쪽에선 우리 물품이 모두 압수 또는 소각됐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K 씨 측이 자신을 모욕하고 몇 번의 안면이 있는 JU 관련 유력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박 사장을 인신공격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의 이런 주장과 관련해 기자는 K 씨에게 인터뷰를 요구했으나 그의 매니저는 본인과의 통화는 어렵다고 거절했다. 그는 “다만 K 씨도 (JU 사태로 인해) 큰 손해를 본 피해자의 입장이고 물건을 납품받은 회사는 따로 있는데 유명인이라고 해서 K 씨를 직접 걸고넘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K 씨의 소속사 관계자는 “K 씨에 대한 우편물 절도 혐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다. K 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내가 책임지고 K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주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다린 시간까지 끝내 K씨 측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K 씨는 현재 활동 중인 프로그램 3개의 출연료에 대해 가압류 결정이 내려졌으며 K 씨가 제기한 ‘출연료 가압류 이의 신청’은 기각된 상태다. 얼마 전 JU 사건으로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K 씨는 이번 고소 건으로 또 한 번 곤욕을 치르게 됐다. 이래저래 그로서는 JU사태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장유지 프리랜서